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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뜬구름이 좋아 Aug 16. 2023

아치 액자 속 풍경을 감상하다

다솔솜네 여행 앨범: 지구 속 화성, 캐니언을 온가족이 거닐다 #4


 어제에 이어 또다시 유타주에 위치한 모압(Moab) 지역을 여행했습니다. 어김없이 입김이 뿌옇게 나오는 추운 새벽부터 차를 타고 달려서 아치스국립공원(Arches national park)습니다. 우리는 캐니언보겠지. 그러나 캐니언이라고 다 같은 캐니언이 아니다. 오늘은 가족 모두 인생사진을 건지러 이곳에 왔니다. 바로 유명한 델리케이트 아치(Deltcate Arch)에 말입니다.


 

 그런데 걸어도 걸어도 델리케이트 아치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남편은 이곳에서도 발목이 아픈 딸아이를 업고 걸음 한걸 무겁게 발을 내디뎠습니다. 올라가는 길이 좁고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질 정도로 길이 경사져서 혼자 걷기도 힘들었니다.

 이런 곳에 미국의 은 부부가 유아 등산캐리어를 지고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돌도 안된 것 같은 아이아빠 엄마의 캐리어에 각각 아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이들은 무섭다며 눈물, 콧물을 다 흘리며 울고 있었습니다. 그렇게라도 델리케이트 아치를 보고 싶은 부부의 마음도 이해가 지만 저는 아이들이 어찌나 안타까운지. 입장에 따라 다 다른 상황이라 저의 판단은 보류하며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평평한 대지에 우뚝 솓아 올라 조금씩 사라져 가며 기 존재의 마지막멋들어지게 보여주고 있는 아치들을 보면서 이번 여행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델리케이트 아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키도 크고 덩치도 있었어요. 이 아치를 배경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대고 있었어요. 마치 슈퍼스타를 만난 것처럼 말이죠. 우리도 덩달아 참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어렵게 올라온 만큼 내려가기가 아쉬운 우리는 아치가 한눈에 보이는 맞은편에 앉아 눈으로 더 많은 사진을 찍어 가슴에 저장했습니다.

 미국에서 유명한 장소에 가면 거의 빠지지 않고 들려오는 소리가 있는데 그건 바로 한국말 소리입니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10시간이 넘게 날아와야 하는 이곳에서 한국말은 너무 반가운 소리죠. 여기서도 한국말소리가 들리더군요. 덩달아 도 한국 가이드 설명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자리 잘 잡았다 생각했지요. 참 그 가이드님의 말에 의하면 밤에 이곳에서 별을 면 그렇게 멋지답니다. 저는 겁이 많아 인적 드물고 불빛 한점 없는 이곳을 밤에 올 일이 없을 것이고, 그렇기에 들이 쏟아져 내리는 이곳의 밤에 연출되는 장관을 직접 볼 일은 없을 것 같고요. 누군가 그 장면을 찍은 사진을 본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았습니다.


 

 아치스들이 많아 아치스 국립공원인 이곳. 랜드스케이프 아치(Landscape Arch)에 왔습니다. 이 아치는 세상에서 제일 긴 바위 아치라고들 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길다는 건 저에게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짬뽕처럼 들리더라고요. 인간이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이나 아직 문명이 닿지 않은 곳에 눈에 띄지 않고 숨어있는 더 긴 바위 아치가 있을 수 있잖아요. 하여튼 아직까지는 이곳이 가장 긴 바위 아치니다. 하지만 이 아치는 조금 있으면 풍화작용 때문에 사라질 것 같았습니다. 늙은 할머니의 가녀린 손가락이 생각나서 멋지기보다는 조금 있으면 모래 바람이 되어 사라질 것 같아 위태위태해 보였습니다.


 

 이날은 정말 많고 다양한 모양의 아치들을 구경하며 걸었습니다. 걷는 내내 많은 이야기도 나누었네요. 항상 행복한 대화만은 아니었지만요. 힘든 순간에 훅 올라오는 짜증들과 아이들에게 입버릇처럼 해대는 잔소리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함께 한 기억들이 아이들에게도 우리 부부에게도 두고두고 꺼내어 살펴보는 추억이 겠지요. 때 찍은 사진을 보면 제 어디서나 그 시간으로 날아가 웃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벌써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이어서 샌드 아치(Sand Dune Arch) 걸었어요. 부끄러워하는 햇살이 잠깐씩 리를 비쳐주었지만 역시 그늘은 참 추웠습니다. 모래길을 걸으려니 자꾸 발이 모래에 빠졌습니다. 고운 모래라 더했던 것 같아요. 원 없이 모래길을 걷고 또 걸었습니다. 단하지 않은 닥을 걷는다는 것이 골반에 이렇게 무리가 갈 줄이야 생각도 못했어요. 그래서 먼 길을 가기 위해서는 지금 내가 선 길이 단단해야 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 우리 가족들을 위해 단단한 길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 들었어요.

 또 모래길을 보며 큰 바위들이 이렇게 고운 모래가 되려면 참 많은 것들을 참고 견뎌야 했을 거생각했어요. 나이 많은 자연 안에서 우리는 정말 나이 어린 존재들이죠. 요즘에는 부쩍 낡 것, 늙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이 많이 듭니다. 각보다 내 몸이 낡아간다는 것이 다 나쁘지더라고요. 시간이 주는 그 진함과 깊음이 더 멋있게 보수도 있잖아요. 있게 늙고 싶은 한 사람입니다.



 이곳은 여기저기 아치. 아치는 하늘에 걸린 액자처럼 그 구멍 안으로 보이는 세상이 더 아름답게 만들더라고요. 사람들의 모습도 똑같을 거예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인상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모습이잖아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는 나태주 시인의 시처럼 자연 풍경도, 내 주위 사람들도 애정을 가지고 자세히 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날 아치들을 통과한 풍경들이 그림처럼 느껴지면서, 이 주는 석들을 발견하기로 결심습니다. 



 이날 아빠와 아들은 참 많이도 뛰어다녔습니다. 아치스 국립공원에 있는 모든 아치를 섭렵하겠다는 의지로 말이죠. 딸아이가 차에서 깊이 잠든 이유로 저는 잠시 쉬었니다. 아치를 보고 나서 두런두런 대화하며 차로 걸어오는 부자의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였습니다. 지켜보는 저도 행복했어요. 이런 게 행의 전염인가 봐요. 이런 시간여행이 주는 보너스 선물입니다.


 

 늘은 이 지역 피자 맛집으로 향했습니다. 열심히 걸어 다닌 덕분에 죄책감 없이 많이 많이 먹을 수 있는 날이었습니다. 지금도 우리 가족에게 회자되는 맛있는 탈리아식 피자 맛집이었어요. 불리 먹고 해 지는 장관을 감상먼 길을 달려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마지막까지 불태우며 꺼져가는 태양을 보며 하루 여행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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