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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랖겪처 Mar 01. 2022

빛으로 가는 길

아이돌마스터 스탈릿 시즌, 2021


설 연휴를 이용해 <아이돌마스터 스탈릿 시즌>의 엔딩을 봤다. 2017년 발매된 <아이돌마스터 스텔라 스테이지> 이후 4년만에 발매된 '아이마스' 시리즈의 콘솔(이번 작은 스팀으로도 발매되었다) 최신작인 데다가 765올스타즈 13인 외의 타 시리즈 아이돌들 또한 참전한다는 소식 탓에 트레일러 공개 당시부터 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발매 전 시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사무소별 참가 아이돌들을 공개했었기에,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올 인선을 기다리며 이를 예상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물론, 기대했던 아이돌들이 인선에 올라있지 않은 걸 확인하고는 약간의 실망도 했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밀리언 라이브의 5인과는 달리, 이른바 '간판 인선'을 택하지 않은 신데렐라 걸즈와 샤이니 컬러즈는 어째서 이런 라인업을 구성하게 된 걸까. 각자의 색이 워낙 강한 아이돌들이었기에 이들이 스토리 안에서 어떻게 섞여들까 하는 의문도 있었다. 하지만 고대하던 아이돌들과의 만남은 쉽지 않았다. 2020년 내에 발매하겠다는 원래의 계획이 틀어지고, 그렇게 해서 미뤄진 21년 5월 발매 일정까지 10월로 또 한 번 연기되면서 꼬박 1년여를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더 이상의 연기는 없었고, <스탈릿 시즌>은 2021년 10월 14일 무사히 발매되었다. 플레이어는 미국에서 막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765 프로덕션의 프로듀서로, AS13인과 밀리언 라이브의 아이돌들을 포함한 765프로의 아이돌들과는 이미 업무를 통한 일면식이 있다는 설정이다. 도쿄로 돌아오자마자 타카키 준지로 사장의 부름을 받은 프로듀서는 곧바로 업무를 떠맡게 된다. 연 단위로 진행되는 대규모 아이돌 제전 '스탈릿 시즌'에 출전할 프로젝트 그룹을 프로듀싱하는 일을 말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765프로를 중심으로 하여 346프로, 283프로 총 세 개 사무소의 아이돌 28명이 모이게 된다. '프로젝트 루미너스'가 결성된 것이다. 여기에 예정에 없던 또 한 명의 아이돌, 이번 작의 신규 캐릭터인 ‘오쿠조라 코하쿠’가 모종의 일을 계기로 프로듀서에 의해 스카우트되면서 최종 인선은 29인으로 짜이게 된다.



    시리즈의 신작이 출시되면 신규 캐릭터 또한 추가되는 게 당연한 수순이긴 하지만, 이전작의 시이카 같은 선례가 있었기 때문에 걱정이 앞선 것이 사실이다. 해당 작품의 스토리에만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라 추후 발매될 다른 작품들과 모바일 시리즈에도 개입하여 ‘설정 붕괴’를 일으킬 여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이는 기우였던 듯 싶다. 코하쿠는 사무소 간의 크로스오버라는 사상초유의 전개 안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있으며, 단독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도 않는다. 라이벌 진영인 961프로의 신캐릭터 ‘아야’와의 갈등은 메인 스토리의 한 축이 됨과 동시에 루미너스의 아이돌 각자의 면면을 조명하고 멤버들을 결속시키는 장치로서 활용되기도 한다. 여기에 발매 전부터 자신했던 ‘아이돌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스토리를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다. 때문에 ‘오시’ 아이돌과의 유대를 충분히 쌓으면서 메인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이 가능하다.


    도통 기준을 알 수 없었던 데레마스와 샤니마스의 인선도 플레이를 하다 보니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고심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두 시리즈의 아이돌들의 다소 강한 개성이 기존 765프로 아이돌들의 속성과 어우러지면서 나오는 시너지가 있다. 언리언 엔진을 사용한 아이돌들의 모델링 또한 시리즈 간의 화풍 차이를 전혀 느낄 수 없게 조형되어있기에, 이 시너지에 자연스러움을 더해준다.



    스토리라인과 커뮤니케이션에 힘을 준 부분은 훌륭하지만, 육성 시스템 면에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프로듀서는 레슨과 스테이지 활동을 통해 아이돌들의 보컬, 댄스, 비주얼 스탯을 올릴 수 있다. 아이돌마다 특화된 능력들이 따로 있어, 특정 능력치가 우선되는 스테이지의 경우 이를 잘 살펴보며 아이돌을 배치해야 한다. 문제는 아이돌의 스킬 트리와 전반적인 능력치를 한 번에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스탈릿 시즌>은 매 주말마다 출연해야 하는 스테이지가 정해져 있고, 매달 말일에 진행되는 스탈릿 시즌 운영국 주최의 과제 스테이지에서 목표치를 달성해야만 다음 달로의 진행이 가능하다. 때문에 스테이지에서 요구되는 스탯을 살펴가며 육성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스킬 트리와 총능력치를 나타내는 탭이 나눠져 있어 확인하는 것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사실상 일을 두 번 하게 되는 셈인데, 아이돌 특화 능력 또한 따로 강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매번 스킬 트리 탭을 살펴보며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다.


 

   전반적인 난이도는 굉장히 높은 편이다. 7월부터 육성 난이도가 본격적으로 높아지는데, 달마다 가창 아이돌이 정해져 있고 이 라인업이 미리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이전 세 달의 육성이 어설펐다면 말일 목표를 완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실제로 플레이하면서 한 달치를 그대로 다시 육성시켜야 했던 경험이 있기에, 자신이 없다면 DLC 아이템과 공략의 도움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2회 차 플레이 시에는 1회 차 클리어 데이터를 인계받아 진행할 수 있고 가창 멤버의 제한도 없기 때문에, 보다 여유로운 플레이가 가능하다.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스팀의 유저평은 어느 정도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되지만, 요 몇 년 아이마스 시리즈의 가정용 작품들의 부진을 되돌아봤을 때 <스탈릿 시즌>은 잘 만든 게임이다. 자칫하면 리스크가 될 수 있었던 시리즈 간 크로스 오버를 섬세하게 전개하여 그간의 매너리즘을 탈피하였고, ‘본가마스’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감성을 그대로 녹여내는 데에도 성공했다. 이전에 아이마스 시리즈를 접해본 적이 없다면 입문작으로도 손색없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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