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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큐멘투니스트 Feb 07. 2022

(소설) 꼬뮤니까시옹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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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곗바늘이 12를 향해 집결하고 있었다. 아직 여유가 있다. 1시에 만나기로 했으니 한 10분쯤 더 있다가 집을 나서면 된다. 약속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서두른 덕에 모든 준비가 예상보다 일찍 끝났다. A는 잠시 침대에 걸터앉았다. 설레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했다.

‘날 좋아할까……’

오늘이 벌써 세 번째였다. 설렘과 함께 두려움도 밀려왔다. 그 순간에도 남자는 알 수 없는 존재였다. 그때 자신이 하늘로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시야가 넓어지고 낯선 이들이 보였다. 많은 목소리가 들다. 묵묵히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두려움보다는 평온함이 앞섰다. 호기심이 커졌다. 늘어난 의식은 도시 전체를 감쌀 정도가 되었다. A의 의식은 모든 곳에 존재하는 듯했다. 생각만으로 어디든 갈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 방이 아니라 서울 어딘가를 걷고 있었다. 주변 모든 환경이 너무 생생했다. 지나치는 사람들 옷차림이 그랬고, 눈부신 햇살이 그랬고, 차가운 공기 냄새가 그랬다. 그 냄새는 흙냄새, 젖은 낙엽 냄새, 자동차 매연, 튀긴 기름 냄새, 커피 냄새를 담고 있었다. 다른 공간었다. 이번엔 실내였다. 주변에 모인 사람들 온기로 따뜻했다. 30분도 더 전에 주문한 음식이 이제 나왔지만 아름다운 맛이 느껴지고 화가 풀어지는 것 느다. 다시 기분이 바뀌었다. 이번엔 초초했다. 주변이 밝았다. 주위가 빠르게 지나갔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학학’ 대는 숨소리가 귀를 때렸다. 쇼윈도에 누군가 빠르게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남자였다. 는 약속시간에 늦지 않을까 걱정하며 근처 지하철 역을 향해 뛰고 있었다. 달리는 내내 손질한 머리 모양을 신경 쓰고 있었다. A는 그 남자가 되어 세상을 보다. 그의 설렘까지 고스란히 묻어왔다. 지나치는 유리문에 다시 그의 얼굴이 비쳤다. 그는 1시 정각, 시청 앞 지하철 2번 출구에서 자신 만나기로 한 바로 그 남자였다! 그 역시 A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하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결국 그와 하나 되는 놀라운 체험을 자각했을 때 A는 정신을 잃고 침대에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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