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늦은 아이를 둔 엄마에게 상처되는 말
아이가 말이 늦다는 걸 숨기지 않는 편이어서 아이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저희 아이가 말이 늦어서...”라는 말을 하게 된다. 사실 그 말을 하지 않고 싶은데 나도 모르게 입버릇처럼 나오게 된다. 우리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독특하다는 듯한 눈빛이 느껴지면 꼭 내뱉게 되는 변명 아닌 변명과도 같은 말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할 때마다, 위로라고 해주는 말들이 때론 나에게는 조언이 아니라 잔소리,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저는 아이 낳으면 사교육 안 시킬 거예요.
아직 아이가 없는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사교육에 왜 돈을 쓰는지 모르겠다고들 한다. 사실 나도 아이를 낳기 전에 그러했고, 세 돌까지 사교육을 하나도 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지금은 가장 후회되는 부분이다. 요즘은 사교육 할 돈으로 주식을 사주겠다고 하는 예비 부모들이 많던데, 과연 그게 말처럼 쉬울까?
아이가 발달이 늦다는 말을 듣게 되는 순간, 그동안의 내가 후회되고 지금이라도 뭐든 다해주고 싶은 게 엄마 마음이다. 나는 아이의 언어치료를 위해 쓴 돈이 몇 천만 원 정도 된다. 물론 보험 적용을 받아서 실제로 내가 지출한 돈은 훨씬 적지만. 아이의 성장과 발달을 위해서 쓰는 비용이 나 역시도 아깝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해주고 싶었던 교육을 내 소신껏 해줄걸, 남들 시선 의식하고 눈치 보며 아끼겠다고 아이에게 무관심한 듯하게 키우다가 결국엔 더 많은 돈을 원치 않는 부분에 쓰게 된 것 같다.
제 조카도 말이 늦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전교 1등 하더라고요.
우리 아이 이야기를 듣는 사람마다 모두 걱정 말라며, 이런 위로를 건네주지만, 솔직히 나는 그런 말이 하나도 힘이 되지 않는다. 이제는 가장 듣기 싫은 말이 되었다. 대게 주변에 말 늦은 사람이 하나쯤은 있는가 보다. 그 아이가 나중에는 똑똑해지고 잘 컸다고들 하는데, 모두가 그렇진 않으니까. 그리고 나는 주변에 말 늦었던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아이의 이런 상태를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고 어려웠다. 말 늦은 모든 아이들이 모두 잘 큰다면 나도 이리 걱정이 없겠지만, 그건 일부일 뿐이다. 좋게 풀려야 그렇지, 나는 최악의 상황도 생각하고 있으니까 너무 쉽게 위로를 해주지 않았으면 한다. 차라리 책을 많이 읽어줘라, 장난감 놀이를 많이 해줘라 등의 구체적인 언어 자극의 방법 조언이 이제는 더 듣기 좋다. 오히려 전에는 나를 가르치는 듯한 소리가 듣기 싫었는데,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게 지금으로썬 훨씬 도움이 된다.
그리고 나 역시도 아이 낳기 전에 했던 철없던 말이 생각난다.
“난 젖병 안 사. 모유 수유할 거거든. 완모 할 거야.”
친구가 나에게 벌써부터 단언하지 말고, 나중에 겪어보면 네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난 확고하게 말했다.
... 나는 아이를 낳자마자 모유수유 시도도 하지 않고, 바로 분유 수유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