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돈이 안되는 시를 쓴다.
그래도 나는 시를 쓰고 싶다.
아니 어느 누군가의 말처럼
글이나 끄적이면서 놈팽이처럼 살고 싶다.
그래. 나는 시를 쓰니까.
봄바람에도 생채기가 나고 햇빛에도
말라비틀어지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아무도 모를 여린 마음으로 딱딱하고 날카로운
세상을 걷고 있으니.
어찌 시를 쓰지 않을 수 있겠어.
그래서 나는 시를 쓴다.
또 하나의 글을 쓰고 나를 위로한다.
그리고 당신을 위로한다.
나의 밤과 당신의 밤에 안녕이 깃들기를.
그리고 평안과 평화가 깃들기를.
종교도 없지만 알지 못할 신께 기도를 드리며
그런 밤을 상상하고는 한다.
나는 오늘도 꼬깃꼬깃한 시를 쓴다.
시라는 것은 본디 그런 것이었다.
애달파야 써지는 것이고 구겨져야만이
글귀가 나오는 법이었다.
그러니 나는 글을 쓸 수 밖에.
그러다 보니 또 책상 앞에 앉는 수 밖에.
내가 뱉을 줄 아는 진정한 것은
오롯이 글귀밖에 없으니.
글을 쓰며 내 안을 문장으로 채워간다.
삶의 마침표가 찍힐 때 나는 어떤 문장으로
마무리가 될 수 있을까?
여름이 오기 전 글을 쓰며 생각에 잠긴다.
구깃한 삶을 잉크로 꼬깃한 시를 쓰며
눈물 뚝뚝 흘리는 이런 날에.
글 쓰기 좋은 밤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