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처음 분양받은 건 내가 제대를 하고 자취를 시작할 때였다.
본가에 처음 고양이를 데려온 건 내 동생이었는데, 막상 키우고 나니 부모님도 고양이를 굉장히 좋아하셔서 내가 키운다고 말했을 땐 처음과 달리 반대하지 않으셨다.
그렇게 임시보호를 하고 있는 사람이랑 연락이 닿아서 고양이를 분양받기로 했는데, 기다리는 동안 내심 기대는 됐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다. 고양이가 귀엽지만 케어는 현실이라며 조언해주던 친구의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데려온 첫날 그렇게 데려온 고양이는 태어난 지 한 달 정도 된 녀석이었는데, 뭐가 그리 마음에 안 드는지 데려오는 내내 울어댔다. 어디가 아픈가 싶어 일단 이유식부터 먹여봤는데, 물 마시듯 먹고 나서 그제야 얌전해졌다.
이름은 치즈 태비라서 망고로 지었는데, 고양이는 새끼 때 성별 구분이 어렵다 보니 암컷인 줄 알고 이렇게 지었다. 나중에 접종받으러 병원을 갔을때 수컷인걸 알았다.
그 후로 며칠 동안 알아서 잘 돌아다니고 밥도 잘 먹어서 딱히 힘든 점은 없었다. 그러다 접종 날짜가 돼서 병원을 방문했는데, 거기서 충격적인 소식 하나를 듣게 되었다.
망고가 링웜이라는 곰팡이성 피부염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데려온 첫날에 망고 털이 좀 듬성듬성 빠져있는 걸 확인했지만 별 대수롭지 않게 넘긴 게 화근이었다.
문제는 링웜이 사람한테도 전염된다는 점인데, 그제야 나는 내 팔이랑 가슴 쪽에 빨간 반점이 생긴 걸 알았다. 게다가 링웜은 전염성이 굉장히 강해 나뿐만 아니라 내 지인들 중 망고를 만진 사람 몇 명이 나와 똑같은 반점이 생겼다.
그중에서 나는 잠도 같이 자다 보니 생각보다 여기저기 전염이 된 상태였다.
일단 망고는 병원에서 접종 후 약용샴푸를 처방받아 일주일에 두 번씩 목욕을 시켰고, 나도 피부과를 들리거나 연고를 사서 몇 주 동안 계속 발랐다.
그나마 다행인 게 나를 포함해서 내 지인들도 얼굴까지 반점이 번지진 않아서 일상생활에 큰 지장은 없었다는 점이다.
꾸준한 목욕 덕에 망고는 털도 다시 나고 몸집도 커져서 점점 활발해졌다. 주로 노트북 위에 드러눕거나 책 위에 올라와서 장난을 치곤 했는데, 내가 의자에 앉아있다가 잠깐 일어나면 바로 의자 위로 올라와서 그대로 자리 잡기도 했다.
고양이가 집사를 방해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나는 아마 심심해서 이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망고는 매일 심심한지 놀아주고 얼마 지나지 않아 트릴링을 하며 놀아달라고 내 손을 물곤 한다.
지금도 양치나 발톱 그리고 털 등을 통해 케어가 현실이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하지만 토실토실한 얼굴, 핑크빛 젤리, 놀아달라고 애교를 부리는 모습이나 집사 위에 올라가 꾹꾹이를 하는 모습을 보다 보면 그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다.
있으면 귀찮기도 하지만 없으면 보고 싶은, 참 마약같은 녀석이다.
호랑이 한 마리, 1년 9개월 현재 6.2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