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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다 Apr 03. 2022

마법의 빈티지 보석함

정원 마녀의 그림일기 훔쳐보기 #4

오늘 정원 주인 희다가 여행 가방에 짐이 왜 이렇게 없냐고 물어봤다. 나는 여행할 때 가방이 무거워지는 것은 질색이라고 답해주었다. 가져온 짐이라고는 세상 제일 편한 검정 츄리닝 한 벌, 입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핑크 꽃무늬 원피스, 비행기에서 읽을 마법 사전, 지금 쓰고 있는 그림 일기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처음 지구에 도착했을 때 구한 빈티지 보석함까지 총 5개뿐이다. 어차피 나머지 물건들은 모두 지구에 도착해서 대형마트에 가면 못 구할 것이 없으니깐. 그러니 이번에 가져온 5개의 물건은 지구의 그 어떤 장소에서도 구할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소중한 것들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 빈티지 보석함은 어렸을 적 처음으로 지구에 왔을 때, 베를린에서 우연히 지나가게 된 주말 빈티지 시장에서 산 것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빛이 난다. 당시 비가 푸슬푸슬 내리는 날씨에 첫 장거리 여행이라 많이 지쳐있었던 나는 대충 시장 구경만 하고 숙소로 돌아가려는 참이었다. 그때 사람들 사이로 내 키만큼 쌓여있는 여러 고철 함들을 발견했고 그중에 꽃무늬가 유난히 예쁘게 그려져 있던 이 아이가 나를 불렀다. 낡으면 낡은 대로 빛나던 물건이 내 손안에 들어온 순간 그날의 피로가 마법처럼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아직도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나에게는 마법으로도 만들 수 없는 신기한 물건이다. 실제로 마법보다 더 마법 같은 현실들이 있다. 어떤 물건, 혹은 어떤 사람이나 상황을 우연히 마주치는 순간일 수도 있다. 이런 순간들을 이번 여행에서도 더 많이 마주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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