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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뜬구름이 좋아 Aug 16. 2023

오늘도 낯선 캐니언을 달리다

다솔솜네 여행 앨범: 지구 속 화성, 캐니언을 온가족이 거닐다 #2


니언 여행 둘째날입니다. 오늘도 캐니언은 마치 화성처럼 낯설게 다가왔습니다. 잠을 자고 일어나서 그런지 낯선 풍경에 들떴던 어제의 감격이 다시 올라왔습니다. 니언을 보면서 오늘도 어제처럼 감탄사들을 연신 뱉어냈습니다. 또 다시 캐니언이라는 낯선 별에서의 하루가 기대되었습니다.

 차창 밖으로 춥고 건조한 이 황량한 땅에 뿌리내리고 있는 풀과 키 작은 나무들을 보았습니다. 곳에는 가끔씩 보이는 작은 설치류들도 놀란 눈으로 이곳저곳 살피며 열심히 살고 있었습니다. 이런 척박한 곳에 살고 있는 생명들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곳에도 도로를 만들어 길을 낸 사람들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생명은 어딜가나 기적을 만들어 냅니다. 


 

 여행 장소로 가는 도중에 얕으막한 캐니언 봉우리를 만나면 다람쥐처럼 올라가서 신나하는 아이들을 보며 이곳에 잘 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행지에서 즐겁게 걷고 웃는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고맙던지요. 어릴 적에 행복한 이 경험들이 살면서 큰 힘이 되길 소망해봅니다. 하늘 아래 캐니언뿐인 이곳에서 하늘을 짊어지고 드넓은 대지 위에 홀섰던 경험을 통해 미물인 자신느끼며 겸손함도 배우고, 거대한 자연을 닮은  마음을 품게 되길 기대합니다.


 

 낯선 여행자의 눈으로는 그곳이 그곳 같은 비슷한  캐니언인데 구간마다 다 국립공원입니다. 그 구간의 기준이 무언지 모르겠지만 사진을 남기도 싶어서 매번 국립공원의 간판이 새롭게 나올 때마다 찍어봅니다. 리는 가족 여행의 목적 중 하나가 가족 사진을 남기기 위한 것니다. 아이들이 아직 어릴 때, 우리 부부가 아직은 젊을 때 이 때를 기억하고 간직하고 싶은 것이죠. 그래도 제가 세상에 태어나 40년을 넘게 살다보니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르결국 삶의 기록쌓일 때 속에서 내 삶의 의미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습니다. 

 살아온 삶을 돌아보면 받은 은혜가 뚜렷히 보인다고들 하지요. 여행지에서 돌아와 이렇게 사진과 글로 여행을 정리할 때 조용히 읊조려 봅니다. 다 은혜구나. 먼길을 달리면서도 사고 한번 나지 않아던 것, 병원 가기 힘든 곳에서 아프지 않았던 등 생각해보면 모두 감사할 것들뿐니다.


 

 니언 여행에서 특히 트래킹을 많이 했습니다. 래킹을 통해 발바닥으로, 눈으로, 손으로 캐니언을 온전히 느낄 수 있거든요. 깨진 돌들이 그대로 느껴지는 발바닥, 바위 곳곳에 작게 크게 풍화된 흔적들, 그리고 거친 돌들을 손으로 만지고 느끼며 '네가 캐니언이구나' 느낄 수 있습니다. 어느 대상이건 그 대상과 친해지고 싶을 때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보면 이렇게 뼈 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바위들도 있습니다. 지구의 뼈 속까지 보는 느낌. 모양 신기해서 그 앞에서 찰칵찰칵 사진기를 들이댑니다. 저희 가족 여행 사진에서풍경만 찍은 사진은 많이 없습니다. 여행은 누구와 가냐가 중요하듯이 이곳을 우리 가족이 함께 왔다간다는 기록으로 사진을 남기고 싶거든요. 멋진 풍경 사진은 인터넷 검색줄이 나옵니다. 국 멋들어진 풍경과 그 풍경에 의미를 더하고 싶은 마음으로 인물과 풍경이 함께 하는 사진을 찍는답니다.


 

 이곳은 네이티브 아메리칸(Native American)이 그려놓은 그림이 있다는 절입니다.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듯이 망원경으로 잘 살펴봐야 그들이 그린 그림이 입니다. 미국인들이 가진 것 중 배우고 싶은 점 하나는 아주 작고 사소한 것도 보존해서 후대에 물려주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래서 그런지 짧은 미국 역사 속에서도 세계적인 것들이 많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니다. 


 

 캐니언의 돌을 쪼아 만든 계단과 길을 따라 올라가면 이런 멋진 아치 형태의 캐니언에 도착합니다. 돌들과 바람이 함께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아마 10년 후, 100년 후, 1000년 후에는 지금과 사뭇 다른 모습일 거예요. 그래서 그런지 지금만 이렇게 보이는, 내일은 다른 모습일 수 있는 이 조각품들을 마음껏 즐기고 감상해 보았습니다. 위에 그대로 드러나는 세월의 솜씨를요.

 이렇게 바람으로 만들어지는 캐니언을 보며 잠시 풍장에 대한 생각들었습니다. 바람을 타고 조금씩 사라지는 육체를 생각하며 캐니언 너도 지금 풍장 중이구나라는 생각했어요. 생물에게도 미생물에게도 존재와 사라짐이 비슷한 의미일 수 있겠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하루의 마무리맛있는 음식으로 하는 것 즐운 일이죠.  지역 맛집을 검색해서 식당을 찾아갔습니다. 맛집의 입장은 언제나 긴 줄과 풍겨 나오는 맛있는 냄새로 우리를 고문하지만 음식 맛으로 모두 보상받았습니다. 카드값이 살짝 걱정됐지만 든든한 배와 한결 너그러워진 마음으로 웃으며 우리는 숙소로 향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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