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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Dec 10. 2024

괜찮아(한강 시인)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우연히 나민애 교수님의 유튜브를 듣다가 한강 작가의 시가 소개되었다.


한강 작가를 알게 된 것은 <채식주의자>로 <소년이 온다>로 알았다. 이번에 2024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시면서 더 유명해졌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노벨문학상이라는 위상을 떨치게 해 주어서 고맙기도 했지만, 한강 작가의 책이 없어서 못 파는 진귀한 현상도 빚어냈다.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한강 작가의 책으로 진열된 것을 보면서 기뻤다. 올해 첫 책을  출판한 사람으로서 내 책은 서글프게도 서서히 묻혀져 갔고, 전국에서 나이를 불문하고 한강 작가의 책을 구하려고 난리였다.


독립서점마다 한강 작가의 책이 진열되어 있어서 동네 독립서점에서 구매한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어볼 수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소설가로만 알고 있었는데 1993년에 시인으로 등단하여 거의 20년 만에 처음으로 묶은 시집이라 했다.


오랫동안 시를 써왔던 그녀는 소설보다 시가 먼저 씌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 필연적인 이유를 어렴풋이 알 거 같았다.


한강작가의 소설은 어딘지 모르게 상처받은 영혼들의 침묵을 언어로 번역해 놓은 느낌이었다.


오늘 소개하는 <괜찮아>라는 시는 엄마가 처음 되었을 때 아이를 밤새 달래지 못해서 같이  울었던 나에게 모성애가 부족한가 물음을 던졌던 적이 있기에 눈물이 났다.









왜 그래,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_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한강 시인)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녁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아이가 처음 태어나 언어가 울음인 것을

그것을 몰라서 왜 그래라고 물었으니

소통이 안 되는 바람에 애가 탔다.



젖도 물려보고, 분유도 타보고, 기저귀가 젖었는지 살펴보아도 아이는 계속 울고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우리 아이만 아니었나 보다. 어디가 아파서 그런지 우는 아이를 둘러업고서 병원으로 시도 때도 없이 달려갔다.


'왜 그래'라는 말은 아이에게 묻는 질문이라기보다는 나 자신에게  물어보고 어쩔 줄 모르는 나  자신에게 괜찮다고 위로한다는 말이 너무 공감됐다.  나도 그랬었다.


왕초보 엄마라서 서툴러서 아이를 편치 못하게 한다는 미안함에 같이 울었다. 애가 애를 낳았다는 말처럼 그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았기 때문에 몰랐다. 그런데 아이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니 우연의 일치처럼 울음을 멈추었다니 알아주었기 때문일까.


세상에 태어난 아이는 엄마가 세상의 전부다. 엄마만 있으면 그 어떤 두려움도 무서움도 없기에 엄마가 편안하고 안정되면 아이는 평온해졌다.  


지금도 아이들이 자라 덩치는 나보다 커졌지만 엄마라는 존재는 세상의 전부처럼 의지하는 존재다. 엄마가 믿어주고 사랑해 줘야 한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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