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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민 Dec 03. 2024

방 안에 구름이? 구름 아티스트

구름도 예술이 된다

여기 구름 사진만을 찍는 사진 작가가 있다.

이 작가는 독특하게도 일반 구름 사진이 아닌, 특별한 구름만을 촬영하는데,

그 작가의 이름은 베른나우트 스밀데(Berndnaut Smilde)이다.


베른나우트는 네덜란드의 사진 작가 및 모던 아티스트로,

실내 공간에 '진짜 구름'을 만든 뒤, 그것을 촬영하는 것이 그의 작업 장식이다.

놀라운 사실은 구름을 만들 때 사용되는 것이 오직 안개와 수증기 뿐이라는 점.

밀폐된 공간에서 안개 기계를 통해 안개를 만들고, 낮은 온도에서 수증기를 뿌려주면,

안개가 응결핵 역할을 하여, 안개 주변으로 수증기가 모여 구름이 생기게 된다.



구름을 촬영하는 모습




구름이 유지되는 시간은 길어봤자 10초라고 하며, 베른나우트는 이 짧은 시간동안

수십 장의 사진을 촬영하고, 가장 만족스러운 사진을 선택하여 편집을 한다.

편집이라고 해서 뭐 구름 자체를 보정하는 것은 아니고, 구름을 만들기 위해

사용된 장치들을 화면에서 지워 최대한 환상적인 광경을 연출해낸다.


우리가 그의 작품에서 신선함과 뭔지 모를 기괴함을 느끼는 이유는,

당연히 하늘 높이 있어야할 구름이 지상에, 그것도 실내에 있다는 사실에서 오는

시각적인 괴리감때문인데, 작가 또한 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익숙한 실내보다는

궁전 내부, 갤러리 내부 등, 우리가 평소에 접해보지 못한 실내에서 작품을 만들어낸다.


구름을 만들어내는 과정까지도 작품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과정은 굉장히 섬세하고 정교하게 이루어지는데, 그 과정을 보기 위해 작가를

자신의 공간에 초대하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물론 다 가는 것은 아니지만.



낮게 떠 있는 구름이 뭔가 불편함을 준다.



작가가 이러한 '구름 사진'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순간성'이다.

우리가 사진을 통해서는 구름을 얼마든지 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몇초면 사라져버리기에, 

작가는 '순간이 주는 감동'의 중요성을 구름으로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뭐 때때로 인생의 어떤 소중한 순간들은 충분히 기록되는 것보다,

충분히 경험되어지는 편이 더 좋을 때도 있으니까.


여튼, 베른나우트의 사진 작품을 보며 드는 개인적인 생각은

이것이 현대 예술이 지향해야하는 방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요즘 뭐 바나나를 테이프에 붙여두고 그것이 경매에서 80억 원에 낙찰되었다는 기사도 보고,

호일 은박접시를 관람객들 얼굴에 내리쳐서 '조각'을 하는 행위 예술도 보고,

'과감함'이라는 현대 예술의 특징 하나만을 명분, 혹은 방패로 삼아

예술이 아닌 어린 애들 장난을 치고 있는 일들을 많이 목격하고 있다.

물론 그 뒤에 숨겨진 깊은 의미가 있긴 있겠지만, 결국 그것들도 의미 부여만을 위한 

갖다 붙이기 식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80억 원짜리 '바나나'



내가 예술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예술 작품이라고 하면,

나같은 일반 대중들을 감동시키지는 못할 망정, 적어도 비웃음을 사지는 않아야하지 않을까.

현대 미술이 나아갈 길이 '대충 만들어놓고 의미부여해서 팔아먹는 상품'이 아니라,

베른나우트의 작품처럼 현대적인 기술 혹은 환경을 이용하여,

비로소 '지금에서야' 해낼 수 있는 작품이 되어야하지 않나 싶다.


작가가 말한 '순간성'이 이것을 말한 것 같기도 하고.

요즘 구름을 통 안봤는데, 내일은 구름을 좀 봐야겠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독해주시면 더 재밌는 글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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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지민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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