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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모로우바이투게더(이하 투바투)가 정규 3집 '이름의 장: FREEFALL'로 돌아왔다. 이번 앨범은 선공개된 브라질 팝스타 Anitta와의 콜라보 곡 <Back for More>의 투바투 버전과 Jonas Brothers와 함께한 <Do It Like That>이 수록되었다. 투바투의 음악을 늘 곡 단위로 조금조금씩 들었지, 앨범 단위로 깊게 파본 적은 없는데, 한 가지 알고 있는 건 이들의 앨범은 늘 '~장' 이라는 형식으로 이름이 지어진다는 것이다. 데뷔 초 진행된 '꿈의 장 3부작'을 지나 '혼돈의 장', 그리고 지금 '이름의 장'에 닿아있다. 그리고 이 모든 건 아주아주 탄탄한 기획력을 기반으로 한 '청춘'이라는 키워드 아래 펼쳐지는데, 아마도 투바투의 청춘을 그린 앨범의 한 챕터가 '~장' 시리즈가 아닐까 싶다. (언제까지고 청춘만 붙잡고 있을 순 없으니) 또, 투바투 음악에 대한 평소 인식은 '좋다'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락/메탈 장르를 자주 활용하고 잘 소화하는 모습을 봤는데, 직속 선배인 방탄소년단의 음악과는 또 다른 차별점인 동시에 멤버들의 보컬이 잘 살려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힛맨뱅의 지휘 하에 미친듯한 스토리텔링과 서사, 뛰어난 음악 퀄리티를 선사하는 투바투다.
이번 앨범은 전작과 이어지는데, 네버랜드를 떠난 멤버들이 성장을 유예하고 세상으로부터 도피하던 청춘들이 현실을 직시하기로 결심한 뒤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았다고 한다. 네버랜드를 떠나 현실을 향해 자유낙하 (FREEFALL)하는 고통스러운 과정과 제대로 마주한 녹록치 않은 현실 앞에서 피하지 않고 직시하며 계속 나아가겠다는 굳은 다짐이 돋보이는 앨범이라고 한다. 정말 클리셰와 판타지의 결합이다. 자세한 건 아래에서 더 하기로 하고, 투바투의 굳은 다짐을 보러 가보자.
1번 트랙의 <Growing Pain> 메탈 기반의 하드 록 장르로 다이내믹한 드럼과 거친 질감의 디스토션 기타가 매력적인 곡이다. 시작과 동시에 진행되는 폭발적인 일렉 기타 사운드는 기존 아이돌 음악에서 생소했던 하드 록을 떠올린다. 이미 락을 몇 차례 해왔던 팀이라 락과 투바투의 조합이 좋은 편인건 알았으나, 이렇게 대놓고 하드 록을 1번 트랙에 바로 넣을 줄은 전혀 몰랐다.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되어 살짝 편파적일 것 같은 하다만, 매우 좋게 들었다. (락을 좋아하는 지라) 활강하는 찰나의 순간 밀려오는 고통을 여과없이 담아낸 가사를 사운드적으로 잘 표현하기 위한 선택이 하드 록이었다면, 그 선택에 박수를 보낸다. R&B나 발라드, 펑크 등 다른 장르였다면 활강의 순간 분비되는 도파민을 감당하지 못하여 이질감이 들었을 것이다. 음악적으로는 사실 기존 하드 록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멤버들의 보컬이 살짝 아쉬울 수도 있다. 아무래도 기존 락커들의 보컬을 따라가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그러나 적절한 튠의 사용과 관점을 달리한다면 평은 달라질 수 있다. 마이너한 하드 록에 메이저 아이돌이 자신만의 색을 담아낸 것에 초점을 둔다면 이 곡은 신선함과 뛰어남, 성장통의 직관적인 표현력을 모두 갖춘 곡이다.
타이틀 곡 <Chasing That Feeling>은 1980년대 감성의 뉴 웨이브 장르로, 질주감 있는 멜로디와 묵직한 비트, 신시사이저 사운드가 돋보이는 곡이다. 본격적인 현실에서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곡인 만큼 쉬는 타임 없이 서서히 고조되어 내내 질주하는 듯한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또, 독특한 신시사인저 사운드는 약간은 과거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나저나 투바투의 세계관을 잘 몰라서 그러는데(참고로 엄청 어렵다고 한다), 원래 멤버들이 초능력자인가..? 뮤직비디오 모든 멤버들은 초능력을 활용하며 어딘가로 질주한다. 어찌보면 투바투의 청춘은 판타지 청춘 그 자체일 수도 있겠다. 새롭게 달리겠다는 야심찬 포부와 대비되는 멤버들의 허무한 눈빛은 이들의 서사에 차별점을 생성하고, 투바투 고유의 장르를 구축하는데 힘을 보탠다. 제일 기억에 남는 연출은 아무래도 건물과 공간이 갈라지며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는 장면이다. 약간 마블의 멀티버스를 차용한 것이 아닐까 싶다. (닥터스트레인지와 스파이더맨이 싸웠던 장면 참고) 아무튼, 이 곡 또한 탁월한 메시지 전달과 음악적인 매력이 공존하는 곡이었다.
Anitta와의 콜라보 곡 <Back for More>는 투바투 버전으로 재해석했는데, 기존 곡이 2절 벌스에서 브라질 색이 더해졌다면 투바투 버전에선 해당 파트에 새롭게 멜로디를 넣어 재가공했다. 그루비한 베이스 라인과 휘슬 사운드가 두드러지는 디스코 장르인 이 곡은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가 연상되는 비주얼을 자랑한다. 다이너마이트보다 절도있고 섹시미를 한 방울 첨가했다.
