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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E J Mar 13. 2021

휴대폰 번호도 맘대로 못 정하게 하는 시어머니

한국 막장 시어머니보다 더 한 미국 막장 시어머니

재차 언급하지만, 나의 시어머니는  누구보다 격하게 미국에서 나고 자란 미국인이다.


오늘은 그동안 미루고 미루던 나의 미국 핸드폰 개통있었다.  한 달 , 2 3, 나는  곳에 왔다. 아예 이주로 왔다. 원래 다른 나라 가자마자 핸드폰부터 개통하는 나는, 여기서 늦어도 2 5일엔 핸드폰 개통을 완료하고 지도 어플을 사용하며 혼자 여기저기 다니려는 야심 찬 계획이 있었다.

처음 도착해 내가 가방을 채 바닥에 내려놓기도 전, 우리 시어머니는 본인이 지난 크리스마스에 아무것도 못해준 것이 미안해서 계속 마음에 걸렸다는 소리를 하시면서.. 나에게 새 아이폰을 사주고 싶다고 하셨다.

여기서 나는  순진하게 매우 감동을 했다.

나는 시어머니의 야심 찬 계획이 사실 더 마음에 들어서, 핸드폰 개통을 미루고 미루며 살아왔다.


핸드폰이 없으니 사실상 불편한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어딜 가나 신랑을 데리고 다니며 핸드폰 인터넷 테더링을 부탁했고, 동네 스타벅스가서  이름으로  모으기 하고 싶을 때마다 신랑을 대동해서 가고 와이파이를 열심히 연결하여 주문해야 했다.​


그렇게 약 한 달이 지나갈 때 즈음,


갑자기 시어머니는 “야 나 핸드폰이 너무 이상해서 못 참겠어. 바꾸러 가자 지금. 네꺼도 하나 새로 해줄게”라고 밥 먹는 나를 붙잡고 말씀하셨다. = 그것이 바로 오늘.

이미 시어머니의 모순을 많이 경험한 나는, 시어머니에게 10원도 받기가 싫어서 그냥 아이폰 8(현재 사용 중)을 쭉 쓰고 싶고, 안에 사진이 15,000장이 있어 소중하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둘러댔다.

나는 유심칩만 새로 사고, 시어머니는 새 아이폰을 구매하러 우리는 AT&T로 향했다.


시어머니는 그곳에서 직원에게 본인이 시각장애가 있음을 20번을 구구절절 설명하시고, 아이폰 11 얼마나 후졌는지에 대해 직원과 15 토론하시고, 여러 가지 각종 설명과 싸인 등등이 오가고  4-50 뒤에야 핸드폰 개통을 완료했다. 시어머니가 매우 신나 하셨다.


그런데.. 진짜 사건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이제  차례가 왔는데...

 직원은 계속 시어머니와 대화 중이었다. 우리 시어머니는...

“너는 삼성 쓰지? 삼성 갤럭시 유심 하나에, 번호는 304-345-6789 아니면 304-345-8890 아니면 이 사이에 있는 번호 중에 7789, 6799 빼고 뭐 있나 한번 보여주시고 제가 결정할게요”라고 하셨다.

..... 나는  말을 듣고는 대단한 충격이 몰려와 나도 모르게 공공장소에서 언성을 높였다.​

“저기요, 내가 쓸 건데 나에게 선호하는 번호를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리고 저 애플 아이폰이에요”

그 직원은 나의 화남을 느꼈는지 갑자기 친절하게 선호 번호를 물어봤다. 물어봐놓고도 자꾸 나에게 그 선호도와 먼~~~~ 번호들만 보여줬다.


그러고는 나에게 요금 청구서와 발신자 정보에 보일 이름을 적어달라고 했다.

나는 미국에서 정식 혼인신고를 하고 남편 성씨를 가질 계획이었기에, 나는  한국 이름과 남편 성을 적어서 내며 부연설명을 했다.


 설명을 들으신 나의 시어머니는...

“어머 너 성 바꾸게? 이게 무슨 완전 안티 한국인스러운 행동이야? 아예 네 자아를 버리려고 그러니? 오~~~~~ 자아도 버리고 국적도 버리고?”

............


나는 나름 감정을 조절하며 받아쳤다. “아니 누가 뭐 그거 아니면 안 된대요? 아 그럼 그냥 제 원래 이름으로 갈게요. 뭐 누가 뭐래요?”

시어머니는 당황하지 않고 계속 말씀하셨다. “뭐 네 맘대로 해라”

..................... 핸드폰 가게에 정말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직원도 매우 불편해했다는 남편의 증언이 있었다.​


저걸 농담이라고 하는 걸까?

듣는 사람 모두가 불편해지는 농담..... 이게 농담일까?

집에 와서도 분이 안 풀린 나는, 산책을 핑계로 신랑을 밖으로 불러내 한바탕 화를 쏟아냈다.

신랑이 그러길.. 시어머니가 핸드폰 가게에서 말한 번호들은 시어머니가 아이폰 3이 처음 나왔을 때  쓰리 폰 하시면서 “긴급사태 대비용으로 가지고 계신 번호이며,  번호를 본인이 썼다 말았다 하면서 지금까지 유지 중이시라고 한다. 근데 그걸  주려고 하심...ㅎㅎ 왜요?

정말 여러 가지 궁금증과 분노함이 공존한다. 영원히 나의 시어머니에게서 온전한 대답을 들을 수 없겠지만 말이다.

나는 오늘도 검색한다.


“뉴질랜드 난민 비자 신청법” “how to apply New Zealand refugee visa”


나는 이런 구글링 하려고 영어를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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