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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넥슨 UX분석실 Oct 17. 2024

잠 못 드는 공포!
공포 게임 UX 비밀을 파헤치다!


이런 분이 읽으시면 좋습니다!

공포 게임을 즐기는 유저의 심리가 궁금하신 분

공포 게임의 재미와 쾌감을 극대화 하는 UX가 궁금하신 분

유저 이탈을 최소화하는 공포 게임 UX가 궁금하신 분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넥슨 겜유블 독자 여러분!
여러분은 10월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가을? 단풍? (메이플스토리?)


저는 '할로윈'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평소 공포 게임과 공포 영화를 즐기기도 하고, 매년 할로윈 시즌마다 공포 컨셉으로 찾아오는 게임 이벤트를 기대하기도 한답니다. 최근 출시된 <Silent Hill 2> 또한 이번 할로윈에 플레이하기 위해 아껴두고 있죠!

필자가 평소 즐기는 미식축구 게임 <Madden Mobile>에서는 해마다 할로윈 시즌에서만 얻을 수 있는 공포 컨셉 아이템 이벤트를 제공한다(출처: Madden Mobile)


대학원에서도 인간이 공포를 느끼는 원리와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연구할 정도로 '공포'와 관련된 인지과학에 관심이 많은데요. 이번 할로윈은 여러분들과 200% 즐기기 위해 공포 게임을 주제로 아티클을 준비했습니다!


공포 게임을 무서워하시는 독자분이 계시다면 살며시 뒤로 가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이번 아티클은 무서운 이야기와 이미지를 활용하고 있거든요!
그러나 공포 게임이 제공하는 독특한 경험이 궁금하시거나, 매력을 느끼고 싶은 분들께는 이번 아티클을 강력 추천합니다. 보통의 장르와 다르게 공포 게임만이 제공하는 특별한 게임 UX를 알 수 있기 때문이죠!


일반적인 게임 장르에서는 성취감, 즐거움, 행복감 등 긍정적 감정을 얻기 위해 플레이하는 것과 달리,
공포 게임 내 각 요소는 유저의 두려움, 불안, 놀람을 유도하는 데 전략적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이는 다른 장르의 UX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법을 요구합니다.


공포 게임은 그저 유저를 깜짝 놀라게 만들면 될까요?
어떻게 하면 공포를 충분히 제공하면서도 유저가 이탈하지 않고
스토리를 잘 이어가도록 유도할 수 있을까요?


공포 게임은 기본적으로 공포-싸움-도망의 메커니즘을 제공하지만, 이 과정에서 유저가 게임을 이탈하지 않도록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이번 시간에는 공포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심리와 의학적 원리를 시작으로 이러한 복잡하고 독특한 UX 설계 방식을 요구하는 공포 게임의 비밀을 파헤쳐보겠습니다.




1. 공포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궁금해요!

1.1. 공포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의 심리

공포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심리는 다른 장르의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과 다릅니다.
연구에 따르면 주로 높은 수준의 감각 추구(Sensation seeking) 성향을 보이는 유저의 경우 그렇지 않은 유저보다 공포 게임을 즐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1]. 이는 새로운 경험, 강렬한 감정, 그리고 강한 자극을 찾아 나서는 경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공포 게임이 제공하는 긴장감과 예측 불가능성, 그리고 도전을 통해 높은 수준의 감각 자극을 얻기 위해 공포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공포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와 그의 심리가 궁금한 친구(출처: 생성형 AI)


1.2. 두려움을 느끼는 뇌의 의학적 원리

두려움을 느끼는 뇌의 주요 기관은 편도체(Amygdala)입니다. 편도체는 감정, 특히 공포와 관련된 반응을 처리하는 뇌의 핵심 부분입니다. 공포 자극에 직면했을 때, 편도체는 즉각적으로 경고 신호를 보내고, 이는 뇌의 다른 부분, 특히 전두엽과 연결되어 신체의 투쟁-도피 반응(Fight-or-Flight Response)을 유발합니다 [2]. 이때 심박수 증가, 혈압 상승, 아드레날린 분비 등이 일어나며, 몸은 위협에 대비하는 상태로 전환됩니다.