4번 트랙의 <Dreamer>는 앞의 곡들과는 정반대로 잔잔하면서도 진중한 무드가 느껴지는 R&B Soul 장르의 곡이다. 끈적한 그루브와 이를 보컬로 녹여내려는 노력이 보인다. 그래서인지 소리 반 공기 반 창법이 정말 많고, 가성처리된 보컬이 정말 많다. 코러스 말미에 'Stars~'를 외치는 구간이 있는데, 라이브로 구현될련지에 대한 의문심은 들지만, 개인적으로는 끈적하고 섹시한 보컬이었다기 보다는 그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중으로 들리는 곡이었다.
이어서 <Deep Down>에서는 또 다른 무드가 펼쳐진다. 몽환적인 신시사이저와 잔잔한 흐름의 1절 벌스는 앞의 곡과 비슷한 무드를 연상케하지만, 코러스로 진입하면서 새로운 사운드가 펼쳐진다. EDM과 신나는 드럼 리듬이 어우러진 POP 그 자체의 곡으로 당장 빌보드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사운드였다. 앞과 대비되어 더욱 빛을 발하는 독특한 훅은 시선을 모으고, 5번 트랙으로 중간에 배치되어 환기용으로 이목을 잡아끄는 역할을 한다. 데뷔작이었던 <어느 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의 연장선으로 뿔이 다름이 아닌 나만의 왕관임을 직시하고, 긍정적인 희망으로 변화하는 내용의 가사이다. 지독한 세계관의 연속인 동시에 빈틈없이 촘촘하게 짜여진 세계관을 자랑한다.
<Happily Ever After>는 위의 곡들과는 완전 다른 밝고 낙천적인 분위기의 저지 클럽 장르의 곡이다. 지속해서 나오는 신시사이저의 화성과 속도감 있는 리듬 패턴, 저지 클럽 비트, 반복적인 보컬 훅으로 중독성을 자아낸다. 밝고 경쾌한 사운드 위에 그리는 내용은 현실에는 동화같은 해피엔딩이 없음을 인정하는 담담한 슬픔을 녹여냈다.
그리고 듣기 전부터 가장 기대했던 <물수제비>. 인디 씬에서 활동 중인 한로로와 진동욱이 작사, 작곡에 참여해 내 눈을 끌었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대조되는 거친 사운드로 펼쳐지는 인디 록 장르의 곡으로 삶에서 마주하게 되는 상처와 아픔에 흔들리는 내면을 물수제비에 요동치는 수면에 빗대어 표현한 곡이다. 흔들리는 내면을 물수제비로 비유한 것 자체부터가 독특함이 특징인 인디를 한 바가지 먹고 들어가며, 한글로만 구성된 가사도 같은 맥락이다. 파워풀한 드럼과 기타 사운드가 매력적으로 한로로의 코러스가 더해진 재미도 있다. 인디 록에 투바투 보컬이 더해져 새로운 색을 창조한 느낌인데, 거기다 곡의 마지막에 보컬을 끝까지 잡아끄는 디렉팅은 정말 GOOD이다. 평범하게 마무리하는 것보다 훨씬 임팩트있었다.
<Blue Spring>은 포크 록과 트랩 비트가 살짝 더해진 얼터너티브 록 장르 파워풀한 보컬이 인상적인 곡이다. 콘서트에서 선공개된 팬송으로 '우울했던(Blue) 나를 밝혀 준 봄(Spring) 같은 너'로 풀어낸 예쁜 제목의 잔상을 남긴다. 마지막 트랙인 Jonas Brothers와 함께한 <Do It Like That>은 곡을 가득 메우는 경쾌한 퍼커션 사운드가 귀를 잡아끌고, 펑키한 베이스라인이 돋보이는 댄서블한 트랙의 서머송이다. 밝고 경쾌한 사운드만큼이나 행복함이 묻어나는 가사로 청자로 하여금 활기를 불어넣는다.
미친 기획력과 자본이 낳은 결과물이다. 음악성이야 힛맨뱅의 손길 아래 늘 뛰어난 퀄리티를 보여온 투바투였고, 서사 맛집 다운 자연스러운 흐름이 돋보이는 세계관도 대단하다 싶었다. 1번 트랙부터 9번 트랙까지 그 어느 한 곳에서도 이질감 없이 이야기는 이어진다. 선공개 곡과 팬송을 제외한 곡들은 모두 그들의 세계관에서 비롯된 가사로만 구성되었고, 몇 년전 흘려놓은 떡밥을 회수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빅히트에서 얼마나 세밀하게 구성한 세계관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또, 이번에도 역시나 락을 활발하게 사용했는데, 대환영이다. 투바투가 말아주는 락은 맛있다. 직속 선배가 방탄소년단이기에 그들과의 차별점도 생기고, 팀 고유의 음악 장르로 구축한 느낌이다. 하나 트집을 잡자면, 락을 살리기 위해 긁는 듯한 창법을 구사하는데, 그 누구 하나도 시원한 느낌을 표현해내지 못한다. 살짝 탁 막힌 듯한 소리가 나와 가끔 거슬리는 구간이 있긴 하다.
사실 방탄소년단의 화양연화 이후로 '청춘'을 컨셉으로 잡는 팀이 많아졌는데, 투바투 역시 그중 하나이다. (뭐 어쩌면 그중 가장 먼저일지도) 데뷔 당시 멤버 모두 10대 후반인데다 데뷔 4년차를 맞이한 지금조차도 이제 겨우 20대 초중반인 나잇대로 청춘을 표현하기에 적격인 나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활동과 자연스러운 변화를 위해선 언젠가 새로운 챕터가 열려야 할텐데, 그 순간이 도래할 땐 아마도 '~장' 시리즈는 완전히 막을 내릴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