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션 Sep 08. 2024

상태 변화

조각글 모음 6

15. 힘겹지 않은 나날들


정말 오랜만에 글을 이어봅니다. 더위에 지쳐 어지럽고 축축 처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살만한 하루의 연속입니다. 누가 요즘 어때?라고 물어보면 흔쾌한 마음으로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문제들이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지만 몇 발자국 뒤의 일일 뿐입니다. 미리 떠안지 않으려고요. 별일 없습니다. 아마도 행복이 꽤 가까이 있나 봅니다.



16. 오랜만에 찾아온 울


우울, 울음, 울적함, 답답함, 가라앉음 등의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어제와 오늘의 제 상태입니다. 다행히도 머릿속은 그다지 복잡하지 않고 오히려 비어있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찾아온 감정이라 반갑기까지 합니다. 이 감정을 만끽해야지. 이 감정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연기할 때 써내야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착각일지 모르겠지만 이런 스스로가 제법 성장한 것 같기도 합니다.


17. 구원을 바랐던 게 아닌데


늘 피해되지 않기만을 바랐는데 그냥 산산조각이 나 버렸습니다. 한 손가락씩 떨어져 내리던 손을 놔버렸습니다. 나를 안듯이 잡고 있던 여리고 단단한 손가락들은 이제 내 손을 떠났습니다. 자꾸만 놓치는 것들이 있습니다. 놓치고 싶지 않지만 그것이 내 욕심임을 압니다. 이별이 무색한 나이가 존재할까요.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화도 슬픔도 기쁨도 무엇도. 그 자리에 외로움만이 가만히 발갛게 벗겨져있습니다. 되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18. 전화 한 통


사람이라는 것은 어쩌면 정말 커다란 고통에서도 일어설 수 있고, 작디작은 행운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게 설계되어 있나 봅니다. 전화 한 통이 그립고 전화 한 통에 기쁩니다. 전화 한 통에 망가진 모래성이 부드러운 모래사장이 되어 파도와 함께 넘실댑니다. 니의 우울은, 나의 기쁨은 누구나 알 수 있지만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이를 표현할 언어를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와의 대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