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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E J Mar 11. 2021

나의 특이한 시어머니 -2

그녀와 그녀의 다양한 생명체들

오늘은 시어머니와 그녀의 아들이자 나의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써볼까 한다.


나의 시어머니는 동물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자, 미국인인데 알레르기를 부정하는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계신다.


그 반면, 나의 신랑은 세상 모든 알레르기를 혼자 짊어지고 사는 듯, 계절에 따라 알레르기가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며 개, 고양이에 대한 털 알레르기가 있다.

현재는 나의 시어머니와 개,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진짜 존재하는 병인지 아닌지에 대하여 25년 정도 썰전 중이다.

신랑의 제보에 따르면,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알레르기 유/무 검사가 상대적으로 저렴한(feat. 보험처리) 미국에서, 애들이 조금만 재채기를 해도 오버해서 병원에 데리고 가 알레르기 검사를 진행하는 극성(?) 부모가 꽤 많다고 한다. 특히, 우리 신랑처럼 자식이 한 명뿐이 없는 집에서는 말이다.


​나의 약간 새로운 시어머니는, '동물들은 사람들을 도와주는 존재이며 절대 해를 끼치는 생물이 아니다'라는 그녀의 기본 개념을 바탕으로 개+고양이 털 알레르기는 상상의 병 혹은 정신병, 또는 좀 네거티브한 버전의 플라시보 같은(?) 상상의 것이라고 생각하신다. (개인의 주장)

= 아들의 알레르기를 인정하기 싫으셔서 아들을 알레르기 검사에 데려가지 않음으로 추정 중.


나의 시어머니의 동물 사랑은 좀 유별나시다. 물론 그만큼 동물도 잘 기르시는 거 같기도 하고.. 애매~하다.


이 집은 개들이 한번 이 집 들어오면 기본 수명이 15년은 되는 것 같다.^^..


아직도 뛰어다니며 하루 3번씩 꼭꼭 간식+약 챙겨 드시는 치아가 없고 골반이 빠졌지만, 너무 늙어서 마취+수술이 불가하다는 판정받은 18세, 그의 후손 수십 마리 중 입양 못 간 삼총사 각 16세(3마리), 사람을 너무 좋아해 경찰견 탈락한 셰퍼드 7세(현재 시어머니의 맹인 안내견) (시어머니가 군 복무 시절 부상으로 인해 한쪽 눈의 시력을 잃으심), 시어머니의 도그쇼 욕심에 새로 영입+ X알 1개 missing으로 인해 도그쇼 출마 실패한 2-3세 (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총 6마리가 이 집에서 나의 시어머니와 거주 중이며,

본래엔 9마리였으나 3마리가 병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또한, 본인은 최대 15마리까지 길러본 사람이라는 말씀도 잊지 않으셨다.

2주 전에는 나와 도그쇼에 대한 썰전이 붙었다.


시어머니가 "도그쇼에 같이 갈래?"라고 물으셔서.. 나는 그냥 순수하게 질문을 했다. "지금 코로나에 도그쇼는 열려요? 한국에서는 코로나가 400명 대가 지속되면(현재 워싱턴주 일일 신규 확진자 400명대 정도로 알고 있음. 현재 하락세 중. 300명대 진입했을지도 모름) 공연, 박람회 다 취소였는데! 여기 코로나 많이 좋아졌군요! 하기는 백신도 먼저 시작했으니까요!"

우리 시어머니.. 갑자기 목에 핏대를 세우며 말씀하신다.


"다른 건 몰라도 도그쇼는 열린다. 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건강관리에 관심이 많고, 질병 그런 거에 예민한 사람인 줄 아니? 그리고 도그쇼에 나오는 개들이 얼마나 관리받고 얼마나 비싼 개들인지 아니? 그 개들을 그렇게 지극정성으로 각도까지 맞춰가며 기르는 사람들이 도그쇼에서 코로나 옮기겠어? 도그쇼에서 사람들이 그것도 경쟁이라고 얼마나 신경이 곤두서 있는지 아니? 거기서 거리 두기 조금이라도 어기면 사람들이 나가라고 나가라고 난리 난리 칠 것이 분명한데!! 도그쇼 무시하니?"


