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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Oct 22. 2024

부산에서 팬스타 크루즈 타고 오사카 여행기 1

난생처음 뱃멀미 분투기

자매가 딸과 함께하는 여행이라니 정말 꿈꾸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의 계획은 말에서 현실로 이루어졌다. 올해의 계획대로 직장 다니는 언니와 조카 그리고 나와 나의 초등학생 딸이 이번 가을 여행 멤버다.



언니의 딸은 만 6년 차 베테랑 간호사로 기숙사에서 있다가 몇 년 전 원룸으로 독립해서  엄마와 따로 살고 있었다. 친정언니는 내 책에도 등장한 인물로 나오듯이 심지도 굳고 이번이 세 번째로 대학에 입학에서 직장 생활과 대학 생활을 하는 바쁜 직장인이다. 출발 첫날이 중간고사 기간으로 거뜬하게 시험까지 보고 왔다.



나보다 7살이나 많은 언니는 공부에 탁월한 능력자가 확실하다. 진즉에 깨닫긴 했지만 공부머리는 언니를 따라올 자가 없는듯했다. 오십 대 중반의 나이에도 주간 학생들과 성적을 앞다투어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다니 언니가 나는 언제나 자랑스럽다.



그렇게 우리는 이른 아침부터 각자 사는 곳에서 대전역으로 집결했다. 나 또한 집과 대전역까지는 은근 거리가 있어서 서둘러 나와서 미리 검색한 버스를 타고 1시간 넘게 관광하듯이  딸과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대중교통수단이 버스를 타면 참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바깥 풍경을 보면서 글 쓸 글감이나 다양한 생각거리들이 마구 솟아난다.




대전역에서 출발한 ktx는 부산역 도착하는 시간은 1시간 30분으로 눈깜짝할 사이에 도착한 느낌이었다. 조금만 더 천천히 달렸으면 했는데 벌써 동대구를 거쳐 부산역에 도착했다는 방송을 듣고 각자의 트렁크를 끌고 내렸다. 점심을 역 안에 있는 음식점들 중에서 마지막으로 국내에서 먹을 것들을 각자 골랐다. 언니는 순대국밥, 나와 조카는 콩나물국밥을 먹고 딸은 라면과 김밥에 치킨까지 다양하게 주문했다.


요즘 한창 크려는지 식탐이 발동했다. 서둘러서 먹고 각자의 짐을 챙겨서 부산항 여객터미널로 가서 출국 수속을 밟았다. 공항과는 달리 사람도 적었고 한적한 느낌이었다. 수화물을 따로 부치지 않고 계속 끌고 다녀야 해서 미로 같은 곳을 안내에 따라서 시키는 대로 줄 서서 배에 탑승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크루즈를 타고 여행을 안 해본 초보여행자라서 앞으로 닥칠 일을 미리 짐작하지도 못했다. 아니 짐작할 수가 없었다. 왜냐면 크루즈 여행기를 블로그로 많이 봤지만 나쁜 글을 찾지 못했기에 각자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단체여행객들도 있고 외국인들이 꽤 눈에 띄었다. 배를 타고 여행을 가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새롭게 알았다. 제주까지 차를 가지고 갈 때만 배를 이용하지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에 배를 타고 여행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못했다. 출국 수속을 하고 혼자 트렁크를 끄는 내 딸이 어딘지 모르게 다 자란 느낌마저 들어선 지 듬직하고 대견했다. 언제나 품 안에 있는 아기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엄마보다는 친구가 더 좋은 시기에 있다.


몇 년째 집에서는 하루에도 수시로 부딪히는 격동적인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데 집 밖을 나오니 싸울 일이 없었다. 마음의 평화가 왔다고 해야 하나. 사진을 많이 못 찍은 이유도 딸 눈치 보느라, 바삐 움직이느라 사진이 턱없이 부족하고 아쉬움이 컸다.






