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너처럼 같이 성장하고 있어
언어 발달 치료를 막 시작했던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엄마였다. 치료를 시작하고 6개월이 흐른 뒤, 나는 집에서 이런 노력을 해주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전보다 심적 여유도 생겼고, 아이에게도 너그러워졌다. 물론 그 과정이 항상 평온했던 것은 아니다. 담담하다 가도 조급해지고, 절망적이진 않은데 불안하기도 했다.
내가 아이에게 해주었던 놀이는 지극히 평범했다. 아이에게 언어 자극을 해주는 시간과 특별한 활동에 초점을 두지 말고, 아이와 10분만이라도 집중해서 놀아주면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개선되는 모습이 보였다.
전에는 박물관, 동물원 등 주제를 가지고 관련된 장소에 가서 이것저것 많이 보여줘야만 아이에게 언어 자극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원하고 와서 곧장 집에 가지 않고 두 아들을 데리고 키즈 카페나 테마파크, 공원에 데려가서 놀았다. 어린이집 하원 후에도 바쁘게 시간을 보냈는데, 나의 체력과 주머니 사정이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그래서 하원 후 집에서 장난감 가지고 놀거나 교육용 영상을 함께 보며 시간을 보냈는데, 꼭 대단한 곳에 데려가서 보여주고 하지 않아도 아이의 언어 자극은 충분했다.
나는 저렴하게 특가 할인 판매하는 워크북을 쟁여 두는 편이며, 다 푼 워크북은 버리지 않는다. 다시 책을 펼쳐 함께 그림을 보며 복습도 하고, 소근육 발달을 위해 가위로 잘라보게까지 한 뒤에 버린다. 또는 워크북 속 그림을 내가 직접 잘라서 그림 카드로 가지고 놀기 위해 모아둔다.
작년 중순만 하더라도 책 물려받으면 정리하는 게 귀찮았는데, 지금은 누가 책을 물려준다고만 하면 어디든 간다. 여전히 이야기를 듣기보다, 책 속의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는 책 속의 그림을 보며 흉내 내고 상황을 설명하면서 누군가와 함께 보는 걸 거 좋아한다. 그래서 나도 아이가 책을 보는 관점에서 책 속 그림을 먼저 설명해주고 대화하듯이 책 이야기를 말해주니, 책에 대한 거부감이 점점 없어지고 있는 중이다.
장난감 가지고 혼자 놀게 하지 않고, 옆에서 말을 붙여주거나 아이가 하는 행동을 설명해준다. 처음에는 말이 쉽게 트이지 않겠지만, 이렇게 6개월을 5~10분 정도 놀았더니 이젠 내가 알려줬던 말을 그대로 따라 한다. 처음에는 단어와 동사로 알려줬다면 여기에 형용사를 더 하고, 의문사를 넣고, 조사를 붙이고 점점 문장을 확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아이가 받아들이는 속도는 느리지만 자연스럽게 습득해가는 것이 보인다.
언어 치료를 시작했을 무렵, 그때가 4살이었으니까 나도 보통의 또래 아이들과 엄마처럼 내 아이와 많은 대화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해를 잘 못 하니 서로 오고 가는 대화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어휘력이 조금씩 늘었을 때부터 질문을 많이 해주었다. 어린이집을 하원하고 집에 가는 길에 많이 물어본 말은
“저녁에 뭐 먹고 싶어?”
였다. 당연히 처음에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림이나 사진을 보여주며 고르라고 했고, 너무 광범위한 질문보다는 선택 안을 2~3개 정도 제시해주고 그 안에서 고를 수 있게 했다.
“저녁에 짜장면 먹을까? 피자 먹을까?”
점점 아이가 본인의 생각을 표현하는 대답을 하게 되었고, 지금은 할아버지와 저녁에 뭐 먹을까? 물어보면 지금은 스파게티라고 대답한다.
아이가 바뀌길 바랄 게 아니라,
부모가 바뀌어야 한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몰랐던 것이다.
자책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