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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E J Mar 13. 2021

미국인 시어머니와 제2차 김치 대첩

모순으로 가득 찬 그녀

나의 시어머니는 모순으로 가득 차다 못해, 모순이라는 단어가 저 여자를 위해 만들어지고 존재하는 단어구나~를 절로 알게 해 주는 사람이다.

작년 이 맘 때 코로나 팬데믹 선언이 시작되었고, 나는 미국에서 갑자기 발이 묶여 한국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이 곳에 발이 묶여 있을 때

우리는 어쩌다 보니 미국의 절반을 가로질러 이사를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시댁에 잠시 머무르게 되었다.

당시에 현 남편, 구 남자 친구의 어머니=현 시어머니는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은 아니었어도 이렇게 나쁘게 대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비록 집이 좀 난장판이고, 본인이 식당에서 일한 경험 때문에 위생에 예민하다고 말은 하고 현실은 그러지 못했어도 이렇게 지금처럼 증오심을 부르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친근함의 표시로(?) 한국 드라마 몇 편을 소개해주었고, 코로나로 밖으로의 외출이 어려워진 나의 시어머니는 한국 드라마를 보시며 행복해하셨다. 난 이걸 보고 한국 문화를 쉽게 잘 받아들이시는구나~하고 한편으로는 안도를 했었다.


​그러나, 신랑(당시 남자 친구)과 내가 신랑 친구네 집에 하루 놀러 갔다 온 날 기다렸다는 듯이 냉장고에서 우리가 먹던 김치를 버리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나는 ‘김치가 하루 이틀 날짜가 지나서 좀 냄새나서 그러셨나? 아 아깝다.’ 하고 별 일 아닌 듯 넘겼다.



그러고 오늘 제2차 김치 대첩이 벌어졌다. 오늘 나는 이민 선배이자 인생 선배, 그리고 결혼 생활 선배님인 블로거 친절한 그녀님을 만나 힐링하는 시간을 보내고 왔다. 집에 오자마자 본인 아들을 보고 신나는 나의 시어머니는, 오늘 본인의 하루가 어땠는지 얼마나 생산적이며 성실했는지 어필하시기 시작하셨다.

“나 오늘 글쎄 미루고 미루던 냉장고 청소를 했잖아. 6개월 만에 한 거 같아. 아 1년 만인가?”​

... 저 말을 듣자마자 나는 느낌이 쎄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시어머니는 갑자기 본인이 저녁 식사를 사고 싶으니 먹고 싶은 메뉴를 고르라고 하셨다. 우리는 햄버거를 시켜먹었고, 시어머니께 냉장고에서 콜라를 꺼내드리려고 냉장고를 연 순간....

내가 4일 전 설렁탕집에서 추가 주문해서 뜯지도 않고 냉장고에 넣어둔 깍두기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

나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시어머니는 또 김치를 버리셨다.

1년 만에 냉장고 정리를 왜 늘 내가 밖에서 2-3시간 보내고 오는 그 타이밍에 하실까.. 한 달에 한 번 나갈까 말까 한 나의 소중한 외출의 날에.

시어머니는 내 김치를 알고도 버리신 것 같았다. 그것도 신랑에게 문자나 전화로 질문이나 어떤 언지도 전~혀 없는 상태에서 말이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두 번째다.

그러면서 나에게 미안한 감정이 0.0001g 정도가 있으신 건지.. 갑자기 나에게 말을 거셨다.

“참, 너 그거 아니? 네가 좋아하는 공유가 곧 신작 드라마에 나온다는데? 한국 방영일을 모르겠네?”

...........

나의 시어머니는 늘 그런 식이다. 지난번 핸드폰 가게에서 나에게 국적도 버리고 자아도 버리면서까지 본인 아들과 결혼해서 미국방 식대로 남편 성씨를 따를 거냐고 대놓고 비꼬고 나를 공개 비난한 뒤에도, 모두가 힘들어하고 어색해하자... 갑자기 본인이 얼마나 한국에 관심이 많으시고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보셨으며, 한국 드라마와 문화에 대해 본인보다 많이 아는 사람이 없음을 정말 열심히 어필하셨다.

