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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랖겪처 Sep 18. 2021

Ganesha's Heart

언차티드Uncharted: 잃어버린 유산, 2017

너티독이 개발하고 2017년 출시한 <언차티드: 잃어버린 유산>을 PS4로 플레이했다. 본편인 <언차티드 4: 해적왕과 최후의 보물>의 스탠드 얼론 DLC로, 시리즈에 출연했던 조연 클로에 프레이저와 나딘 로스가 주역이 되어 서사를 이끌어나간다.


    작품의 배경은 반란군이 점령하여 내전 중에 있는 인도다. 클로에는 아버지가 생전 끝마치지 못한 '호이살라' 유적의 발견과 탐사를 위해 전직 용병 대장 나딘과 일시적 동업 관계를 맺고 반란군과 수장인 아사브와 맞서게 된다. 게임은 프롤로그와 피날레를 포함하여 총 11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매 챕터마다 시리즈 특유의 클리프행어적 전개로 플레이에 박진감을 더한다. 특히 잠입과 근접전을 권장하는 동선 구성이 인상적인데, 일부 챕터에선 이전 시리즈의 방식대로 무작정 '개돌' 했다가는 재미가 반감될 수도 있다. 도입부에서 총 한 자루 들지 않은 맨손으로 반란군을 제압하는 클로에의 위용을 몸소 체험하고 나면, 자연스레 숨죽이며 잠입 경로를 탐색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언차티드: 잃어버린 유산>은 시리즈의 기믹을 충분히 활용하되 클리셰를 스스로 부수는 상황(나딘이 합류 후 반란군을 피해 도주할 때 '상자'와 관련해서 나온 대사 등)이나 챕터 4의 반오픈월드적인 플레이 방식을 통해 시리즈 기존의 재미를 유지함과 더불어 신선함을 느끼게 해 준다. 특히 스토리 절정부의 기차 총격전은 시리즈 2편을 그대로 오마주 하면서도 클로에와 나딘 두 사람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시원하고 통쾌한 액션과 '케미'를 보여준다.


    각자의 사정과 한탕을 위해 일시적으로 동업자가 된 두 사람의 쉴 새 없는 삐걱댐(=파트너십)은 작품의 핵심이다. 고츠산맥에 들어서면서 지프를 몰게 되는 플레이 방식은 수륙양용 버전의 '델마와 루이스'를 떠올리게 하는데, 절벽에서 차를 몰다 추락했을 때 얻게 되는 "잡히지 말자" 트로피는 이를 염두한 제작진의 센스를 엿보게 한다. 다소 능글맞고 처세에 능한 클로에의 방식에 시종일관 뻣뻣하고 융통성 없게 굴던 전직 용병 대장 나딘이 클로에를 이해하고 마음을 열게 되는 일련의 과정은 게임을 더욱 살아있게 만든다. 물론 그 과정 중에 잠시 동안 주먹이 오가긴 했지만, 원래 우정이란 게 주먹다짐을 통해 단단해지곤 하지 않나.

클로에: 가네샤는 자신에게 내리쳐지는 도끼를 막지 않았어.

아사브: 말도 안 돼.

클로에: 가네샤는 언제든 파라슈라마를 쓰러뜨릴 수 있었어… 하지만 그랬다면 시바의 도끼가 약해 보였겠지. 무력해지는 거야.

나딘: 가네샤는 아버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했군.

클로에: 봤지? 나딘도 이해했잖아. 인도인의 피가 한 방울도 없는데 말이야.

    호이살라에서 아사브 일당에게 붙잡힌 뒤 클로에의 최후 항변을 받아치고 지지하는 나딘의 모습은 그가 클로에를 한 사람으로서 온전히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데, 이는 가네샤-시바의 관계성이 클로에와 아버지의 관계로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딘 또한 아버지의 업을 물려받았던 만큼, 클로에에게 느끼는 동질감도 있었을 것이다. 때문에 곧 닥칠 위기에도 불구하고, 두 파트너의 우정이 맞닿는 장면은 깊은 감동을 준다.


수미상관의 미를 잃지 않는 '뻔한' 완결마저도 언차티드다운 재미이다.

    <언차티드: 잃어버린 유산>은 시리즈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서사적 완결성까지 놓치지 않은 작품이다. 본편의 주인공인 네이트 없이도 깊고 완성된 이야기를 보여주었으며, 클로에와 나딘 두 파트너의 속편까지도 기대하게 만든다. 며칠 전에 있었던 플레이스테이션 쇼케이스에서 본편과 해당 작품의 리마스터 및 PC 이식이 발표된 만큼, 차기작의 소식도 시일 내에 들려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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