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내 발생하는 다양한 심리가 궁금하신 분
심리학, 행동경제학 등에 관심이 있으신 분
우리는 게임을 시작할 때마다 항상 직면해야만 하는 단계들이 있죠. 바로 온보딩 단계인데요.
우리는 온보딩 단계에서 게임에서 제공하는 튜토리얼과 각종 안내를 받으며, 뉴비 유저로서 거듭나게 됩니다.
많은 온라인 게임에서 뉴비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스타터 팩이나 뉴비를 위한 기간제 아이템을 주는 온보딩 지원 이벤트를 제공하는데요.
이러한 뉴비 친화적인 시스템에도 UX 요소가 숨어 있다면 어떨 것 같으신가요?
오늘은 온보딩 속에 숨어있는 다양한 행동경제학, 심리학 요소 시리즈 중 두 번째인 '뉴비 친화적인 시스템에는 어떤 UX 요소가 있을까?'를 주제로 얘기해볼까 합니다.
그럼 시작해보겠습니다~
요즘도 계시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어릴 때는 방문 판매 아주머니들이 많이 계셨는데요. 이분들은 한 번 문을 열어드리기만 하면 어마어마한 언변으로 상품들을 셀링하십니다. 이와 같이 심리학에서 큰 요구에 앞서 작은 요구에 동의하게 만드는, 즉 '상대를 설득하는' 기법을 문간에 발 들이기 기법이라 부릅니다. 이 기법은 1966년 조나단 프리드먼(Jonathan Freedman)이 발표한 논문을 통해 처음 알려졌으며, 마치 닫히려는 문에 살짝 발만 걸쳐 닫히지 못하게 한 뒤에 점차 문 안으로 들어가는 듯한 단계적 심리 기법입니다.
프리드먼 교수가 했던 실험은 다음과 같습니다. 프리드먼 교수는 실험 도우미를 섭외해, 일반 가정집에 찾아가 주방용 제품 회사에서 나왔다며 2시간 동안 집에서 요리할 때 쓰는 제품들을 조사해도 되냐고 물었습니다. 이 요청에 동의율은 22%였습니다. 이에 프리드먼 교수는 처음 방문했을 때 비교적 답변하기 쉬운 소비 생활 관련 서베이를 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3일 후 재방문하여, 앞서 말했던 것과 같이 집에서 요리할 때 쓰는 제품을 조사해도 되겠냐고 했더니 동의율이 43%로 약 2배 가량 증가한 것을 확인했죠. 프리드먼 교수는 이처럼 쉬운 부탁을 먼저 한 후, 그 다음에 어려운 부탁을 해서 수락할 확률을 급격하게 올리는 기술을 'FITD(Foot-in-the-door technique)'라고 칭하게 되었습니다.(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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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법은 대체로 웹이나 앱 서비스에서 많이 사용되는데요, 특히 회원가입이나 결제 단계에서 많이 보입니다. 몇 년 전부터 자주 보이는 SNS을 연동하여 가입하거나 로그인하는 과정은 유저가 서비스에 진입하는 과정을 너무나도 간편하게 만들었죠. 하지만 결국 집 주소를 적게 되거나 우편 번호를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은 여전하지만, SNS 연동 기능은 번거로운 일을 하기 전에 사용자가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되어 회원가입에 필요한 심리적 허들을 낮추게 됐습니다.
우리에게 친근한 또 다른 예시가 있는데요. 바로 OTT 서비스의 1달 무료 이용 프로모션입니다. 요즘 많은 OTT 서비스에서 1달 간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해보고 이후에 유저의 선택에 따라 결제할 수 있는 프로모션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저 역시 OTT 서비스 B에서 해당 프로모션을 가벼운 마음으로 신청했습니다. 무료 이용 기간 동안 다양한 영상을 즐기고 있다가, 제가 인지하지 못한 사이 기간이 끝나 버렸습니다. 저는 B 서비스 없이 살기에는, 이미 해당 서비스에 너무 익숙해졌고 그 서비스가 일상에 스며들게 되어 버린 것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정신 차려보니 어느새 결제를 한 제 모습을 볼 수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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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서는 어떨까요? 제가 즐겨하는 MMORPG 장르 A 게임에서도 FITD를 찾아 볼 수 있었는데요.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A 게임은 사실 오래된 게임인 만큼 뉴비들이 적응하고 코어 유저가 되기까지 너무나도 많은 난관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흔히들 말하는 '고인물 게임'이 되어 그동안 뉴비들이 유입돼도 게임에 쉽게 적응하지 못 하고 금방 떠나갔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MMORPG A게임은 어느 순간부터 뉴비가 많이 몰릴 시기에 뉴비 육성 지원 이벤트를 열어, 경험치 지급량과 대미지가 뻥튀기 되어 사냥하기 좋은 육성 전용 서버를 개설해 준다거나 사냥하기에 불편함 없을 정도의 기간제 무료 아이템들을 일정 레벨까지 꾸준히 지급해 줍니다. 이전에는 뉴비들이 성장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껴 쉽게 게임을 떠났다면, 육성 지원 이벤트를 제공한 이후에는 보다 게임에 쉽게 적응하게 되면서 재미를 느끼고, 기간제 아이템이 만료되어도 코어 유저로 남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어떤 부분이 FITD로 유저를 온보딩 과정에 적응하기 쉽게 만든걸까요? 그 일등공신은 바로 기간제 아이템이라고 생각합니다.
MMORPG A 게임에서 지급되는 기간제 아이템이란 방학 이벤트 동안 지급되는 장비 + 방어구 + 악세서리 아이템으로, 특정 레벨까지 성장하는 데에 필요한 사냥을 보다 윤택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줍니다. 아이템 자체의 스펙은 조금 낮더라도 지급되는 아이템에는 세트 효과가 붙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어느 선까지는 편하게 사냥할 수 있어지죠. 물론 기간제 아이템을 장착하고 플레이 했을 때, 우리는 그 아이템의 효과를 그렇게까지 많이 체감하지 못 합니다. 하지만 아이템의 기간이 끝났을 때 비로소 그 효과를 느끼거나 역체감하게 되죠. 다시 말해 우리는 이미 기간제 아이템의 효과에 익숙해져, 아무리 보급형 아이템이라 해도 해당 아이템의 기간이 끝나 없어졌을 때 그 빈자리가 체감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베스트는 기간제 아이템이 사라지기 전에 게임에 재미를 느껴 더 강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템 세팅에 동기부여 받는 거겠죠?) 기간제 아이템이 사라지면 뉴비는 이전에 지급 받았던 아이템 세팅을 기준으로 딜이 아쉽다고 느껴지거나, 스펙에 있어 모자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해당 아이템과 비슷한 수준의 아이템을 구매하거나 더 좋은 아이템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그러면 이전만큼 게임을 즐기거나 더 먼 곳의 목표까지 생기게 되어 코어 유저로 거듭나겠죠. 게임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뉴비에게 '코어 유저가 되도록 한다'는 큰 일을 설득하기 위해 '육성 지원 이벤트를 통해 보다 쉽게 게임에 적응하도록 하는 작은 일'을 먼저 할 수 있도록 제반을 만든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뉴비가 게임에 잘 적응할 수 있게 하는 온보딩 지원 이벤트 속 행동경제학, 심리학 요소를 살펴보았는데요. 뉴비가 게임에 잘 적응하여 코어 유저로 거듭날 수 있도록 게임에서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옅볼 수 있습니다. 다음에는 또 다른 '온보딩 속에 숨어 있는 UX 요소'와 관련한 이야기를 가져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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