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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뜬구름이 좋아 Oct 16. 2023

만나서 반가워. 옐로스톤

다솔솜네 여행 앨범: 옐로스톤에서 살아서 탈출하기 #2


 우리는 솔트레이크시티를 거쳐 드디어 여행 목적지옐로스톤 국립공원에 입성했습니다. 사람들에게 미국 여행하면 이곳을 거의 다 추천했기에 너무 와보고 싶었던 곳입니다. 이 공원은 규모가 대략 경기도 전체 넓이라고 합니다. 규모가 어마어마하죠. 미국이라서 가능한 크기의 국립공원입니다. 이런 곳에서 살면 마음이 넓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자연 앞에서 작디작은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되니 겸손한 마음이 되더라고요. 우주의 먼지만한 나 말입니다.

 공원을 옐로스톤(Yellowstone)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말 그대로 노란색 돌이 많아서 인데요. 황 성분을 지닌 돌들 때문입니다. 이곳에서는 이 때문에 계란 삶는 것 같은 유황 특유의 냄새가 나는 곳이 많습니다. 실 이 냄새가 좋은 건 아니기 때문에 적응도 안되고 숨쉬기가 힘들었습니다. 폐에도 좋지는 않다고 하더군요. 곳곳에서 올라오는 하얀색 수증기와 함께 계란 삶는 냄새는 이곳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장면과 대표 냄새가 되었습니다. 냄새는 생각보다 강력하게 각인되어 그 장소 하면 그때 그 냄새가 함께 생각나거든요. 그래서 향기와 관련된 여러 심리치료도 생겨났나 봅니다. 결국 저에게 옐로스톤은 유황 냄새로 남아있습니다.

 이곳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1872년 지정된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이기도 합니다. 곳곳에서 연을 사랑하고 지켜내려는 미국인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미국의 국립공원에는 곳곳에 관리요원인 파크 레인저들이 상시 대기합니다. 그들은 관광객들의 안전도 지켜주지만 자연 훼손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듯했습니다. 관광객이 트레일을 벗어나거나 위험한 행동을 할 때 즉시 저지합니다. 우리 가족은 이방인이라 그런지 더 조심해서 다니게 되니 이들의 존재가 든든하더라고요. 또 이런 대자연에서 근무하면 스트레스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해보았어요. 초록초록한 들판에 평화로운 바이슨 무리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으며 노니는 그 장면을 보면 있던 고민도 다 휘발 될 것 같거든요.



 이곳은 전체가 야생돌물들의 서식지이기 때문에 야생동물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첫날은 입구에서 본 바이슨(Bison, 아메리카 들소)때문에 차들이 정차해서 사진을 찍어 대곤 했지만 둘째 날만 되어도 이슨이 떼로 있거나 말거나 쉽게 지나가게 됩니다. 바이슨뿐 아니라 곰, 영양, 코요테, 사슴 등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이죠.  그대로 야생동물 서식지에 사람들이 놀러 온 것이지요. 이곳은 자연 그대로의 동물원입니다.



 로스톤 국립공원의 서쪽 입구에 가까운, 유명한 장소인 Mammoth hot spring에 왔습니다.  이곳은 말 그대로 온천(spring)이라고 불리지만 물은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회색 빛깔 석회석으로 되어 있고 계단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듣기로는 이곳은 1990년대만 하더라도 물이 흘렀다고 하는데 지금은 물을 거의 볼 수 없니다. 물도, 돌도 영원히 똑같은 모습일 수는 없나 봅니다. 나 역시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미세히 다른 나겠죠. 그래서 찰나의 순간인 지금을 충만하게 살아내고 싶어요.

 이곳에서 아는 가족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여행 일정이 겹치고 동선을 대략 맞춘 탓에 이 넓디넓은 곳에서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너무 반가웠지요. 특히 이곳은 인터넷 연결은커녕 휴대전화가 잘 터지지 않는 곳이라 순전히 우연에 기대어 만나야 합니다. 그래서 더 반가웠습니다. 낯선 장소에서 낯익은 이들과의 조우는 선물 같은 기쁨입니다.


 이후 일정으로 Albright visitor center & Museum갔습니다. 이곳은 1909년 군대건물을 개조하여 만든 곳이었습니다. 옐로스톤의 지형과 야생동물들에 대한 소개와 이곳의 역사들이 잘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어떤 여행지를 갈 때나 그곳 Visiter center에 가게 되면 그곳에 대한 배경지식을 갖게 되어서 그곳 여행의 기억들이 더 또렷해집니다. 또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책자가 있어서 교육적으로도 추천합니다. 눈치 빠른 아이들은 싫어할 수도 있지만요.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여행지 관련 영어 학습지가 기다리고 있고 그 학습지를 완성하면 주어지는 뱃지를 꼭 획득해야 하는 훈장처럼 생각하는 부모님들이 있기 때문이죠.


