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주관성에서 살아남기

유사과학이라는 위협......

 ‘과학은 주관적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이 말에 의문을 가질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과학과 객관성을 연결하며 과학을 맹신한다. 하지만 사실 과학적 사실 그 자체는 객관적이지만 과학적 사실을 어떻게 해석할지는 매우 주관적이며 개인의 의도가 포함된다. 그렇기에 몇몇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과학기술정보를 허위로 해석하여 오류를 만들어 내며, 이러한 잘못된 해석은 일반인들에게 매우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것처럼 보인다. 과학에 대한 의도적인 거짓 해석에 의해 많은 사람이 피해를 봐왔으며, 그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인 ‘음이온’ 허위 과학기술정보를 알아보도록 하겠다. 

 ‘음이온’, 이름만 들어도 매우 과학적이고 신뢰가 가는 듯한 단어이다. 음이온을 사전에 검색해보면 '중성의 입자가 전자를 얻어 만들어지는 음전하를 띄는 물질'(「음이온」, 『두피디아』, 두산백과)이라고 찾을 수 있다. 우리 주변 대부분의 입자는 양의 전하를 띄는 양성자와 음의 전하를 띄는 전자가 동일하게 존재하여 중성을 띈다. 이러한 중성의 입자가 [그림1]에서와 같이 다양한 원인에 의해 전자를 얻게 되면 입자가 음의 전하를 띄게 되는데 이를 ‘음전하’라고 부른다. 이렇듯 알고 보면 특별한 것 없는 ‘음전하’가 공기정화, 신체 밸런스 유지, 면역력 강화 등의 효과를 가진다며 의도된 허위 해석을 하여 음전하를 방출하는 공기청정기, 침대, 팔지 등으로 출시되어 홍보되었다. 최근에는 무려 헤어드라이기에도 음이온 방출기능을 탑재하여 머릿결을 개선한다고 홍보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음이온은 이러한 특별한 효과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림1] 중성의 입자가 전자를 얻어 음전하의 발생하는 과정

 음이온의 긍정적인 효과를 홍보하는 사람들도 그들의 논리가 있다. 대표적으로 공기정화 효과에 대한 내용이다. 음이온은 다른 물질과의 반응성이 높다. 즉, 다른 물질과 결합을 잘하기 때문에 세균과 바이러스 같은 해로운 물질을 결합을 통해 제거하여 공기를 정화하며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온은 공기 중에 발포된 이후 순식간에 분자와 결합하여 중성을 띄게 되므로 음이온이 세균과 바이러스 및 우리의 신체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 만약 음이온이 그 정도의 살균력을 가진다고 한다면 더욱더 우리의 신체와 접촉하는 것은 좋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음이온 헤어드라이기의 음이온이 머릿결을 좋게 해준다는 주장 또한 터무니가 없다. 서강대학교 화학과 이덕환 교수에 따르면 "상온에서 1세제곱센티미터 부피에 포함된 산소 및 질소 분자의 개수는 약 3000경 개다"라며 시중에서 유통되는 음이온 헤어드라이기가 방출하는 1세제곱센티미터 부피당 1000만 개의 음이온으로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말했다.1) 이처럼 음이온은 사실 우리의 건강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1)오상훈, “아직도 마케팅? 음이온 드라이기, 머릿결 효과 “글세”, <헬스조선>, 2022년 3월 4일, 아직도 마케팅? 음이온 드라이기, 머릿결 효과 “글쎄” (naver.com), 2022년 12월 21일

 그렇다면 음이온을 발생시킨다는 침대, 드라이기, 마스크 등은 어떻게 음이온을 발생하는 것일까? 주요한 세 가지 방법으로는 전기방전, 충격, 광물 방사선이 있다. 음이온 헤어드라이어 등에 사용되는 ‘전기방전’의 방법은 전기를 흘려 공기 중의 산소를 분해해 음이온을 만들어내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부산물로 '오존'이라는 유독 기체가 발생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두 번째의 ‘충격’ 방법은 폭포 등의 자연적인 부딪힘에 의해서 음이온이 발생하는 방법으로 일상에서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광물 방사선'을 사용한 방법은 모자나이트, 저마늄 등의 광물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이 대기 중의 중성의 입자들을 음이온으로 만드는 성질을 가지고 있음을 이용한다. 이러한 방법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광물 방사선’ 방법이다. 이 방법은 가장 큰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 광물이 방출하는 방사선은 인체에 유해한 방사선 물질이라는 점이다. 모자나이트 등의 광물이 방출하는 방사선이 문제가 되었던 사례가 실제로 존재하는데, 그 사건이 바로 ‘라돈 침대’ 사건이다.

[표1] 대표적인 음이온 발생 방법과 원리

 '노인을 젊게 만들고 나이 든 사람에게 활력을 찾아준다.’ 이러한 홍보문구를 본다면 눈길이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음이온 침대에 대한 홍보문구로, 음이온이 위와 같은 효과를 가진다며 '광물 방사선'을 이용하여 음이온을 방출하는 침대를 출시한 것이다. 하지만 침대에 사용된 '모자나이트’라는 광물은 연간 허용량의 10배가 넘는 라돈 방사선을 방출하였다. 이는 매일 수백 개비의 담배를 피운 것만큼 몸에 해로운 영향을 주는 양이다. 음이온 관련 허위 과학기술에서 비롯된 본 사태는 한국 사회에 '라돈 침대'라는 이름의 참사로 기록된 기록적인 사건이 되었다. 지금까지 '음이온' 이외에도 수소수, 줄기세포 등 다양한 허위 과학기술 정보가 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왔으며, 앞으로 또 어떤 허위 과학기술이 등장해 우리의 건강과 지갑을 위협할지 모른다.이러한 허위 과학기술 정보는 '과학'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객관성의 탈을 쓴 주관적인 해석이다. 음이온의 사례 또한 '음이온'에 대해 주관적으로 해석하여 자신에게 유리하게 의도적으로 허위 해석하여 발생한 사건이었다. 우리는 지금까지 '음이온'에 대한 과학적 사실을 면밀하게 검토해보았고 그 결과 '음이온이 건강에 좋다.'라는 말은 거짓임을 명백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우리는 유사 과학에 현혹되지 않도록 과학적 지식에 대해 한 번 더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조사하여야 하며, 그 해석이 논리적인지 정확하게 검증하여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한 노력이 수반될 때 허위 과학기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피해를 예방하고 대처할 수 있다. 그러한 각고의 노력을 통해 앞으로 새롭게 등장할 ‘허위 과학기술 정보’에 아무도 현혹되지 않아 피해를 보지 않기를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