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간이 너무 덧없이 흐름이 확 와닿는다. 불과 지난주만 해도 휴가 갈 생각에 들떴었는데, 지금 벌써 사진을 넘겨보며 그때를 추억하고 있다. 몇 달 전에는 본격적인 이직 준비를 위해 이력서를 수정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이력서를 쳐다보지도 않고 있다. 작년 말 올해 초에는 연봉을 원하는 만큼 올려주지 않으면 퇴사해야겠다고 굳게 마음먹었는데, 지금은 그냥저냥 타협하며 출근하고 있다.
당시 했던 고민과 결정이 현재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고 있다. 지금 하는 고민도 앞으로의 생활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 같지는 않다. 미래를 바꾸려면 확실히 더 큰 결심을 해야 하는 것 같다. 지금처럼 유야무야 시간을 보내버리면 앞으로의 나도 지금과 같이 또 유야무야 살아가겠지.
사람이 하는 고민과 걱정의 대부분은 쓸모없는 것이라고 한다. 나도 딱 그런 꼴이다. 당시에는 매우 심각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뭐였는지조차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사소하고 작은 고민들이 쓸데없지는 않을 터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조금 다른 의미이긴 하지만 작은 고민들이 모이고 반복되다 보면 그것이 큰 고민으로 이어지고, 큰 고민을 하면서 큰 결심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모든 결심들을 실제로 수행할 수는 없겠지만) 큰 결심들이 모여 미래의 나를 만들어 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작은 고민들에도 성실히 임하는 것이 꼭 시간낭비이고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