 

 우리 가족은 옐로스톤 국립공원 근처인 Gardiner라는 곳에 숙박지를 예약했습니다. 국립공원 못지않게 아름다운 풍경과 가까운 곳에 식료품점도 있다는 이유로 이곳을 선택했습니다. 덕분에 눈부시게 푸른 하늘에 대비되는 그림 같은 흰 조각구름을 보며 맛있는 저녁을 먹었습니다. 숙소에 설치된 별도의 테라스에서 하늘도 구경하고 좋아하는 음악도 함께 들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숙소 바로 밑을 흐르는 강물을 보면서 흙이 많이 섞여 있는 것이 좀 이상했습니다. 물살도 비정상적으로 셌고요. 저희가 이곳에서 하루를 지내고 나간 며칠 후 이곳에서는 물난리로 도로가 유실되고 마을의 집들이 떠내려갔다는 소식을 뉴스로 들었습니다.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힘 없는 존재인지 실감하는 사건이었습니다. 그 마을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집 마당에 유난히 많이들 심어있던 보라색 라일락 나무들이 무사하길 빕니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옐로스톤 국립공원 안으로 다시 들어왔습니다. 아침부터 드넓은 초원에는 바이슨들이 무리를 지어 다녔고 멀리서 곰도 볼 수 있었죠. 이곳은 말 그대로 야생동물 천국입니다. 한적한 그 풍경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곳의 평화가 저의 마음으로 옮겨 오더라고요. 스트레스 없이 살고 있는 것 같은 이곳 동물들이 참 부러웠습니다.



  이곳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푸른 숲이 우거진 산도 있고, 캐니언도 있고, 드넓은 들판, 잔잔한 호수, 계곡물, 온천수 등 자연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 집합된 장소인 것 같았습니다. 자연 종합선물 세트처럼 말이죠. 특히 Inspiration point라는 곳에서 협곡을 타고 힘차게 내려오는 물줄기를 보면서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에 매료되었습니다.


 

upper falls view라는 곳에 왔습니다. 폭포수를 가로지르는 무지개가 웃는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줍니다. 무지개를 따라 웃어 보이는 딸아이의 미소가 싱그럽습니다. 여행지에서 잠깐씩 만나는 이런 무지개 같은 행운에 기분 좋아집니다.

 이곳에서 우리는 Ribbon lake trail, Uncle tom's trail 같은 곳을 걸으며 자연을 찬찬히 감상했습니다. 항상 어느 곳에 가든지 우리는 이곳에서 보는 이 장면이 생애 마지막으로 보는 풍경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을 떠날 때마다 가족이 다 함께 외치는 말이 있죠. "고마워. 이제는 똑같은 너를 다시 보지 못할 거야. 네 덕분에 행복했어. 잘 있어."하고 말이죠. 아이들과 여행할 때 항상 드는 생각은 나는 이곳에 다시 오기 힘들지만 내 자식들도 아이들과 함께 이곳에 와서 과거를 추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더 좋은 기억을 심어 주고 싶었습니다. 모든 부모가 같은 마음이겠지만 행복한 기억이 풍성한 아이로 키우고 싶거든요.

 


 Mud volcano도착했습니다. 화산인지라 주차장 근처에서부터 유황 냄새가 진동했고 우윳빛 수증기가 이곳저곳에서 솟아올랐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부글거리는 회색 온천수가 있었죠. 마치 콘크리트가 솥 안에서 끓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보기에 신기하다고 가까이 갔다가는 크게 다칠 수 있는 위험한 곳입니다. 우선 온천수의 온도가 상당히 뜨겁다고 하고 물의 산성도가 강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트레일로 살살 걸어 다니며 구경했습니다. 지금 당장 마그마가 솟아오르지 않기를 기도하면서요. 스릴 넘치는 트래킹 코스였습니다.

 이날 우리는 옐로스톤 공원 안에 있는 Grant village 중 Deer lodge에서 숙박을 했습니다. 숙소가 다른 여행지보다 좁고 불편한 점이 있었지만 국립공원 안에서 숙박한다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공원 안을 구경한 후 멀리 이동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매번 여행지에서 그렇지만 이날도 낮의 고된 일정으로 꿀잠을 잘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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