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은 아닌데 관심도 아님
2021년 4월 9일에 끄적여 놓았던 글이다. 그때 글을 마무리를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지금 다시 쓰려니까 그때 그 마음과는 조금 달라졌다. 어쨌든 작년 이 상태의 나를 떠올리며 글을 다시 이어나가 적어보려고 한다.
2020년 12월 초, 1년 좀 넘게 해오던 언어치료를 자체 종결했다. 유치원을 다니면서 일주일에 두세 번은 언어치료 때문에 중간에 조퇴를 하고 나와야 했다. 사실 이때 (5살 반) 담임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만족스럽지 않은 언어치료를 계속해왔을지도 모르겠다. 담임 선생님과 상담을 하던 중, 언어치료 수업을 들으러 가는 것보다 반 친구들과 더 어울려 시간을 보내게 하는 게 어떻겠냐는 선생님의 제안이 있었다. 그리고 나 역시 언어치료의 딜레마에 빠져있던지라 그만둘까 고민이 되던 시기였다. 선생님은 사회성에 크게 문제가 없고 또래들과 놀면서 자극받으며 발달 성장하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기에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해 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씀을 해주셨다.
주로 혼자서 듣던 언어치료 수업이 5살 하반기부터는 짝수업을 통해 친구와 상호작용을 배워가는 내용이 추가되었다. 그래서 그룹 수업 위주로 언어, 놀이, 감각통합 수업을 들어왔다. 다행히 사회성보다는 어휘력이 문제였던 아이, 친구들을 웃겨는 주는데 주로 말보다는 행동이 앞서는 아이였다. 어휘력은 엄마 아빠가 옆에서 많이 들려주고 대화하며 그렇게 문장 표현을 늘려주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서 발달센터 수업이 고민되었던 시기이다. 담임 선생님께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그 길로 언어 치료 수업의 길을 종료했다.
담임선생님께서 긍정적인 말씀을 해주시고, 나 역시도 아이가 언어 발달에 있어 좋아지는 모습이 보이니 더 이상 우리 아이에게는 걱정할 필요가 없는 줄로 알았다.
우리 아이는 이제 문제가 없는 거겠지?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어느 날, 우연히 심리상담센터에서 아이의 발달 상황에 대한 상담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은 너무도 절망적이었다.
‘제가 하는 질문 자체를 이해 못 해요. 또래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문제가 많은 거 알고 계시죠? 언어 치료부터가 시급해요. 당장 다음 예약 잡으시죠!”
나는 우리 아이가 좋아졌다고 생각했는데, 타인이 보기엔 전혀 그렇지 않았나 보다. 앞으로 우리에게는 별 다른 문제가 없을 거라고 행복한 미래를 꿈꿨다. 그것도 잠시였다. 이 상담으로 인해 나는 모든 걸 다 놓아버렸다. 아이만 보면 화가 나고, 왜 이 말조차 이해를 못 하냐면서 다그치는 일상이 다반사였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화도 났다. 처음 만난 아이가 낯을 가릴 수도 있는 건데, 그리고 그림을 잘 못 그릴 수도 있는 건데 꼭 그런 식으로 엄마의 마음을 짓밟아야만 했는지… 나의 원망은 그 상담사한테로 향하기도 했다. 그렇게 겨울방학을 완전히 망쳐버렸다. 아무것도 하기가 싫었다. 그렇게 우리의 시간을 흘러만 갔고, 나는 무관심한 엄마로 점점 변하고 있었다.
이렇게 새 학기를 맞았다. 나는 무관심과 관심의 중간, 아이의 언어 발달을 위한 노력을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기대는 져버린, 언어 발달에 대한 집착을 놓지 못하는 엄마가 되었다.
시간이 약이겠지, 마음을 비우고 살자.
아이는 여섯 살이 되었고, 나는 아이에게 많은 것을 강요하지 않고 아이 수준에서 해줄 수 있는 작은 일부터 다시 하기로 맘먹었다. 미술이 재미있다고 하니 집에서 만들기, 그리기를 할 수 있게 종이와 색연필을 잔뜩 사서 맘껏 쓰라고 테이블 위에 두었다. 책도 안방으로 옮겨서 자기 전에도 언제든 책을 가져오면 읽어주었다. 재미있는 워크북을 찾아서 함께 풀어나갔다. 예전에는 돈, 재료, 정리, 모든 게 다 아까워서 뭐 하나 주기에도 수많은 고민을 했는데 마음을 비우고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 두었다.
그러던 아이에게 점점 성장한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