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니 이런 투샷도 보네
하이브와 MBC가 4년 만에 교류를 재개했다. MBC 안형준 사장과 하이브 방시혁 의장이 만나 K팝과 K콘텐츠의 발전을 위한 미래지향적인 의견들을 솔직하게 나누고, MBC 측에선 과거 잘못되고 낡은 제작 관행들 때문에 상처 받았을 아티스트들에 대한 유감의 뜻을 밝히며 하이브 측에 선진적 제작관행 정착을 위한 대화를 제안했다고 한다. 그 결과, 하이브와 MBC는 4년간 중단됐던 콘텐츠 교류를 재개하기로 약속했다.
처음 헤드라인을 목격했을 때 내 눈을 의심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역시 최고의 복수는 성공이다'였다. 이 생각이 떠오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2019년 연말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수상과 스타디움 투어를 마치며 세계적인 팝스타 반열에 올랐고, 그해 12월 31일에 미국 스케줄이 잡힌 상태였다. 그렇기에 MBC <가요대제전>의 참석이 불가해져 사전녹화본을 제안했으나 방송국 측에선 이를 거부했다. 결국 사전녹화본 없이 미국 스케줄을 진행하려던 찰나, 뒤늦게 사전녹화본을 요청한 MBC에 스케줄 상 제작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남겼다. 그렇게 방탄소년단은 2019년 <가요대제전>에 불참했고, 그 이후 이제 막 인수되었던 쏘스뮤직의 여자친구와 플레디스의 세븐틴의 출연이 갑작스럽게 줄줄이 취소되며 4년 동안 이들의 교류는 중단되었다.
사실 이전부터 방송국의 갑질(?)은 유명했다. 대표적으로 아육대. 팬들도 아이돌도 안 나갔으면 하는 프로그램이었으나 꿋꿋이 매년 모든 아이돌의 활발한 참여는 이루어졌다. 지금이야 유튜브 자체 컨텐츠의 시대로 홍보 수단이 다양해졌으나 과거에는 TV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에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데! 지금같이 TV 시청률은 줄어들고, 자컨의 시대를 맞이한 현재에도 이와 같은 관행이 유지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그 이유는 아마도 일종의 '아이돌 거래'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너네 회사의 A팀 우리 ㅇㅇ 프로그램에 나와주면 후배 그룹인 B팀을 음악방송에 꽂아줄게' 하는 것이다. (실은....내부 관계자가 아닌지라 위 내용이 사실인지는 불확실하기에.. 대충 그러하다고 들었으니 알아서 필터링 해주세요) 음악 방송에 출연하고 싶은 가수는 줄을 섰고, 실제로도 음악 방송 복도에 있으면 몇 초 간격으로 들려오는 우렁찬 인사 소리는 한 사람의 태도를 거들먹거리게 만들기에 충분한 환경이었다.
다시 돌아와서, 결과적으로 4년이 지난 지금 하이브는 MBC의 사과를 얻어냈고, 판도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흘러가게 만들었다. 이런 걸 보면 역시..아쉬운 쪽이 먼저 고개를 숙이기 마련이고, 최고의 복수는 성공인가 보다. MBC가 계속 하이브 손을 놓고 있기에는 현재 가요계를 이끌고 있는 대부분의 아티스트가 하이브 소속이기 때문에, 아마 더는 두고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비즈니스 관계에선 절대 아군도 절대 적군도 없다. 이들의 싸움(?)은 4년만에 종지부를 찍었고, 앞으로 하이브가 MBC를 어떻게 활용할 지가 관건이겠다.
MBC 측은 이번 만남에서 '이번 만남을 계기로 과거의 불공정한 방송제작 관행을 타파하고 아티스트의 권익을 최우선시하는 제작 환경을 정착시키는데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하는데, 음...이 말은 과연 지속적인 약속이 될 것인지 아니면 상대가 하이브이기에 가능했던 것인지 지켜봐야 할 듯하다. 아직까진 그렇게 신뢰가 가는 말은 아니어서..ㅎ 아무튼 결론은 이 사건을 계기로 모든 방송사는 아티스트 권익을 제고하고, 소위 말하는 '방송국 갑질'을 멈추고 기획사와 '기싸움'이 아닌 '협력'을 통한 K팝 콘텐츠 제작에 힘썼으면 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