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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세연 Mar 04. 2024

고부공감 영화같은 북콘서트 후기

57년생 시어머니 황영자 작가와 83년생 며느리 권세연 작가의 이야기

서울 시내 한복판 영화관 광고판에 나와 시어머니의 공저 '북콘서트' 안내가 광고되고 있었다. 내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이 현실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꿈에서도 생각해본 없는 광경이었다. '꿈이야, 생시야' 싶어 팔뚝을 수십번 꼬집어보아도 아프다. 지금 상황은 놀랍게도 꿈이 아닌 진짜다. 

 

2월 24일 토요일 오후 3시. 싸인회를 할 수 있도록 테이블, 오늘 와주신 분들에게 드릴 좌석 티켓과 팝콘, 박카스를 세팅하고 현장에서 책을 현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부스가 설치되었다. 


어머니와 나란히 앉아 싸인회를 하는 상상을 해 본적이 있었다. 이 상상의 끝에는 설레임이 아닌 싸인회라고 할 만큼의 분들이 오실까? 라는 걱정으로 끝났기에 실제 부스에 앉는 것이 사실은 두려웠다. 보통 혼자 어떤 일을 할 때는 기대반, 걱정반인데 이번에 시어머니를 모시고 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기대반은 없고, 혹시라도 돌발상황이 생기면 어쩌지(이를 테면 싸인회인데 사람없이 텅텅 빈다거나하는..)라는 걱정이 대부분이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전날 새벽 3시까지도 잠을 못 잤다. 다행히 싸인회 부스 설치 전부터 시어머니와 나를 축하해주러 오신 분들로 발 디딜틈 없이 북적북적했다. 감사하게도 예상시간보다 20분이나 싸인회를 더 진행하고도 시간이 모자라 본행사 후 싸인회를 다시 진행하겠다는 안내를 하고 북콘서트를 시작할 수 있었다. 

북콘서트는 신도림 씨네큐 1관에서 진행되었다. 1관은 그 영화관에서 가장 큰 대형관이라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많은 분들이 계신 싸인회 테이블에 앉자 문득 씨네큐 대표님을 처음 미팅할 때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대표님께서 알려주신 주소를 보고 강남에 있는 회사에 찾아가 대표님 미팅을 위해  안내데스크에서 용건을 말하고 1층에서 잠시 대기하면서 묘한 긴장감이 들기 시작했다. 수많은 직원들을 지나 대표님 계신 방에 도착했다.


"작가님, 혼자 오셨어요? 보통 이런 대규모 행사는 회사에서 진행하는데 작가님이 진행하시나요?"


대표님께 이 질문을 받고서야 등골이 오싹해졌다. 지금 내가 하려는 일이 대규모 행사라는 것을 처음 인식하던 순간이였다. 얼마 전 IGL코칭그룹 대표님과 관련 이야기를 나눌 때 이렇게 큰 일이라는 생각을 사실 하지 못했다. 나는 그저 시어머니를 모시고 북콘서트를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처음에 시어머니와 글을 쓸 때 한 평생 서너평 남짓한 야채가게에서 시간을 보내신 어머니께 세상구경을 시켜드리고 싶었던 마음이었다. 어머니는 현재 상황에 만족하신다며 굳이 세상으로 나오지 않겠다고 하셨다. 나는 그럼 세상을 어머님 앞에 선물하겠다고 다짐했었다.  


씨네큐 대표님과 미팅을 마치고 북콘서트 진행을 확정하고 출판사 대경북스 대표님께 전화를 걸어 이 소식을 말씀드렸다. 첫책 '엄마인당신에게코치가필요한순간'을 출간했을 때도 홍대 경의선 숲길 한복판에서 하루종일 북 컨페스티벌을 하는 등 이러저러한 일들로 대표님을 당황하게 했던 전적이 있있는 나였기에 대표님은 담담하셨다. ^^  슈퍼맨 같은 만능 능력자 김영대 대표님과 사랑하는 가족의 전폭적인 지원아래 본 행사를 준비하고 지금 자리에 있게 된 것이다. 

행사를 위해 영화관에 들어섰을때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대형스크린에 시어머니와 내 북콘서트를 알리는 포스터가 대문짝만하게 걸려있었다. 극장은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셔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시부모님께서 버스 대절해서 부안에서 손님들을 모시고 온다는 말씀을 하셨을 때 나는 고생스럽게 그러지 마시라고 주인공처럼 오셔서 편안히 누리시라고 말씀드렸다. 내가 느끼고 있는 긴장감과 부담감을 시부모님께 드리고 싶지 않았다. 부안에서 또 북콘서트를 하면 되니까 그 때 더 편안히 모시자고 큰소리를 치고 온전히 초대는 내 몫이었기에 마음의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계단을 내려가 관객석에 앉은 분들을 보자 정말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았다. 객석에는 그 자리에 앉아계신 분들과 함께 보낸 세월안에 있던 10대, 20, 30대 시절의 내가 앉아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시절의 나를 40대가 된 내가 바라보고 있었다. 


북콘서트를 마치고 며칠 후 한국강사신문 메인에는 '황영자, 권세연 작가의 고부공감 북+영화콘서트 성황리에 개최'라는 헤드라인과 함께 사진이 걸려있었다.

'성황리' 라는 단어를 우리 시어머니와 내 이름과 함께 볼 줄이야...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난 것만 같았다.  


어머님께 북콘서트 끝나고 메세지가 왔다. 이제 우리 어머니가 세상으로 외출하실 준비가 된 것 같다 ㅠㅠ


... 


(... 본 행사와 관련된 에피소드 2편에서 쓸게요.) 


#고부공감 #북콘서트 #황영자 #권세연 #대경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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