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뮤카이브 Nov 11. 2023

세븐틴의 쿵치팍치 음악 축제

주최ㅣ세븐틴 / 행사명ㅣ[SEVENTEENTH HEAVEN]


올 상반기 [FML]로 역대급 커리어 하이를 찍은 세븐틴이 또 한 번 신기록에 도전했다. 저번 앨범에서 더블 타이틀과 웅장한 두 제목, 강렬한 앨범명을 내세웠다면, 이번은 한껏 무게를 덜고 세븐틴의 위트를 가득 담았다. 앨범명에서부터 전작과 큰 차이를 보이는 [SEVENTEENTH HEAVEN]은 세븐틴의 행복 가득한 음악 축체로 '더할 나위 없이 매우 행복한 상태’를 의미하는 영어 표현인 ‘Seventh Heaven’을 세븐틴만의 의미로 바꾸어 표현했다. 세븐틴의 여정은 다양한 컨셉으로 오랜기간 강렬한 퍼포먼스와 음악을 선보이며 앞만 보고 달려온 지난 날이었고, 모두가 함께 느끼는 행복한 순간은 거침없는 질주 끝에 데뷔 8년차가 되어서야 비로소 누리는 여유였다. 도전과 개척을 걸어온 길 끝에는 캐럿과 세븐틴의 행복한 음악 축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바로 1번 트랙의 작가진이다. 늘 우주공장(우지+범주)를 필두로 전곡 프로듀싱을 진행해온 세븐틴이 거의 처음(?)으로 외부 작곡가의 손길에 맡겼다. 물론, 그마저도 완전함이 아닌 협업의 형태를 띄었지만, 철저하게 내부 인력으로 돌아가던 세븐틴의 프로듀싱 시스템에선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전작이 글로벌하게 큰 성공을 거두면서 기회를 잡아 해외를 공략하는 여러 방법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다. 1번 트랙 'SOS'는 세계적인 DJ 마시멜로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곡으로 그의 시그니처 사운드만으로 기존 세븐틴의 곡과는 다르다는 인상을 준다. DJ 마시멜로 특유의 강렬한 베이스와 톡톡 튀는 신디사이저를 중심으로 곳곳에는 일렉 기타 사운드가 사용되며 록적인 요소도 더했다. 특히, 코러스 직전 외치는 'SOSOSO Right now'는 일부러 긁는 창법으로 거친느낌을 표현했는데, 이어 등장하는 코러스의 일렉 기타 사운드와 맞물려 의도대로 자연스럽게 강한 에너지를 분출한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인 '우리를 노리는 주변의 위험한 것들에 굴하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 함께 이겨내기 바라는 마음'은 강렬한 사운드와 거친 보컬로 표현되었다. 행복 넘치는 음악 축제인 [SEVENTEENTH HEAVEN]의 문은  '에너지 넘치는 세븐틴만의 긍정 송'으로 시작된다. 

 


2번 트랙은 타이틀 곡인 '음악의 신'이다. 축제 컨셉이라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경쾌한 신스와 브라스 사운드의 조화가 돋보이는 곡으로 펑키한 분위기에 리드미컬한 보컬, 위트있는 가사로 세븐틴만의 축제를 선보인다. 오랜기간 무거운 컨셉으로 활동해온 탓일까, 단 한 번 들었을 뿐인데 청량으로 밀고 나가던 초창기 세븐틴이 떠오른다. 사실 세븐틴을 떠올렸을 때 연상되는 이미지는 '손오공'보다 '음악의 신'이 더 가까워서 가장 세븐틴스러운 곡이 타이틀로 선정되어 좋게 받아들여진다. 또, 이 곡의 트레이드 마크인 '쿵치팍치'는 공개 당시 호불호가 갈렸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또한 세븐틴만의 위트있는 화법으로 해석되기에 강력하게 호에 손들고 싶다. 


3번 트랙인 'Diamond Days'는 세븐틴이 데뷔하기도 전에 선공개되었던 ‘Shining Diamond’를 샘플링한 곡이다. 데뷔 전 불안함과 패기로 가득했던 곡을 8년이 지난 뒤 재해석한다는 건 그때와 달라진 지금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가볍게 털어놓기 좋은 최적의 배경이기도 하다. 그리고 흙 속에 묻혀있던 날 보여줄 것이라던 당찬 포부는 지난 날을 돌아보며 여전히 빛나는 우리가 되었다. 


