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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 Aug 01. 2021

낙하의 의미

추락인가 비상인가 - 악동뮤지션의 ‘낙하’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낙하는 뉴턴의 사과이고 가장 즐거운 낙하는 번지점프, 가장 두렵고 비극적인 것은 투신이리라 생각한다.

낙하라는 소재는 많은 작품 속에서 쓰이는데 그것은 대개 추락과 비참으로 대표되지만 악동뮤지션의 ‘낙하’는 조금 다르다.

오히려  노래 속의 ‘낙하 추락보다는 비상에 가까우며 이는 번지점프를 떠올리게 한다.


말했잖아 언젠가
이런 날이 온다면
  혼자 
내버려두지 않을 거라고

죄다 낭떠러지야,
예상했던 것보다
 아플지도 모르지만

 손을 잡으면
하늘을 나는 정도 
 이상도 느낄  있을 거야

  감고 낙하- -
믿어    감고 낙하 
  감고 낙하- -
믿어    감고 낙하 

초토화된 곳이든
뜨거운 불구덩이든
말했잖아 언젠가 그런 날에
나는  떠나지 않겠다고

죄다 낭떠러지야,
예상했던 것보다
 아플지도 모르지만

 눈을 본다면
밤하늘의 별이 되는 
기분을 느낄  있을 거야

 하면 뛰어 낙하- -
     참고 낙하
 하면 뛰어 낙하- -
     참고 낙하

Ooh show how we love
보여주자 웃을 준비를 끝낸 그들에게
아무것도 우리를 망가뜨리지 못해

  감고 낙하- -
믿어    감고 낙하
 하면 뛰어 낙하- -
     참고 낙하


동반 투신자살을 부추기는 노래같이 들려 섬뜩하다는 유튜브 댓글이 원작자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안타까운 해석임을 탄식하면서도 사실 어느 정도 공감을 표할 수밖에 없긴 했는데 이는 우리나라가 불미스럽게도 자살사고가 워낙 많은 나라이기 때문이겠지.


들으면서 생각난 다른 작품이 있었다. 서효인의 ‘저글링’은 구병모의 소설 ‘파과’에서 인용하여 알게 된 시인데 전문과 인용된 부분만 보는 것의 느낌이 다르긴 하나 딱 인용된 부분이 이 노래를 떠올리게 한다.


떨어뜨리는 것에 익숙해지면
으깨진 과일에 더 이상 미련은 없다


‘하나 둘 셋 하면 눈 딱 감고 낙하’. 이 가사와 연결되는 느낌. 노래에선 ‘낙하’ 부분을 길게 끌어 낙하-아-아-로 들리는데 어떤 댓글은 그게 ‘나아가-’로 들린다더라. 그러고 보니 그렇게 들으면 그렇게도 들린다. 눈 딱 감고 나아가면 바닥에서도 같이 있어줄 사람은 있고 애초에 바닥도 없는 하늘 위에 우린 있는 거라고, 나아갈 수 있으려면 날아야 한다고.


추진력을 위해서 몸을 굽히고 자세를 낮추는 달리기 선수처럼, 하늘을 달리기 위해 번지점프를 하는 사람처럼.




일본 인디밴드 YOASOBI의 노래, ‘밤을 달리다’는 이 낙하라는 소재를 다르게 풀어낸 곡이다. 이 노래는 정말 동반 투신의 스토리를 갖고 있으며 원본이 되는 단편 소설과 타나토스라는 주제가 있다. 부정적 의미가 짙어 영어버전은 들으려고 하면 불쾌한 소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며 경고문구도 뜨더라.


그러나 악동뮤지션은 일본 밴드가 아니고, 우리나라 감성은 우울도 많지만 희망도 많다. 악뮤 자체가 노래해온 감성은 늘 희망 뿐이었다. 세상에 질문을 던지거나 아픔이 있어도 극복하거나, 좋아하는 마음을 담거나 때론 꾸러기처럼 굴어보거나. 악뮤의 길은 늘 비관이 아니었고 이찬혁의 세계는 꽤 밝은 편이라 낙하가 가진 의미가 비관에 그친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하늘을 날며 밤하늘의 별의 되는 일이다. 낭떠러지지만 절대 혼자 내버려두진 않기로 했다. 희망은 끝났다고 생각할 때 꼭 한 번은 찾아온다.

그러니까 역시 이카루스보다는 함께 떨어져 날아오르는 일이 더 낭만적이겠지. 악뮤의 낙하는 밤에 파묻히기 위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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