......... 쉬지 않고 랩을 읊어대시는데... 나는 순간 시어머니가 가진 각종 오류들을 받아 적기+녹음하기를 통해 알려드리고 싶었다. 진심^^

저... 어머니.. 코로나가 어디 사람, 장소, 공연의 목적 가려가며 옮기나요?ㅎㅎ


내 생각엔.. 개들을 격하게 사랑하는 도그쇼 출연진들+관객들이야말로.. 코로나 때문에 도그쇼가 내년으로 미루어지길 간절하게 바라는 사람 일 것 같다. 왜냐면... 사람이 개에게 코로나를 옮길 수 있기 때문... 말도 못 하는 개가 아프면 얼마나 마음이 더 아픈가? (나도 나름 애견인...)


물론 개는 사람에게 옮기지 않는다. 진짜 아닌 건지 뭐 어쩐 건지 아직까지 그런 케이스에 대한 뉴스 보고는 없다.

... 이 경우, ​

누가 자기의 애완견이 코로나 걸렸으면 해서 도그쇼에 데리고 나오겠는가?


그것도 liberal party 출신들끼리만 각종 의원 선거에 나오는 정말 극심한 liberal state에서?


다른 주와는 다르게.. 여기는 마스크 안 쓰면 동네 스벅도 입장을 못한다.

그걸 뻔~히 아시면서 도그쇼?


나의 시어머니는 하루를 개로 시작하여 개로 끝내신다. 본인 자식에겐 밥 먹었는지 안부를 묻지도 않으시지만, 개들의 식사시간은 늘 정확하시고, 개들의 화장실 시간도 정확하게 맞추신다. = 아마도 이것이 개들의 건강 비결이 아닌가..


그러나 더 대단하다고 생각되는 점은...

개 밥그릇을 사람 밥그릇과 같이 설거지를 하신다. 설거지 당번이 누가 되더라도 개 밥그릇은 꼭 닦아야 한다. 도합 7개의 개 밥그릇^^ (6마리의 개 중에 한 마리가 약과 캔 사료를 섞어 먹는 전용 그릇이 따로 있다)


​개들이 실외 배변+집 뒷마당에서 뛰어놀기 하며 집으로 흙먼지와 각종 신기한 생명체를 잡아오기도 하고 끌고 들어오기도 하고 흙을 먹고 들어오고 그러는데..

개들은 그럴 수 있다. 그러면서 자라는 개들이 건강하고 좋은 거다. 인정.

​그러나.. 사람이면 그 환경을 좀 정리하고 치우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본인이 식당 매니저로 수년간 일했다는 사람이 위생관념이 저 정도?


나는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나오는 모래바람을 집에서 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인터스텔라가 여기 현실... 미국에서 지금 한국보다 더 한 실내공기오염 체험 중. 실화냐... 휴


오늘도 그녀의 모순 가득한 말과 행동에 혀를 내두른다. 스트레스 정말 가득.....


나의 시어머니와 그녀의 동물의 왕국 이야기를 하려면... 챕터 1 '개'를 시작으로 챕터 13 '라마'까지 해야 하기에.. 여기에 이만 글을 줄여본다.


라마.. 여러분 라마를 뒷마당에서 기르는 사람이 있다 없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

현재는 라마를 기르지 못하고 예전에 살던 주에서 이사오시며 이사 문제로 라마를 처분하셨다고 하셨다.

과거에 라마, 염소 20마리, 말 1마리, 양 2마리, 뱀 여러 마리, 개 15마리 등을 기르셨다고 한다.


나의 착하디 착한 신랑은 입시가 한창인 대학 지원시기에도 새벽 2시에 일어나 시력이 불편한 엄마를 위해 수십 마리의 동물의 변들을 치우고 마른 짚들을 깔아주고 샤워하고 공부하고 학교를 갔다고 한다.


... 나의 신랑에게 시어머님의 취미에 왜 강제로 참여해야 했는지를 물으니.. 본인도 모르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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