이어서는 각 유닛 별로 한 곡씩 진행된다. 먼저, 퍼포먼스 팀의 'Back 2 Back'은 얼터너티브 EDM 장르의 곡으로 매우 날카롭고 강렬한 신스가 인상적이다. 트랙 자체는 되게 찢고 날카롭고 등의 수식어로 가득한 느낌인데, 보컬은 대조되게 알앤비 멜로디가 얹어져 사운드의 모서리를 조금이나마 뭉툭하게 해준다. 아마 보컬마저 파워풀했으면 너무 투머치하지 않았을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날카로워서 감상하기에 살짝 버거운 감이 있었지만, 퍼포먼스 팀이기에 이 사실이 조금 중화되는 듯하다. 


그다음, 힙합 팀의 'Monster'다. 인트로부터 등장하는 벨 사운드와 베이스 라인의 조화가 너무 좋아서 이때까지의 곡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다. 살짝 오싹한 느낌도 자아내는 인트로는 시작부터 힙합 팀의 노래임을 확실히 알리는 역할을 했다. 멤버가 작사에 참여한 만큼 솔직한 감정을 가감없이 드러냈고, 그간 쌓아온 탄탄한 거리어와 데뷔 8년차가 주는 여유로움이 한껏 돋보이는 곡이다. 세븐틴의 커리어 상으로 이쯤에서 공개되는 귀여운 헤이러 저격 송은 적절한 타이밍이다. 


마지막 유닛인 보컬 팀의 '하품'은 서정적인 감성의 발라드 장르의 곡으로 보컬 팀의 명성에 맞게 고른 선택으로 보인다. 피아노, 스트링, 기타 사운드를 기반으로 기승전결이 뚜렷한 전형적인 발라드 구조로 멤버들의 보컬 실력도 잘 드러났지만, 전체 그림에서 본다면 아쉬움이 크다. 바로 직전이 힙합 팀이었던 터라 급격하게 대조되는 분위기는 붕 뜨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각 유닛이 존재한다는 게 세븐틴의 특징인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동반되는 감상이다. 거기다 가사마저 따로 논다. 전체적으로 세븐틴을 주체로 한 곡들 뿐인데, 유일하게 사랑을 노래한다. 차라리 다른 소재로 풀어냈으면 좀 덜했을 것이다. 곡 자체는 무난하게 갈 수 있으나, 전체 그림에서 본다면 아쉬운 평이다. 


마지막 7번 트랙 'Headliner'는 엔딩을 장식하는 만큼 팬송으로 준비했다. 세븐틴의 영원한 헤드라이너인 캐럿에게 바치는 헌정곡으로 백그라운드에 깔린 화음과 곡을 이끌어가는 밴드 사운드가 어우러진 곡이다. 'Headliner'라는 제목에 걸맞는 밴드 사운드는 일부러 노린 것이 아닐까 하는데, 탁월한 선택으로 보인다.  보컬 팀의 곡을 제외하고 전부 강렬한 사운드와 강렬한 보컬만을 선보였다면, 마지막은 아련함을 듬뿍 넣었다. 세번의 단체곡, 세번의 유닛곡, 그리고 팬송. 완벽한 구성을 자랑하는 트랙리스트다. 




이 축제의 주최가 세븐틴인 만큼 자신들의 이야기로 가득찬 앨범이다. 지난 8년 내내 워커홀릭이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활발히 활동을 이어온 세븐틴의 여정이 이따끔씩 생각나기도 한다. 호기롭게 나와 좋은 출발을 안고 등장했으나, 중간 지점에서 하락세와 상승세를 반복하며 잠시 주춤일 때도 있었고, 그러다 최근 다시 급격한 상승세를 이룬 모습은 그들의 지치지 않는 열정과 업에 대한 사랑을 보여준다. 축제와 걸맞는 아트워크, MV, 타이틀 곡, 그리고 주최자의 이야기만을 담아낸 세븐틴의 행복을 맛봤다. 

매거진의 이전글 탄탄한 기획이 만드는 빈틈없는 서사, 투바투의 청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