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e E J Mar 13. 2021

그녀와 나 그리고 우리 사이의 한 남자

시어머니와의 삼각관계

나의 시어머니는 나의 신랑이자 본인의 아들과 마치 연애를 하며 살고 계신다고 착각하시는 듯~한 모습을 보이실 때가 있다. 그 생각을 한지 꽤 되었다.


그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엄청 많이 있지만, 한 가지만 여기서 이야기하고 넘어가겠다.

내가 신랑에게 신랑 친구 이야기를 물어보면, 부엌이나 본인의 방에서 그 이야기를 다 듣고 있던 시어머니가 나와 그 친구가 혹시 본인이 생각하는 그 사람이 맞냐며 막 반가워하고 언제 만나봤었는데 타령을 한다. 그러고는 신랑과 째잘째잘 수다의 늪으로 빠져든다. 나는 곧 할 말을 까먹고 내 할 일을 하게 된다.

시어머니는 나에게 본인이 결혼할 때 받은 다이아 반지를 나에게 물려주고 싶어 했다. 서양 국가들에서 이건 ‘너를  딸처럼 생각할 거야’ ‘너를 진심을 다해 가족으로 환영한다등의 좋은 의미를 가진다고 들었다.


그러나 우리 시어머니는... 지금 생각해보면....

 반지를 물려주는  상황도, 결혼을 나와 나의 신랑이자 본인의 아들, 그리고 본인 이렇게 셋이 함께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같다. 부디 나의 오해이자 착각이길 빌어본다.


오늘은 우리가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결혼하기 위해 받아야 하는 marriage license를 처리하러 여기저기를 다녀왔다. 시어머니는 우리가 뭘 어디에 보내려고 하는지를 정확하게 캐물으셨다.


“그거 서류 뭐야?” “둘이서 소곤소곤 뭐 해?” “아 그거 서류 그냥 코로나로 인해 법원 앞 통에 넣으면 지네들이 알아서 처리하고 연락 줄 거야” 어쩌고 저쩌고를 신나게 떠드신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오늘  서류를 처리하는 것에 실패했다.

해당 관공서가 4 30분에 문을 닫아서,  서류를 제출하는 drop off box 같이 영업을 종료(?)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서류 제출하기를 실패하고 오자, 시어머니는 그 누구보다 행복해했다.


“아 내가 말 안 했나? 그거 4시 30분에 문 닫아!”


................

미리 시간을 체크하지 않은 우리의 잘못도 있고, 중간중간 들러야 했던 여러 장소들을 빠르게 돌지 못한 우리 잘못도 있으나...... 왜 이미 시간을 못 맞추고 실패하고 온 사람에게 구태여 저러한 멘트를 하시는 걸까 정말 궁금하고.. 속에서 천불이 나온다.


그렇게 잘 아시는 분이, 왜 우리가 그거 하러 간다고 할 때 수십 가지를 말해놓고 왜 정작 제일 중요한 건 말하지 않았을까?.....


이렇게 내가 본인의 아들이랑 결혼하는 것이 싫으시면, 우리가 3년을 연애하는데 왜 진작 말리지 않으시고.. 내가 미국 비자를 받고 오는 거를 그렇게 환영하고 변호사 알아봐 주네 뭐네 허세를 피우시며까지 쌍수 들고 환영하시질 마셨어야 했다.

오늘 아침엔 신랑 휴대폰으로  근처 개인 주얼리샵에서 연락을 줬다.

시어머니가 어제 하도 바쁜 척,  도시 버스시스템이 본이 없인 안 돌아가는 척을 하셔서,

시어머니 편하게 일 보시라고 우리 둘이 나가서 시어머니 몰래 결혼반지와 사이즈 체크 등등을 하고 왔기 때문이다.


앞서 포스팅한 ‘시어머니-1’에서도 말했지만, 나의 시어머니는 보청기 구매를 희망하신다. 그냥. .

그렇게 본인이 생각하기에 귀가 잘 안 들려서 집에 개를 6마리나 키워야 하고 개들이 짖어줘야 본인이 안전하게 살 수 있다고 주장하시고, 티브이며 뭐며 크게 크게 들으셔야 하는 그분이...


신랑이 거실에서 개미 소리만 하게 통화하는 걸 들으시고는... 한마디 거드셨다

 누구랑 통화했니? 통화 내용이  재미있다. 그거 무슨 내용이야?” ​


신랑은 해맑게 답했다. “아 동네 보석가게에서 반지 보면서 견적 뽑아봤는데.. 그거 연락이 왔네?”

시어머니는 반지가 비싸다며 난리를 피우셨다.

나에게 들어가는 본인 아들 돈이 그렇게 아까우신 건지.. 우리 둘이 결혼반지를 맞추는 게 질투가 나시는 건지..... 하

어머님, 제가 한국인이라서 미국인들이 기본적으로 받고 결혼하는 거 절반도 안 원해요. 그리고 전 원래 귀찮아서 욕심도 별로 없어요.

저는 사실 어머님 때문에 반지 자체를 하기가 싫어졌어요 (이전 에피소드 참고)

...라고 말하고 싶은데 말 못 해서 속만 끓이고 있다.

스팸전화만 받아도 누구랑 통화하는지  캐묻는 시어머니에게 “외로우세요?”라고 되묻고 싶다..


미국인들은 프라이버시 존중을 최우선시한다는데

나의 완전 미국인, 미국 태생 백인 미국에서 쭉 나고자라고 교육받은 그냥 쌩 미국인 시어머니는 왜 그러는 걸까....


한국에 있는 나의 친정엄마가 그립다..

내가 전화로 누구랑 싸워도 내가 먼저 말하기 전엔 모르는 척하고 걱정되지만 먼저 묻지 않던, 나를 정말 믿고 존중해주던 우리 엄마가 그립다.


... 어머님,

당신 아들이 그렇게 소중하고 걱정되고 아기 같으면.... 데리고 사세요

나는 한국 인천 집에 갈라니까ㅠㅠ..

오늘도 가고 싶은 나의 인천 집..

매거진의 이전글 휴대폰 번호도 맘대로 못 정하게 하는 시어머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