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무너지는 밤이 있다.
돌무더기에 앉은 나는 참으로 많이 울었다.
하나하나 정성들여 쌓아올린 건물과 탑과
그리고 집들이었다.
참으로 아름다웠노라 감탄했었다.
그런 나의 성이 무너지는 날이 있었다.
천지지변도 아닐진데 전쟁이 난 것도 아닐 텐데
그저 계절이 바뀔 때 불어오는 봄바람에
그런 얕은 바람에 무너져 버렸다.
괜찮다. 괜찮다.
계속해서 읊조렸다.
울먹이며 또 읊조렸다.
나는 언젠가 이보다도 더 큰 성이 무너지는 것을 봤었다.
그 때도 나는 그 성안에서 살고 있었다.
그 때는 정말 세상이 미워졌다.
물론 지금도 그런 마음이 들지만
꾹꾹 누르며 세상탓을 하지 않는다.
잘못한 것은 세상이 아니다.
바뀌는 계절이 아니다.
불어오는 바람도 아니고 빛처럼 빠른 시간도 아니다.
나 때문이었다.
그래. 나는 튼튼히 지어보려 했지만
어쩌면 한 번 쉬고, 두 번 쉬는 사이에
빈틈이 생겼는지도 몰랐다.
아니, 그랬을 것이다.
쉼이라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하지만 그것은
그저 나의 변명이었다.
살아가는 것들에게 세상은 냉정한 법이었다.
멈춰져 있든 달려가고 있든
시간은 똑같이 흐르고 계절은 비를 내린다.
세상이 무너졌다.
괜찮다. 나는 또 읊조렸다.
이제는 더 나이를 먹었으니 더 숙련된
손길로 나의 성을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지. 꼭 그리해야지.
무너지는 밤 나는 울었고 세상은 고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