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은 사업을 꿈꿉니다. 사업을 꿈꾸는 이유도 대부분 비슷합니다. 매월 급여를 받기 위해 하는 지루하고 반복적인 업무에 지쳐 있을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갈등과 조직 생활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직장인의 생애 소득은 입사와 동시에 어느 정도 정해져 있습니다. 각종 매체에서 전문직 고소득자들을 훨씬 능가하는 부를 쌓은 성공한 사업가들을 볼 때 마다 이대로 한정적인 삶을 살기엔 짧은 인생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 책은 이러한 사람들이 사업을 시작하기 전 먼저 '나는 과연 사업가인가'라는 물음에 자가 진단을 해볼 수 있는 책입니다. 의사,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은 해당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 고된 검증 과정을 거친 사람들만이 자격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사업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해야할 것은 내가 '근본적으로' 사업가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요 주제입니다.
그럼 사업가를 논하기 전에 '사업'이라는 단어의 명확한 정의가 필요합니다. 우리 동네에 작은 슈퍼와,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를 같은 '사업체'라고 묶기에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저자는 사업의 스펙트럼을 총 3가지로 분류합니다.
첫 번째는 '죠비(Job+Hobbie)' 입니다. 단어 그대로 유의미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해 취미 이상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형태입니다. 직장인들이 소소하게 하는 부업이나, 창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직 매출이 크지 않은 신생 회사 정도가 이에 속할 것입니다.
두 번째는 '잡-비즈니스(Job-Business)' 입니다. 1인 혹은 소규모 기업의 형태입니다. 잡-비즈니스의 특징은 사업 운영이 사장 혹은 특정 인물 몇몇에 크게 의존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회사 자체의 자본 가치는 크지 않음을 뜻합니다. 예를 들면 내가 홀로 운영하고 있는 미용실은 내가 휴가를 떠나게 되면 매출이 아예 발생하지 않습니다. 즉, 회사가 나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회사를 위해 일을 해야 하는 단계입니다. 회사를 매각하고자 할 때 내가 빠진 회사만으로는 자본 가치는 거의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세 번째는 진정한 의미의 사업으로, 잡-비즈니스와는 다르게 특정인에 대한 의존도 없이 계속해서 회사가 돌아가서 매출을 일으키는 형태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에 사장단 몇 명이 교체되거나, 혹은 핵심 박사급 연구원들이 대거 이탈한다고 하더라도 단기적으로 매출이 급감하거나 하는 사태는 결코 발생하지 않습니다. 내가 운영하는 사업체가 이러한 형태를 띈다면 비로소 회사가 '나'를 위해 일하는 단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이 진정한 사업에 대해 정의하면, 비로소 '사업가'가 해야할 일이 명확해 집니다. 만약 내가 현재 재직 중인 미용실에서 나를 찾는 고객이 가장 많은 최고의 실력자라고 가정합니다. 게다가 나에게 미용은 천직인 것 같습니다. 미용은 내가 현재 가장 잘 할 수 있으면서, 가장 좋아하고 재미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현재는 월급을 받고 있지만, 독립하여 당당하게 내 실력과 이름을 걸고 새롭게 미용실을 열면 더 큰 소득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때 내가 사업가인지 제대로 진단하지 않고 무작정 독립을 하면, '잡-비즈니스'의 함정에서 빠져나오기 어렵습니다. 장사를 주제로 하는 유튜브들을 보면 사장님의 요리사로서의 경력이나 음식의 맛은 더할 나위가 없어도 장사가 안되는 집들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더 이상 머리를 자르는 일보다 마케팅, 회계 관리, 매장의 운영과 확장, 고객 관리, 인력 관리 등에 더욱 힘을 쏟고 능통해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자영업이 어려운 이유'라는 제목으로 돌아다니는 짤들에서 알 수 있듯이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 회사를 다닐 때는 듣도, 보지도 못했던 '진상 고객'을 대처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합니다. 얼마 전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탈리안 미슐랭 스타 셰프들의 김장 체험이 방송된 적이 있었습니다. 셰프들의 재료 손질 실력이 생각보다 서툴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경영자인 셰프들에게 필요한 역량은 우리의 상상처럼 주방에서 하는 칼질이나 손맛이 아니라, 고급스러운 매장 분위기 유지, 음식의 가격 결정, 독창적인 레시피 개발, 수셰프 인력 관리 등이 훨씬 중요한 역량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요즘과 같은 기술과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아이디어' 자체만으로는 전혀 큰 힘이 없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가장 좋은 예는 맥도날드나 스타벅스입니다. 두 업체가 미국에서 장사를 시작했을 때, 새로운 형태의 햄버거, 커피 체인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를 장악하는데 성공합니다. 오히려 본사의 방침의 잘 따르도록 엄격하고 꼼꼼하게 규격화된 체인점 관리가 두 회사의 성공 비결입니다. 이 책에서 예를 들고 있지 않지만 비슷한 예로 NBA를 꼽고 싶습니다. 마이클 조던 은퇴 이후 침체기를 걷던 NBA는 2010년대 반등에 성공하여 현재는 스타급 선수들의 연봉으로 연 6천만불 계약이 나올 정도로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번쩍이는 혁신은 없더라고 농구란 스포츠 안에서 지속적인 룰 개정을 통해 빠르고 공격적인 경기 유도, 소셜 미디어와 유튜브를 적극 활용한 트렌디한 마케팅 등이 NBA의 꾸준한 성장을 이끌었습니다.
이 책에는 이외에도 초보 사업가나 직장인, 학생 등이 사업을 시작할 때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수 많은 난관들을 제시합니다. 마치 '이런데도 정말 사업을 하려고? 그냥 회사를 다니는게 훨씬 편할텐데' 라고 말하는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100세 시대에 회사 생활을 오래하거나, 노년 복지를 기대하기 어려운 우리나라에 살면서 앞으로 창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직장인 개미입니다. 따라서 이 책을 읽고 사업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진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책의 영문판 제목이 『The Entrepreneur Equation』이듯, 이 책은 평생 소장하면서 내가 '현재' 사업가가 될 준비가 되었는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 매번 진단할 수 있는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 업무를 하더라도, 앞으로 사업가가 될 준비과정이라 생각하고 주인 의식을 가지고 일해보자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몇 개월 후 혹은 몇 년 후에 이 책을 다시 펼쳤을 때, 그 때는 '당신은 사업가입니까'라는 물음에 어떻게 답할 수 있을 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