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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별고래 Apr 19. 2024

나에게 이민이라니

스웨덴 이민 준비 (1)

    "자기야, 나 1차 합격이래. 다음 주에 면접 보자는데?"

    "진짜? 잘 됐네! 축하해! 대단하다 내 남편!"


      우리 부부는 연애할 때부터 막연히 더 나이 먹기 전에 외국에 나가서 살아보고 싶은 소망이 있었다. 여행을 너무 좋아했던 나와 함께 지내면서, 남편은 나의 이런 성향의 영향을 더 받았던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넓은 지구에서, 이렇게 많은 나라들이 있는데, 굳이 좁은 한국 땅에서 복닥복닥 경쟁하면서 힘들게 살아갈 필요가 있을까. 이 나라 밖에는 어떤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과연 내가 이때까지 맞다고 믿고 살고 있던 것들이 진짜 다 맞는 것일까. 


     남편은 자동차 엔지니어로 교사인 나보다 해외 이직의 기회가 많았고, 이번이 아니면 이제는 도전하못할 것 같다는 간절함과 '그까짓 것 한 번 해보지 뭐'라는 도전 정신으로 이직 사이트에 프로필을 올리고, 자기소개서를 보냈다. 우리의 옵션은 세 가지였는데(자동차 회사로 유명한 미국, 독일 그리고 스웨덴), 미국은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선호하고 기회도 많은 땅이었지만, 나는 미국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마약, 총기 사고 그리고 어디서 주워 들어온 많은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들, 별로 내키지 않았다.  그리고 독일 회사는 대게 독일어가 유창한 엔지니어를 선호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독일어라고는 평생 입도 뻥끗 못 해본 사람들이었다. 마지막 하나 남은 스웨덴.

 '여기는 그나마 유럽에서도 가장 영어를 많이 쓰고, 볼보는 또 굉장히 인터내셔널 한 회사니까 해 볼만하지 않을까? 그래, 여기네.' 


    사실 지원서를 쓰면서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유럽은 EU 국가 외 사람들은 거의 채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지금은 사정이 조금 살라졌을 수도 있다), 채용이 된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거의 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대학을 나왔거나, EU 국가의 워크 비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 혹은 유럽에서 조금이라도 실무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남편처럼 아무런 연고 없이 한국에서의 커리어만으로는 거의 유럽 이직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지원서를 넣고 한 달 후 1차 서류에 합격했다고,  면접을 보고 싶다는 연락을 받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설마 설마 하는 동안 2차 팀원들과의 면접, 3차 채용에 필요한 시험까지 계속 계속 통과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러다 진짜 되는 거 아니야?'

'되면 가긴 가야 되는데, 정말 가는 게 맞는 걸까?'

오만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하던 어느 날 밤 받은 한 통의 메일.


축하해, 우리는 너와 함께 일하기도 결정했어.
너와 함께 일하게 될 날을 기다리고 있을게.


    갈 수만 있다면, 기회만 있다면 너무 좋아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날 것 같았는데, 막상 메일을 받고 다니 어안이 벙벙하고 당황스러웠다. 그동안 한국에서 안정적인 직장 생활로 영위했던 이 모든 것들을 다 버리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 가족도 친구들도 이제는 멀어질 텐데 그 외로움을 잘 견디고 적응할 수 있을까. 


     나는 그 당시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었고, 오랜만에 시작한 공부에 막 재미를 붙이고 있던 참이었다. 공부를 하면서 새로운 꿈이 생기기 시작했었고, 한국에서 이제 '제대로 잘' 살아보자고 마음을 붙들고 있었다. 하지만 이민을 간다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이었다. 게다가 그때 나는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편이었고, 이민을 가면 당장 다른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 나이에 새로운 언어라니. 정말 눈앞이 캄캄했다.  인생이 참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고, 계획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필 지금, 이 타이밍에 이렇게 될게 뭐람.


     밤 잠을 설치고, 주변에 외국 생활을 했던 지인들에게 연락해 물어보고, 스웨덴 살이에 관련된 온갖 유튜브와 블로그는 죄다 찾아보며 열흘 정도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수십 가지의 걱정거리를 뒤로한 채, 단 한 가지 확신을 가지고 결정을 내렸다.


가보지 않으면 두고두고 평생 후회할 것 같아서.


 그렇게 우리의 멀고도 험한 이민 준비의 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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