공포를 즐기는 사람들의 편도체는 공포 자극에 대해 더 빠르고 강하게 반응하지만, 동시에 그러한 반응을 더 잘 조절할 수 있는 능력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3]. 이는 공포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높은 수준의 감정 조절 능력을 갖고 있으며, 공포 상황에서 빠르게 자신을 안정시키는 데 능숙하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또한 공포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뇌는 특히 보상 시스템과 관련된 부분에서 다른 유저들과 차이를 보입니다. 공포 게임 플레이로 분비된 도파민은 공포를 느끼는 순간과 이를 극복했을 때 보상을 받았다고 느끼게끔 자극하여 유저에게 일종의 쾌감을 제공합니다 [4]. 이런 알고리즘은 공포를 경험한 유저들이 두려움을 느끼는 동시에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쁨을 얻고, 공포 게임을 선호하도록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뇌 과학 관점으로 바라본 자극별 담당 기관 및 역할(출처: 픽사베이)


전반적으로 공포 게임의 UX 요소는 편도체를 지속적으로 자극할 수 있도록 설계됩니다. 예를 들어, <Silent Hill>은 플레이 내내 어둡고 제한된 시야를 제공하고,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몬스터를 출현시키는 등 시각적, 청각적 자극을 통해 유저의 심리적 긴장감을 오랫동안 자극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유저의 편도체가 자극받는 시간이 길어지고, 결과적으로 전두엽의 판단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게끔 유도하여 유저의 심리적 긴장감을 유지시킵니다. 감정이 고조된 상태에서 유저는 투쟁-도피 반응을 자극받게 되고, 오랜 기간 고통으로 작용한 심리적 긴장감이 해소되었을 때 유저의 뇌는 극도의 '성공의 희열'을 느끼게 됩니다. 

시청각 자극을 극대화하여 유저의 편도체를 자극하는 <Silent Hill> 시리즈(출처: Tiago Borges)


지금까지 심리학과 의학에 기반하여 공포를 느끼는 원리와 심리적 특징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렇듯 유저의 뇌를 자극하고 심리적 반응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특별한 UX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지금부터 공포 게임 설계에서 고려하면 좋을 UX 요소를 소개하겠습니다.




2. 재미와 쾌감을 극대화하는 공포 게임 UX

2.1. 사운드 디자인

공포 게임에서 사운드는 UX의 핵심 요소 중 하나입니다.

시각적인 요소를 중요하게 여기는 일반적인 장르와는 달리, 공포 게임은 종종 시야를 제한하고 음향 효과에 더 의존해 플레이하도록 유도하며 불안감을 조성합니다. 음향효과는 청각 자극을 통해 편도체와 관련된 뇌의 반응과 자극을 강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갑작스러운 소리나 예측 불가능한 음향 효과는 유저의 뇌를 경계 상태로 유지시키고, 지속적으로 심리적 불안을 조성합니다. 즉, 음향 효과는 공포감 있는 분위기를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Monstrum>과 <Outlast>와 같은 게임은 플레이어가 볼 수 없는 환경의 소리, 멀리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 갑작스러운 비명 소리 등을 활용해 공포감을 증폭시킵니다.

'발소리'가 메인 콘텐츠일 정도로 청각 효과가 뛰어난 <Monstrum>(출처: Team Junkfish)


위와 같이 사운드 효과를 통해 공포와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UX 사례를 알아볼 텐데요.
게임 UX를 연구하는 제 입장에서 보았을 때 같은 총소리도 공포 게임과 일반 FPS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봐요. 전반적으로 정적인 공포 게임에서는 정적을 깨는 총소리가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총소리가 크고 무거울수록 유저의 긴장감을 자극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FPS에서의 총소리는 대략적인 캐릭터의 위치와 무기의 파괴력 파악에 집중한다면, 공포 게임에서는 몰입감을 위해 공간감까지 신경 쓰는 것으로 보여요. 즉, FPS에서 총소리의 폭발력과 강렬함에 포커스를 둔다면, 공포 게임에서의 총소리는 더 날카롭거나 메마른, 또는 억제된 느낌으로 답답함을 주는 등 더 입체적으로 표현하여 몰입감과 두려움을 고조시킨다고 보입니다. 지금부터 이와 같은 공포 장르 특유의 사운드 디자인 UX를 살펴보겠습니다.


정적 활용

전반적으로 어두운 게임 분위기와 의도적으로 시야가 제한된 상황에서의 정적과 침묵은 유저의 긴장감을 증폭시킵니다. 단지 큰 소리만이 공포를 유발하는 법은 아니기 때문이죠. 배경 음악과 효과음을 과도하게 사용하기보다는 중간중간 조용한 순간이나 정적에 가까운 낮은 음역대에서 울리는 불쾌한 소리, 기괴한 속삭임을 배치해 유저가 불안을 느끼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적절한 정적을 유지하다가 갑작스러운 소리를 제공해 유저가 받을 충격을 극대화할 수도 있습니다. 정적이라는 익숙한 패턴에서 벗어난 음향 설계는 유저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 방심하지 않고 게임에 몰입하도록 돕습니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등장한 소리가 유저의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키는 것이죠.


