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것을 사랑한다고 말해도 될까. 집에 가는 길 하늘을 마주한 순간, 아무도 없는 순간, 익숙한 것이 낯설어지는 순간, 침묵으로 만들어진 말들을 반복해 생각해내는 순간, 잘 익은 과일을 먹었을 때 입안에서 펼쳐지는 향긋한 순간, 말과 말이 빠르고 느리게 오고가는 순간, 가깝지만 멀지도 않은 상대와의 적당한 거리감이 불안이 아닌 안정으로 느껴지는 순간, 형태와 색이 언제나 그 순간에만 존재하는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순간, 그런 이름 없는 모든 순간들을 사랑한다고 말해도 될까.
어제 집에 오는 길 보았던 하늘과 오늘 아침 읽었던 문장이 나의 등을 떠밀어 그런 고백을 기어이 받아냈다고 말해도 될까. 다가온 가을날의 차가워진 바람에게 그런 말들이 필요했다고 그런 변명을 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