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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버시티 파워

다양성은 어떻게 능력주의를 뛰어넘는가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일본에 있었습니다.

'공부'를 핑계 삼아 신나게 놀 때입니다.

일본으로 가기 전 1년 여의 직장생활에서 벌어놓은 돈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열심히 살 수밖에 없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운이 좋게도 기숙사비는 일본의 문부성에서 받았던 장학금으로 해결했지만(매달 52,000엔씩 18개월을 받았죠. 하하하), 생활비와 학비를 벌기 위해서는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본의 작은 소도시인 '가와사키'라는 곳에 한인타운이 있는데, 그곳에 있는 한국식 식당인 '니시노야西のや'라는 식당에서 접시를 닦으면서 돈을 벌었더랬죠. 꽤 큰 2층 식당이라 한국 유학생들도 많았지만, 일본 직원들과도 친하게 지냈습니다.


유독 친했던 일본인 친구 하나가 '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일을 시작하고 나서 1달쯤 지났을 때였습니다. 스스로를 포용적이고 편견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제 자신에 대한 평가가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바로 그 친구 때문입니다.


밥도 같이 먹고, 편의점도 같이 가고, 음식물 쓰레기도 함께 버릴 만큼 친했던 그 친구와 서먹해지고 소원해지기 시작했거든요. 거리를 두고 말을 섞지 않고 심지어는 한 공간에 둘만 있는 것이 불편해서 얼른 자리를 피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그 친구가 "홍! 내가 게이라는 사실이 불편해?"라고 직접 물어보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 질문을 들은 날 그와 오랫동안 얘기를 나누었던 시간이 없었더라면, 아마 그 친구와의 우정은 지금까지 지속되지 못했을 겁니다.


그는 현재 일본의 모 방송사의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고, 저에게는 누구보다 소중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글을 쓰거나 강의안을 준비할 때, 아이디어가 필요하거나 조언이 필요하면 스카이프로 얘기를 나누고 그의 생각을 묻습니다.


대체적으로 별 도움이 안 되는 잡담을 나누다 전화를 끊습니다만, 가끔 정말 도움이 되는 귀한 아이디어를 제공해 줄 때도 있습니다. 경험하고 겪어 살아내 온, 하루하루를 견뎌냈을 소수자로서의 그의 시각이 큰 자극과 통찰이 될 때가 꽤 많습니다. 좋은 친구이고 소중한 친구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과 비슷한 사람과 어울립니다. 의도를 갖지 않는다면 '유유상종'에 '끼리끼리'는 인간사의 자연스러운 귀결이 될 겁니다. 나랑 비슷한 사람과 함께 어울리는 것은 정서적 이점이 있습니다. 공감해주고, 위로를 얻고, 의견이 같다는 것에서 느껴지는 안도감 같은 심리적인 안정감을 제공해 주거든요. 하지만, 그것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거나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는 좋지 못합니다. '집단사고(group thinking)'라는 말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으로 사용되는 용어이니까요.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명제에 반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아주 존경하고 좋아하는 최재천 교수님은 오래전부터 생태계를 풍성하게 만드는 것은 '종 다양성'이라고 말씀하셨고, 여러 경로를 통해 이를 증명해 오셨습니다. 다양성의 아름다움과 건강함을 강조해 오셨죠.


젠더나 인종, 나이 혹은 지역 등을 기준으로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CEO의 비율을 남녀로 나누어 확인한다거나, 고위공직자의 지역 별 비중을 본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오늘 소개해 드리는  [다이버시티 파워]의 부제는 '다양성은 어떻게 능력주의를 뛰어넘는가'입니다. 그리고 그 부제에 충실하게 답변을 제시합니다.


다양성(diversity)은 사전적으로 "모양, 빛깔, 형태, 양식 따위가 여러 가지로 많은 특성"을 말합니다. 크게 나누자면 젠더, 인종, 나이, 종교 같은 것이 다른 '인구통계적 다양성(identity diversity)', 관점, 통찰, 경험, 사고방식 같은 것이 다른 '인지 다양성(cognitive diversity)'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저자인 매슈 사이드(Mattew Syde)는 바로 이 '인지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관점이 다른 것이 피부색이 다른 것보다 중요하다는 것이죠. 백인 남성 노숙자와 흑인 남성 의사는 피부색이 아닌 직업으로 구분하는 것이 더 나은 기준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구통계학적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은 쉽고 간단한 방법이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실제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과는 반대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공정과 능력주의, 다양성과 소수자 존중 같은 사회적 논쟁에도 이 책은 도움이 되겠지만, 그것보다 우리 개인의 삶을 더 재미있게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나와 다른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풍성해지거든요. 가끔 작은 갈등도 있을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당신의 의견과 관점이 경직되는 것은 막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재미도 있었지만, 기억해 둘 조언도 많은 책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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