... 정말 왜 저러는지 하나도 모르겠고, 그녀의 계획이 감이 안 온다.

지금도 내가 이렇게 글을 쓰는데 내 옆옆에 앉아서 일부러 나 보란 듯이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나오는 방송만 보신다.

내 속을 뒤집으시려고 작정을 한 사람인냥....

어머님은 분명 사극이 좋다고 하셨다. 한국 역사를 배우면서 드라마의 재미까지 한 번에 챙기는 그런 유익한 드라마가 좋고 그런 거만 보고 싶으시다 하셨다.

내가 최시원 너무 잘생겼다고 말함과 동시에.. 최시원씨가 나오는 드라마를 본다.

내가 차승원 너무 잘생겼다고 말함과 동시에.. 차승원씨가 나오는 드라마를 본다.

내가 공유가 너무 잘생겼다고 말함과 동시에.. 공유씨가 나오는 드라마를 본다.

... 사극만 보신다더니? 모순이 모순이 이런 모순이?

어머님.. 저들은 저들의 인생이 있어요.. 내가 저들이 잘생겼고 저들을 만나보고 싶다고 한들, 우리는 저들을 만날 수 없고, 저들은 우리를 모르고, 알아야 하지도 않으며,  우리가 저 남자들을 놓고 경쟁하는 게 아니에요....

나는 연예인 저 3명 좋아하는데... 시어머니는 그 마저도 뺏고 싶으신가 보다^^..

어머님.. 어머님이 본인 아들이랑 저랑 잘 지내면 질투하셔서 싫어하시길래.. 혼자 연예인보며 힐링하는데.. 그거도 안돼요?



나의 시어머니는 나에게 한국의 떡볶이와 한국식 단무지, 그리고 김밥을 드셔 보시고 싶다고 하셨다.

내가 미국에 당도하기 전 인터넷 주문으로 떡볶이용 떡과 진공 포장된 단무지를 주문하셨고, 일본 스시 만드는 무슨 판때기를 사두시고는... 나에게 저런 걸 먹고 싶다고 요청을 하셨다.

그런데 말입니다..


시어머니는 떡이 치아에 들러붙어서 본인의 치아에 있는 filling들에 붙어 그런 것들이 빠질까 걱정되신다며 떡을 많이 환영하지 않으셨다.​


... 그런데 무슨 떡볶이요?

본인 고집과 호기심, 셤코노믹스편에서 다룬 셤니의  돈 쓰는 취미로 그냥 구매해보신 떡볶이용 떡을 팬트리에 그냥 방치, 떡에서 곰팡이 같은 알 수 없는 물질이 생성되어 부패가 가속화되는 비극이 진행 중이다.


떡 봉지에는 한글과 영어로 크게 쓰여있다.

“냉장보관 Keep Refrigerated”

어머님은 본인이 예전에 지역에서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총괄 매니저로 오래 일하며 대학원도 다니고 했어서 식재료에 대한 통찰력과 이해력이 높다고 하셨다.

내가 떡볶이 떡은 냉장보관을 하고, 유통기한 안에 먹어야 함을 말씀드렸을 때도

본인의 레스토랑 경력을 어필하시며, 뜯고 먹고 남은걸 냉장 보관하면 된다며 강력하게 나오셨다.

그놈의 레스토랑 매니저 경력...​

그 경력 하나로 시어머니는 본인이 나에게 고든램지이자 백종원님 이시다.​

제조사에서 표기한 기본 보관법은 개 썅 무시를 하시면서도 말이다.

유통기한은 개나 줘~는 기본이며, 기본 표기법은 개무시, 소금은 세상에 왜 존재하는 거지?라고 하시는 분이 말이다.

1년 만에 정말 열과 성을 다해 정리하고 치웠다는 냉장고에서는 유통기간이 2020년 12월 10일인 소스도 나왔다. 뚜껑은 언제 빠진 건지 모르는 2020년 11월 이후 버려졌어야 하는 케첩과 함께 말이다.

모순이 모순이 정말 가득하다 못해, 그냥 이름이 모순 같다.


성은 왕 씨요 이름은 모순 어때요 어머님? 왕모순 여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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