3D 공간음 및 방향성

공간 음향을 활용해서 지금 들려오는 이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하면 유저의 몰입도가 높아집니다. 예를 들어, 유저에게 다가오는 소리를 미세하게 들려주고, 유저가 해당 소리의 방향을 인지하기 용이하게 설계하면 해당 소리가 자신이 피해야 하는 위협인지 식별하기 위해 추적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게임에 몰입하게 됩니다. 또는 다소 몰입감을 헤치더라도 음향을 난방향으로 제공하여 소리가 발생하는 진원지를 파악하지 못하게 만들어 점점 가까워지는 소리에 대한 불안감을 극대화하는 방법도 공포와 재미를 증폭시키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주변 환경 및 배경음

자연스러운 배경음을 통해 캐릭터 주변 공간감을 공포감 있게 조성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가 오래된 집에 들어갔을 때 바닥에서 나는 삐걱거리는 나무 소리, 바람 소리 등을 들어본 적 있으실 텐데요.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잔잔하지만 공간감 있는 배경음을 갑자기 또는 점차 사라지게 만들면 유저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시각적 요소와의 동기화

중요한 순간의 음향 효과는 시각적 요소와 동기화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갑자기 문이 열릴 때 '쿵' 소리가 나거나, 화면에 섬광 효과가 나타날 때 폭발음이 들리는 식으로 시각적 효과와 맞물리는 소리는 충격을 극대화합니다. 이러한 음향 효과가 시각 요소와 동기화되지 않거나 너무 과장되면 유저의 몰입감이 깨질 수 있습니다. 시청각이 동기화되는 현실적인 음향을 설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요. 시각적 요소와의 동기화를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클리셰적으로 설계된 음향은 그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습니다. 


익숙한 소리 활용

음악이나 음향 디자인 시, 일상에서 익숙한 악기를 비정상적으로 사용해서 유저의 불안을 고조시키는 방법도 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피아노 멜로디를 거꾸로 재생하거나, 현악기의 떨림 소리를 사용하면 유저에게 비정상적이고 기괴한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2.2. 조명과 시각적 불확실성

시각적 요소는 뇌의 시각 피질에 영향을 미쳐 편도체를 자극하는데요, 유저가 위협 요소를 끊임없이 예측하고 대비하도록 신경을 자극합니다. 시각적 불확실성은 인간의 뇌에서 자연스럽게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이는 공포 경험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정확한 시각 정보가 주어지지 않으면 유저는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몰라서 회피 충동과 피로감을 느끼고, 궁극적으로 이를 '무섭다'는 감정으로 결론짓게 됩니다. 지금부터 조명과 시각적 불확실성을 다루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제한된 시야 제공

공포 게임에서 조명은 유저의 시각적 심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중요한 도구 중 하나입니다. 주변 시야가 제한되면 유저는 상상에 의존하게 되고, 이는 어둠 속에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심리를 자극하는 데에 효과적입니다. 그래서 어두운 환경, 제한된 시야, 깜빡이는 불빛 등은 플레이어의 불안감을 유발하고, 시각적 불확실성을 통해 공포를 느끼게 되는 것이죠. 또한 손전등과 같은 작은 빛을 통해 화면의 일부만 보이도록 하면 '폐쇄 공포증(Claustrophobia)'의 원리와 유사한 불안을 자극하고,  <Biohazard> 시리즈와 <Silent Hill> 등이 바로 이러한 제한된 시야를 활용해 유저의 불안과 공포를 적절히 자극하고 있습니다.

