셤코노믹스 = 셤니(시어머니)+Economics
나의 시어머니는 나에게 본인이 결혼할 때 받은 다이아 반지를 물려주고 싶어 하신다. 서양에서는 그것이 ‘내가 며느리를 딸로 받아들이겠다’ 정도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라 매우 좋은 거라고 한다.
... 나도 그런 줄로만 알았다...
사실은, 나의 시어머니는 본인이 얼마나 국제적이고 수용력이 좋은 사람인지를 뽐내고 싶어 했던 거고, 나에게 아이폰을 사주겠다고 제안한 그것도..
아들이랑 밖에 나가서 경치도 보고 구경도 하고 싶은데, 아들은 외국에서 온 와이프 없이는 밖에 절대 안 나가니 아들을 꼬셔내려고 하는 하나의 작전이었다. 그리고 돈도 아끼니 얼마나 좋은가!
쉽게 요약정리를 하면,
나의 시어머니에겐 본인이 얼마나 글로벌하고 대단한 사람인지를 아들 앞에서 비교적 논리적이게 설명하고 증거로 제시할 구실이 필요하셨는데..
때마침 내가 비자를 받아 미국에 온 것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좀 더 설명하자면,
늘 본인의 선택이 최고이고, 본인이 제일 잘 나가는 맛에 사는 나의 시어머니는 주로 돈 쓰는 재미에 사신다. 한 번도 살면서 저축을 해본 적이 없으며, 돈을 왜 심각하게 생각하고 아껴야 하는지를 전혀 모르신다. 본인은 그것을 본인의 자랑거리로 생각하시며 당당하게 일주일에 한 번씩은 이야기를 하시기 때문에, 나도 이미 잘 알고 있다.
30년간 아들을 키워오며 아들이 본인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하셨던 시어머니는, 갑자기 어디서 툭 튀어나온 동양 여자애가 아들을 꽉 잡고 있으니 그것이 보기 싫으셨는지.. 자꾸 돈으로 사람을 약 올린다.
어느 날은 내가 “어머 어머님 냄비 좋은 거 쓰시네요”라고 한마디 했다. 그냥 같은 부엌에 둘이 서있는데 할 말이 없고.. 나는 그런 어색한 분위기가 싫어서였다. 그 뒤로 3 영업일 동안.. 나의 시어머니는 각종 냄비, 프라이팬, 소스팬 등등을 대량 구매하셨다. 이미 집에 넘치도록 많고, 어머님은 한 달에 이틀 정도만 요리를 하시는데도 말이다.
그러면서 내가 그런 냄비들 잘 샀다고 칭찬 혹은 관심을 보이면 한마디 하셨다. “너 이거 얼마짜리인 줄 아니? 이거 하나는 140달러, 저거는 150달러, 저거는 180달러야”
...... 누가 물어봤어요?
누가 사달래요? 갑자기 가격표 읊기 시전 무엇? 카달로그세요?
우리 시어머니는 그러 신분이다. 지금도 아들에게 잘 보이고자 한 시간 반 동안 각종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웃기는 짤방을 찾아 헤매시고 계신다.
그러한 짤방들을 통해 본인이 얼마나 젊은 세대들과 잘 소통하고, 본인의 유머감각이 얼마나 좋은지에 대해 다시 한번 확인받고 싶어 하시는 게 눈에 훤히 보인다.
..... 어머님 그러면 아들 장가보내지 마시고... 본인이랑 결혼하시지 그러세요.....
계속해서 시어머니의 경제관념과 돈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고자 한다.
나의 시어머니는 참 특이한 경제관념을 가지고 계신다. 청소기에 19달러(약 2만 2천원)를 사용하는 것은 정말 큰돈이고, 개 사료와 간식에 190달러(약 22만 6천 원)를 쓰는 것은 싸고 일생에 한번 올까 말까 한 기회이자 빅 딜(Big Deal)이다.
= 갑자기 한 트럭 사재기 시전 하심.
개를 사람보다 더 사랑하시는 어머님께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맥락으로, 나의 시어머니는 장 보러 슈퍼마켓에 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신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을 마주하기 싫어서 그러신가... 하고 이해하려고 했다.
그러다 각종 농장, 목장 등 직거래해주는 업체 정기구독을 하시면서.. 식재료 정기구독을 시작하셨다.
거기 사람들과 친해지셔서 매주 그 사람들과 막 수다 떨고 행복해하신다. 그러면서 꼭 나를 붙잡고 이야기하신다.
“나는 Grocery shopping이 너무 싫어! 질색이야! 한번 가면 돈이 너무 많이 나온단 말이야.. 근데 집에 먹을 게 없으니 이번 주엔 가야겠네... 휴”
.......