한참을 기다리고 줄을 서서 우리는 크루즈에 입성했다. 홀에 들어서서 방 키를 받고 주변을 둘러봤다. 위의 사진상으로 보이는 좌측이 석식과 조직을 먹을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예상이 딱 맞았다. 아직 배가 출발하기 전에 배의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식사 사진이나 음식 사진은 하나도 못 찍어서 아쉽다. 생각보다 음식이 괜찮다는 딸의 음식 평이 다행이었다. 나처럼 밥을 매끼를 준비해야 하는 주부들은 남이 해주는 음식이 제일 맛있는데 매일 급식에 길들여진 학생이나 직장인은 음식 평이 까다롭다.  그래도 합격 수준이었다.







크루즈 내의 패밀리룸이다. 우리는 가족석으로 미리 예약을 했다. 객실이 어마어마하게 많았지만 타이타닉을 꿈꾸지도 않았지만 딸도 타이타닉을 얘기해서 그냥 마주 보고 웃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크루즈를 타보다니 얼마나 신기하냐고 딸도 나도 들떠있었다.





19시간을 배를 탄다는 것은 이토록 지루하고 심심하고 고통스러울지는 몰랐다. 배가 출발하면서 우리는 출렁이는 파도에 몸이 흔들리니 기분도 이상해지고 중심을 잡을 수 없었다. 이게 멀미인가 싶었지만 참을 수 있을까 살짝 두려움이 몰려왔다. 오사카항에 도착하려면 아직도 멀었는데 까마득해 보였다.




초등 딸은 물약으로 된 멀미약을 삼키며 인상을 찌푸렸다. 나는 견뎌보겠다는 마음으로 창밖을 바라보면서 스스로를 달래 보았다. 언니도 나와 같은지 벌써 한쪽 켠에 이부자리를 펴고 누웠다. 자는 게 상책이라 싶었는지 조카도 옆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나는 이 긴 시간이 지루할까 읽을 책을 들고 와서 펼쳤다.





흔들리는 자동차에서 책을 읽어도 멀미를 안 하던 나였는데 옛날의 입덧의 순간이 떠올랐다. 속이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메슥거리고 머리가 띵했다. 갑판으로 나가면 괜찮아질까 싶었는데 약간 괜찮아졌다. 그런데 이렇게 밖에서 긴 시간을 갈 수 없지 않은가. 룸으로 들어가니 모두 자고 있었다. 시간은 4시 반이었고 출발하고 1시간도 안된 시간이었다. 주섬주섬 멀미약을 입에 삼킬 수밖에 없었다. 이런 기분으로는 내일 아침까지 여기에서 머물러야 한다고 생각하니 끔찍했다.



뱃멀미를 하기 전에 크루즈를 돌아봐서 다행이었다. 배가 출발하고 흔들리면서 뱃멀미를 한 번도 안 해봐서 그런지 이런 느낌이 처음이었다. 마치 입덧하는 것처럼 속이 메슥거리고 머리가 띵하고 가만히 앉아있어도 몸이 기우뚱거렸다.











광활한 바다 위에서 보이는 것도 없고 통신도 안되고 놀거리 볼거리 먹을거리가 있다고 했지만 나가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3층에 카페에 가면 와이파이가 된다고 했지만 올라갈 자신이 없었다.  우리는 무인도에 온 것처럼 세상과 단절된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울렁거려서 눈을 감았고 잠을 일부러 청했다. 시간은 그렇게 가고 흘러갔다. 특히 스마트폰에 중독된 현대인들은 휴대폰이 안되니 제일 답답했다. 특히 나. 그동안 나도 모르게 중독되어 있었다. ㅠ.ㅠ

우리는 석식을 먹으러 나갔다기보다는 뭐가 나오는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뷔페로 되어있었지만 사진을 찍을 정신이 없었다. 간신히 석식을 먹고 멀미약을 비타민 먹듯이 삼키고 일찍 잠에 들었다.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캄캄했다.


그래도 안전하게 아침에 오사카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꿈인지 생시인지 비행기를 안 타고  배를 타고 일본 오사카에 도착했다. 처음 경험한 여행이지만 우리는 다시는 배는 타지 말자고 했다.


다음날 아침 조식을 먹고 오사카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얼마나 많은 인원이 크루즈에 탑승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입국수속을 하려고 서류를 작성하고 한참을 기다렸다. 그리고 먼저 내리려고 여행가방으로 줄을 세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9시 반에 내리는 줄 알았는데 오사카항에 내린 시각은 12시가 거의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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