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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다 Apr 03. 2022

제이드와 헤어진 날

정원 마녀의 그림일기 #1

제이드와 헤어진 날 

2020년 1월 3일


제이드와 헤어졌다. 이별의 발단은 제이드의 코 고는 소리 때문이었다. 나는 그 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이어폰을 끼고 잠자리에 들어보려 노력했지만, 짐승이 포효하는 것 같은 소리는 플라스틱 기계를 무참히 뚫고 들어왔다.

“코 좀 그만 골아!”

하며 제이드를 아무리 흔들어도 그는 깨어나지 않았다. 볼을 때려도 보았으나 맞은 곳을 몇 번 쓰다듬더니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혼자 편안히 잠이 든 그의 얄미운 모습을 충혈된 두 눈으로 보고 있으니 점점 짜증이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그에게 마법을 쓰기로 결심했다. 그건 바로 그를 고양이로 만들어버리는 마법이었다. 고양이가 된 그의 코 고는 소리는 귀여운 그루밍 소리로 변했고 그렇게 나는 새벽 5시 30분 창문 밖이 어렴풋이 밝아오는 시간이 되어서야 잠이 들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충격에 휩싸인 고양이의 울음소리에 눈이 떠졌다. 나는 놀란 그에게 어젯밤의 사건에 관해 설명해 준 후,


"하루치 마법이니깐 내일이면 다시 돌아올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지금 화내는 모습도 꽤 귀여운걸? 전생에 고양이였을지도 몰라."

하며 나름의 위로와 칭찬도 건네주었다. 그 말을 들은 그는 갑자기 펄쩍 뛰어오르더니 창문 밖으로 뛰어나가 버렸다. 몇 시간 후, 그에게 핸드폰으로 카톡이 왔다.

‘우ㄹ ㅣ 헤ㅇ ㅓ지ㅈ자.’

휴, 정말 이런 사소한 다툼으로 헤어진 게 벌써 몇 번째인지. 아마 46년의 연애 동안 200번째는 족히 될 것이다. 답장을 생각하던 나에겐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떠올랐다.

1 ) 코 고는 소리 때문에 벌어진 일로 헤어지자고? 그렇게 헤어짐이 쉬운 거라면 헤어져!
2 ) 코 고는 소리 때문에 벌어진 일로 헤어져야 한다고? 그건 말도 안 돼!

결국 고민 끝에 1번을 택했다. 이번 이별이 정말 끝일 수도 있겠지만 지긋지긋한 감정 소비를 더는 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별다른 말 없이 ‘그래.’라고 답장을 보냈다.  그에게 짜증이 나는 한편 뭉툭한 털 뭉치 손가락으로 오타를 내가며 타이핑하고 있었을 그의 모습을 떠올리니 또 귀엽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안 돼! 이런 생각을 길게 했다간 오늘 보낸 답장을 후회하고 말 거다. 고루했던 관계를 뒤로하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진다. 오랜만에 지구로 떠나볼까. 그곳에는 흥미로운 것들이 많으니 분명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될 거야. 내일 당장 표를 알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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