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뜬 May 25. 2020

비오는 날

비오는 날

당신은 제게 종종 무리하지 말라 말하고는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미소를 지으며 그렇다고 대답하고는 하죠.

하지만 저에게 삶은 생존경쟁이자 전쟁 속입니다.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자 각자의 삶의 무게만큼

제가 넘어야만 하는 산들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나의 방이 쓰레기장처럼 변한 것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이런 것들이 아니라 머릿속에 있는 무엇이라 여겼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빈병 하나 치울 수 있을 만큼 힘을 매일 소진하고

그런 자세로 하루와 싸워내고 있습니다.     

삶을 이렇게 견디고 나아간다는 것으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아프고 힘든 일인지 알고 있지만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삶도 있는 법이니까요.     


서툰 내가 가끔은 당신에게 가시가 되어 

생채기를 내는 것은 아닌지 매우 걱정이 됩니다.

그러니 나는 참으로 애달픈 마음이 되고

또 비가 내리고 삶에 웅덩이가 고이죠.     


비오는 날을 제가 좋아하는 것은 아마도 난 울 시간도 

울 힘도 없으니 세상이 대신 울어주는 것 같아서 일까요.

그런 날들처럼 저에게 웅덩이가 고이네요.     

그렇다고 어찌 제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어찌 몸뚱이에 아무런 힘이 남아있지 않다고 해서

당신을 끌어안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하루종일 앞으로 나아가면서 힘을 다 써버렸다고 할지라도

다시 당신에게 달려가야만 합니다.

그것이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증표입니다.     

오늘도 웅덩이가 고인 하루입니다.


내 마음에 비가 내리고 당신은 미묘한 얼굴로 떠났고

빗소리만 잔잔히 울리는 밤입니다.

이런 날에는 그저그저 진실로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아픈 하루가 쌓였고 소심한 나는 또 비오는 밤을 만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