그러나 어머님의 각종 “구독”때문에, 집에는 3리터짜리 우유 5팩, 계란 70알, 버터 10팩(버터 스틱 4개들이 1팩*10개=버터 40 스틱..), 각종 샐러드 큰 거 3 봉지, 파프리카 1 봉지, 필레미뇽 스테이크 10인분, 알 수 없는 소스들 등이 냉장실과 냉동실, 그리고 외부에 따로 있는 냉동고에 넘쳐난다.
식재료 사는 것이 돈이 너무 많이 나와서 싫다면서도 아들과 함께 현재 갈 수 있는 슈퍼에(=합법적 외출) 가고 싶으시고, 슈퍼에 가는 것이 돈이 많이 나와 싫으시면서도 음식물과 냉동식품 정기구독을 멈출 수 없는 그녀의 심리가 궁금해진다.
그 “구독”을 정기 배송해주시는 분들에게 있어 보이고 싶으신 건지...
왜 소고기가 싼 이 국가 미국에서, 최상급 필레미뇽을 사셔서는 바로 냉동실로 직행하고 한 6개월-12개월 이후에야 그걸 드시는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일전에 나에게 진돗개 분양에 대해 물으신 시어머니는,
내가 대충 예산을 1만불 잡으셔야 한다는 으름장에 기분이 꽤 나빠지신듯했다.
1만불 = 1천만원이라고 봤을 때.. 나는 꽤 현실적인 예산이라고 생각을 했다.
진돗개를 입양하러 한국에 직접 가고 싶다는 시어머니는, 혼자서 시설 격리를 하셔야 하는데.. (현재 나도 한국에 거주지가 없으므로.. 그렇다고 우리 엄마 집에 혼자 가라고 할 수도 없음..) 그 격리 비용이 대충 170만원, 그 뒤에 혼자 호텔 머무르시는 비용이 대충 1주일에 70-80만원, 본인 비행기표값 대충 110만원(이코노미 기준. 시애틀-인천 왕복), 진돗개 입양+각종 접종+검사+미국으로 데려가는 프로세스 비용 얼마인지 모르니 대충 200만원 잡아놓기, 비상금 100만, 미국으로 데려와서 각종 칩 심는 비용+진돗개가 지낼 침구+케이지 비용 대충 100만원, 시어머니가 한국에서 쓰시는 식비(한 끼에 2만원*하루 세끼*7일=42만원), 시어머니 운전 못하시니(사유: 군대에서 눈 부상) 각종 교통비(택시 선호 특성 고려) 20만원 = 822만원... +기타 부대비용+시어머니 쇼핑비
어머님께 이리 설명드리니 어머님은 생각했던 비용보다 저렴하다며 너무 좋아하셨다. (feat. 물개 박수)
그런데..... 동네 보석상에서 나와 내 신랑의 결혼반지 견적(할인 이벤트가)인 3200달러(약370만원)을 듣고는 비싸다며 난리난리를 치셨다.
“반지는 쓸데없이 왜 이렇게 비싼 거야? 많이 끼지도 않을 텐데 그냥 20만원짜리로 퉁쳐”
..... 어머님 지금 1천만원짜리 한국 여행 계획 짜시고는 싸다고 물개 박수+행복하다 하셔 놓고...
본인 돈 없어 보이냐며 무시하지 말라며.. 본인의 안내견을 금전적인 가치로 환산하면 1만 5천불은 그냥 넘어간다고 혼자 랩도 하셨으면서...
결혼반지 앞으로 30년은 착용할 반지 2개+평생 무제한 사이즈 조절+평생 무료 세척 = 370만원이 너무 비싸서 화가 나시나요?
섭섭함이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이 넘쳐흐른다.
나의 시어머니는 입만 열면 화를 부른다.
에어팟 (약 20만원)은 너무 비싸고 바보 같아서 아마존에서 2만원짜리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시고는 잘 사셨다는 칭찬을 바라시고, 식재료를 비이상적으로 정기 구독하시며 썩혀 없애는 비용 100달러(약 11만원)는 괜찮고, 우리 내외 결혼반지 370만원은 너무 비싸며, 진돗개 입양비 1천만원은 괜찮다.
............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왜 내가 저기에 맞춰 살아야 하는가.
내가 내 돈 쓰고, 내가 내 신랑 돈으로 우리가 하고 싶은걸 하는데
왜... 내가 욕을 먹어야 하는가
어머님.. 당신 아들이 반지 사재요
저는 반지 귀찮아요. 저 손 짧은데 더 짧아 보여서 반지 딱 질색이에요..
오늘도 시어머니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넘친다 넘쳐
어쩌다 이런 시어머니를 만났을까..
신랑이 그나마 내 편이고, 지네엄마랑 인연 끊고 싶다 어쩐다 하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걸까....
이런 상황이 나에게 왔음이 너무 비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