유저에게 제한된 시야를 제공하기 위해 조명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Alan Wake(좌)>와 <Biohazard Re:2(우)>(출처: Dario Boiko/ Remedy Entertainment)


갑작스러운 조명 변화

조명이 갑자기 꺼지거나 깜빡이는 것은 유저에게 순간적이고 짧은 공포감을 제공하는 데 유용합니다. 화면이 깜빡이는 순간을 제공하거나 의도적으로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을 오가도록 하여 시각적 혼란을 유발할 수 있는데요. 갑작스러운 조명 변화는 캐릭터 주변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을 증가시키고 유저의 몰입감을 흐트려서 유저가 순간적으로 게임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듭니다. 낮아진 집중력으로 인해 유저가 현재 상황을 인지하는 시간이 더뎌지고, 그만큼 위협에 대한 대응 준비도 더디게 되어 유저에게 초조함에 기반한 불안감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림자와 모호한 형태의 활용

그림자와 역광은 시각적 불확실성을 유발하는 훌륭한 장치입니다. 멀리 보이는 그림자나 미세하게 움직이는 형체는 유저가 직관적으로 위협적인 존재가 있다는 느낌을 받게 만듭니다. 구체적으로 식별되지 않은 대상은 인간의 상상을 끝없이 자극하고 공포감을 더하기 때문이죠. 이러한 공포는 움직이는 조명(바람에 흔들리는 촛불 및 등불 등)을 활용하거나 캐릭터 시야를 의도적으로 통제하여 흐리게 만들어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화면에 시각적 노이즈를 추가하거나 초점이 맞지 않은 장면을 연출해도 좋습니다. 유저가 온전히 상황을 인식할 수 없도록 하여 그들이 무엇을 보았는지 확신하지 못하거나 상상하도록 만드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멀리 떨어진 캐릭터를 제한된 조명과 함께 모호하게 제공하는 <P.T.(좌)>와 <Visage(우)> (출처: SadSquare Studio / Kojima Productions)


국지적 시야 및 조명 제공

길고 좁은 통로의 끝에 있는 어둠을 상상해 보세요. 혹은 조명이 어두운 구불구불한 통로를 걷는 느낌을 떠올려 보세요. 결코 유쾌한 경험은 아닐 것입니다. 이는 제한된 시야로 충분한 시각적 정보를 충분히 수집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정보 결핍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공간 전체를 밝히기보다는, 제한된 시야를 제공함으로써 유저는 '식별하지 못한 곳에 잠재적 위협이 있을지 모른다'는 긴장감과 불안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UX의 핵심은 일부만 보여주고, 나머지는 유저의 상상에 맡기는 것입니다.

유저가 정보 결핍을 느끼도록 의도적으로 제한된 시야를 제공하는 <Layers of Fear(좌)>와 <Shadow Corridor(우)>(출처: Bloober Team / Space Onigiri Game LLC)


2.3. 컨트롤과 인터랙션 제약

공포 게임 캐릭터 조작에 제약을 가하여 불안감을 조성하면 색다른 재미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Amnesia: The Dark Descent>에서 유저는 도망치거나 숨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공포-싸움-도망' 메커니즘에서 유저에게 제공된 선택지는 '공포-도망'뿐이며 이는 유저가 직면한 위협에 맞설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무기가 주어져도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공포의 원인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싸움을 준비하는 순간, 게임 개발자는 유저의 움직임을 의도적으로 제한할 수 있거든요. 

이러한 UX는 유저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는 인식을 줍니다.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도망가거나 숨는 수동적인 역할만 주어지거나, 그러한 수동적인 역할마저 제한된다면 유저에게 위협은 더 큰 존재로 보이게 됩니다. 

도망을 위한 컨트롤이 유일한 희망인 <Amnesia: The Dark Descent>(출처: Frictional Games)


한편 유저가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시간을 극단적으로 압축하는 방법도 캐릭터 컨트롤과 인터랙션을 제한하는 방법이 됩니다. <Until Dawn>의 경우 퀵타임 이벤트(QTE)가 중요한 역할을 하며, 특정 순간에 빠르게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캐릭터가 죽거나 상황이 나빠지는 제약을 제공합니다. 평범한 시네마틱이 진행되다가 갑자기 2초 내에 특정 버튼을 누르도록 만들거나, 정해진 시간 내에 나와 동료의 죽음 중 선택을 하게 만들어 긴장감을 높이는 것처럼 말이죠. 

정해진 시간 내 빠른 행동 또는 선택을 요구하는 <Until Dawn>(출처: Supermassive Games)




3. 유저 이탈을 최소화하는 UX 방법은?

공포와 긴장 완화 구간이 없으면 오히려 게임을 즐기기 어려워요. 공포감이 과도하게 지속되면 유저의 게임 이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입니다.
유저마다 공포감을 느끼는 시간과 정도는 개인차가 있어서 심리적 피로감과 몰입감 사이의 균형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러한 심리적 피로감과 몰입감을 통해 유저가 스스로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부터 이러한 균형을 유지해서 유저들이 중도 포기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UX를 알려드릴게요!


