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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Jun 16. 2024

엄마의 욕심은 어디까지인가요?

자사고 설명회에 다녀와서

지난주 큰 아이의 자사고 설명회가 있었다.

학기 초만 해도 아이는  자사고를 가겠다고 정해놓은 상태였기에 기초조사서에 당당하게 적어서 제출해 놓은 학교였다. 1학기 중간고사를 치르기 전부터 아이는 이 학교를 여러 번 거론했었다. 좋은 점보다는 나쁜 점을 위주로. 친구들끼리도 학교 정보를 공유하는지 이랬다 저랬다 흔들리는 마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사춘기 호르몬 탓인지 몰라도 아이는 방문을 꼬박꼬박 닫고 있어 아이가 방에 들어가면 대화하거나 얼굴 마주하는 일이 밥 먹을 때 빼고는 드물었다. 최대한 많은 말을 하면 잔소리라 여길 듯해서 삼시 세끼만 챙겨주고 말은 삼가고 있었다.


문제는 아이가 가고 싶어 했던 자사고 설명회 공지를 보고 신청서를 내 맘대로 낸 것이 탈이었다. 벌써 2주 전에 신청했며칠 앞두고 아이에게 설명회에 같이 가자고 했다. 아이는 내 말을 듣자마자 왜 자기한테 상의도 하지 않고 신청했냐며 화를 내며 펄펄 날뛰었다.


아이는 설명회도, 그 학교도 무조건 가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유인즉슨 자사고에 가면 무조건 내신등급이 안 나와서 수시로 대입에 도전이 어렵다는 결론이었다. 서울권으로 대입을 원하기 때문에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왜 그렇게 나를 엄마맘대로 하려고 하냐?'라는 말에 아무 대답도 못했다. 뒷목 잡고 쓰러질 뻔. 이제 아이는 키로보나 덩치로 보나 쪼그마한 엄마 보통 어른들처럼 꼰대로 보였나 보다.


자사고 설명회에 가자고 한 일이 그렇게 내 잘못인가 싶어 서운했지만 내 욕심이었나 싶어 망설여졌다. 설명회날, 퇴근 후 학교 근처는 이미 교통정체로 혼잡했다. 주차장은 벌써 꽉 찼고 안내요원들이 보였다. 학교 운동장에 들어서니 아들이 다니는 교복을 입은 학생과 학부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다른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나는 홀로 꿋꿋하게  복도에 올라가서 신청서에 내 이름을 확인하고 2명 신청한 인원을 1명으로 수정했다. 학교설명회는 100명을 선착순으로 모집한다고 했지만 800여 명이 넘게 신청했다고 했다는 문자를 받았지만 눈으로 확인하니 후들후들했다. 주위를 둘러볼 자신도 없었다.







설명회를 시작하고 두 시간 동안 학교의 장점을 안내했고, 다른 학교보다 높은 성과를 강조하는 ppt를 봤다. 학생 입장에서는 왜 이 학교에 와야만 하는지, 학부모는 보내야 하는지를 강조하며 설명해 주었다. 단순하게 호기심으로 이 학교를 지원하는 게  아니라 이 학교에서 남다른 무언가 다른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했다. 설명회가 끝나고 기숙사도 생활하는 교실도 볼 수 있다니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안전하다는 것을 증명해 주려나 싶었다. 하필이면 아이가 대입을 볼 때 9등급에서 5등급으로 변하기 때문에 '위기가 기회다'라는 말을 강조했다. 코로나 때 수도 없이 들었던 말이었기에 숨이 막혔다.






설명회를 마치고 돌아오는데 요동치던 마음이 잦아들었다. 아이는 이런 엄마 마음을 알아줄까 싶었다. 막상 공부하는 것은 아이인데 엄마인 내가 바뀐 수능제도를 안 다해서 달라질 것은 무엇인가 생각했다. 아이의 입장을 더 생각해 주고 알아봐 주어야 했다. 불안 불안한 마음을 모른척하지 말고. 열심히 한다고 해서 성적이 원하는 대로 안 나오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엄마도 이미 경험했기에 학교도 다녀봤고, 수능도 본 세대이기에 힘들다는 것을.


오늘 라라크루의 지담작가님의 글을 읽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아이에게 "어떤 학교에 갈래?"라고 묻지 말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라고 물어야 했는데 자꾸만  학교를 우선시하지 않았나 싶었다. 말로만  '괜찮다'라고 말해놓고 재촉하지는 않았나 후회됐다.


엄마라는 존재가 어디까지의 역할을 해 주어야 싶은 요즘이다. 아기 때만 해도 생명과 직결되는 없어서는 안 될 보호자였지만, 지금은 뭐든지 혼자 할 수 있다며 큰소리치는 것을 보면 독립적인 존재로 인정해줘야 했다. 그러니 학교의 선택도 인생의 선택도 이래라저래라 방향을 제시할 수 없고 상의할 때만 말해야 하다니.


시대가 바뀌고 세월이 바뀌니 나도 변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엄마가 되고 나서야 관점이 달라졌듯 너도 먼 후에 부모가 되고 나면 이해하겠지. 그것은  엄마만의 욕심이 아니고 자연스러운 조바심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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