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막장 시어머니보다 더 한 미국 막장 시어머니
재차 언급하지만, 나의 시어머니는 그 누구보다 격하게 미국에서 나고 자란 미국인이다.
오늘은 그동안 미루고 미루던 나의 미국 핸드폰 개통이 있었다. 약 한 달 전, 2월 3일, 나는 이 곳에 왔다. 아예 이주로 왔다. 원래 다른 나라 가자마자 핸드폰부터 개통하는 나는, 여기서 늦어도 2월 5일엔 핸드폰 개통을 완료하고 지도 어플을 사용하며 혼자 여기저기 다니려는 야심 찬 계획이 있었다.
처음 도착해 내가 가방을 채 바닥에 내려놓기도 전, 우리 시어머니는 본인이 지난 크리스마스에 아무것도 못해준 것이 미안해서 계속 마음에 걸렸다는 소리를 하시면서.. 나에게 새 아이폰을 사주고 싶다고 하셨다.
여기서 나는 또 순진하게 매우 감동을 했다.
나는 시어머니의 야심 찬 계획이 사실 더 마음에 들어서, 핸드폰 개통을 미루고 미루며 살아왔다.
핸드폰이 없으니 사실상 불편한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어딜 가나 신랑을 데리고 다니며 핸드폰 인터넷 테더링을 부탁했고, 동네 스타벅스가서 내 이름으로 별 모으기 하고 싶을 때마다 신랑을 대동해서 가고 와이파이를 열심히 연결하여 주문해야 했다.
그렇게 약 한 달이 지나갈 때 즈음,
갑자기 시어머니는 “야 나 핸드폰이 너무 이상해서 못 참겠어. 바꾸러 가자 지금. 네꺼도 하나 새로 해줄게”라고 밥 먹는 나를 붙잡고 말씀하셨다. = 그것이 바로 오늘.
이미 시어머니의 모순을 많이 경험한 나는, 시어머니에게 10원도 받기가 싫어서 그냥 아이폰 8(현재 사용 중)을 쭉 쓰고 싶고, 안에 사진이 15,000장이 있어 소중하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둘러댔다.
나는 유심칩만 새로 사고, 시어머니는 새 아이폰을 구매하러 우리는 AT&T로 향했다.
시어머니는 그곳에서 직원에게 본인이 시각장애가 있음을 20번을 구구절절 설명하시고, 아이폰 11이 얼마나 후졌는지에 대해 직원과 15분 토론하시고, 여러 가지 각종 설명과 싸인 등등이 오가고 약 4-50분 뒤에야 핸드폰 개통을 완료했다. 시어머니가 매우 신나 하셨다.
그런데.. 진짜 사건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이제 내 차례가 왔는데...
그 직원은 계속 시어머니와 대화 중이었다. 우리 시어머니는...
“너는 삼성 쓰지? 삼성 갤럭시 유심 하나에, 번호는 304-345-6789 아니면 304-345-8890 아니면 이 사이에 있는 번호 중에 7789, 6799 빼고 뭐 있나 한번 보여주시고 제가 결정할게요”라고 하셨다.
..... 나는 저 말을 듣고는 대단한 충격이 몰려와 나도 모르게 공공장소에서 언성을 높였다.
“저기요, 내가 쓸 건데 나에게 선호하는 번호를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리고 저 애플 아이폰이에요”
그 직원은 나의 화남을 느꼈는지 갑자기 친절하게 선호 번호를 물어봤다. 물어봐놓고도 자꾸 나에게 그 선호도와 먼~~~~ 번호들만 보여줬다.
그러고는 나에게 요금 청구서와 발신자 정보에 보일 이름을 적어달라고 했다.
나는 미국에서 정식 혼인신고를 하고 남편 성씨를 가질 계획이었기에, 나는 내 한국 이름과 남편 성을 적어서 내며 부연설명을 했다.
그 설명을 들으신 나의 시어머니는...
“어머 너 성 바꾸게? 이게 무슨 완전 안티 한국인스러운 행동이야? 아예 네 자아를 버리려고 그러니? 오~~~~~ 자아도 버리고 국적도 버리고?”
............
나는 나름 감정을 조절하며 받아쳤다. “아니 누가 뭐 그거 아니면 안 된대요? 아 그럼 그냥 제 원래 이름으로 갈게요. 뭐 누가 뭐래요?”
시어머니는 당황하지 않고 계속 말씀하셨다. “뭐 네 맘대로 해라”
..................... 핸드폰 가게에 정말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그 직원도 매우 불편해했다는 남편의 증언이 있었다.
저걸 농담이라고 하는 걸까?
듣는 사람 모두가 불편해지는 농담..... 이게 농담일까?
집에 와서도 분이 안 풀린 나는, 산책을 핑계로 신랑을 밖으로 불러내 한바탕 화를 쏟아냈다.
신랑이 그러길.. 시어머니가 핸드폰 가게에서 말한 번호들은 시어머니가 아이폰 3이 처음 나왔을 때 투폰 쓰리 폰 하시면서 “긴급사태 대비용”으로 가지고 계신 번호이며, 그 번호를 본인이 썼다 말았다 하면서 지금까지 유지 중이시라고 한다. 근데 그걸 날 주려고 하심...ㅎㅎ 왜요?
정말 여러 가지 궁금증과 분노함이 공존한다. 영원히 나의 시어머니에게서 온전한 대답을 들을 수 없겠지만 말이다.
나는 오늘도 검색한다.
“뉴질랜드 난민 비자 신청법” “how to apply New Zealand refugee visa”
나는 이런 구글링 하려고 영어를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