3.1. 심리적 스트레스 완화 구간 제공

공포 게임의 핵심은 무조건적으로 공포나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아닌, 긴장감 완화 리듬을 적절히 유지하는 것입니다.
심리학적으로 보통 사람들은 약 30~40분 정도 지속적인 긴장 상태에 놓이면 피로감을 느끼고 집중력을 잃기 시작합니다 [5]. 즉, 30분에서 1시간 정도 유저의 공포감을 자극하면 유저의 심리적 지침이 극에 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유저가 공포를 느끼는 시간이 짧더라도 그 강도가 높은 경우도 유저에게 큰 심리적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유저가 스스로 긴장감을 조절하고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게임 내 일상적인 탐험이나 캐릭터의 회복 시간, 퍼즐 해결 등의 여유 구간을 적절히 배치하면 이러한 긴장감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전반적으로 15분에서 20분 간격으로 강력한 공포와 완화를 교차로 제공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주기는 유저가 너무 빨리 지치지 않도록 하면서도, 긴장과 공포의 피크를 적절히 조절하는 데 효과적일거예요. 

긴장 및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 유용한 퍼즐 요소를 제공하는 <Resident Evil 4(좌)와 <The Evil Within 2(우)>(출처: CAPCOM / Tango Gameworks)


3.2. 유저 피드백 및 데이터 기반 조정

게임 테스트 과정에서 유저 피드백을 통해 그들이 언제 스트레스를 느껴서 이탈하고 싶은지에 대한 데이터를 얻는 것도 중요합니다. 
공포 게임을 즐기는 유저 대부분 공포와 긴장감을 좋아하는 성향을 갖고 있지만, 이들 안에서도 15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만 공포를 즐기고 싶거나 혹은 이보다 더 긴 시간 동안 공포를 느끼기를 원하는 하드코어 공포 팬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가능한 다양한 유저를 모집하고 공포의 강도뿐만 아니라, 공포의 종류(소리, 시각적 충격, 심리적 공포 등)를 테스트하면 유저가 스스로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에필로그

어떠셨나요? 공포 게임과 관련된 UX 이해도가 조금은 높아지셨나요?
지금까지 공포 게임 UX의 특별한 요소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동시에, 게임 UX 전문가들이 다양한 요소들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살펴봤습니다. 


게임 UX 전문가는 유저에게 최상의 공포 경험을 맛있게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심리적 요소들과 두려움을 느끼는 뇌의 작용 방식을 이해해야 합니다. 공포 게임이라는 장르는 단순한 오락이 아닌, 유저가 자신의 감정을 조율해 가며 희열과 성취감을 느끼도록 감정의 여정을 제공하는 매체임을 기억합시다.


독자 여러분들이 공포 게임 UX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하고, 공포감 조성을 위해 다양하고 깊은 UX 고민들이 섬세하게 다뤄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시간이었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넥슨의 <낙원: LAST PARADISE>을 플레이 해보았는데요. 우리에게 익숙한 서울이라는 공간을 어둠과 좀비를 활용해 이질감으로부터 오는 압박감을 잘 활용했어요. 또한 손전등이라는 국지적 시야와 청각 요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유저만이 아니라는 점(이를테면 여러분 주변의 좀비처럼요)도 신선한 재미를 제공하더라고요! 심호흡을 가다듬을 장치도 마련되어 있으니 많은 기대 바랍니다!

그럼 모두 Trick or Treat!

낙원: LAST PARADISE 트레일러 영상 보러 가기





참고문헌

[1] Clasen, M., Kjeldgaard-Christiansen, J., & Johnson, J. A. (2020). Horror, personality, and threat simulation: A survey on the psychology of scary media. Evolutionary Behavioral Sciences, 14(3), 213.

[2] McCarty, R. (2016). The fight-or-flight response: A cornerstone of stress research. In Stress: Concepts, cognition, emotion, and behavior (pp. 33-37). Academic Press.

[3] Ressler, K. J. (2010). Amygdala activity, fear, and anxiety: modulation by stress. Biological psychiatry, 67(12), 1117-1119.

[4] Bromberg-Martin, E. S., Matsumoto, M., & Hikosaka, O. (2010). Dopamine in motivational control: rewarding, aversive, and alerting. Neuron, 68(5), 815-834.

[5] Thayer, R. E. (1996). The origin of everyday moods: Managing energy, tension, and stress. Oxford University Press, 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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