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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선사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학폭 관련 뉴스를 보거나, 유명인의 과거 발언이 그의 새로운 행보에 발목을 잡는 뉴스를 자주 접할 때마다 인터넷이 없어서 천만다행이었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과거의 어떤 순간이 그대로 박제되어 나를 아는 어떤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노출된다면, 그리고 그 순간이 지우고 싶은 수치의 순간이나 숨기고 싶은 흑역사라면, 견딜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그렇습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학폭과 과거의 발언이 지금 책임질 일이 아닌 지나간 에피소드에 불과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의도가 곡해되었다는 둥 '장난이었다'는 둥의 무책임하고 미련하기 짝이 없는 변명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시도를 보는 것은 저 역시 항상 화가 나고 짜증이 나는 일이니까요.

범죄와 실수를 우선 구분해서 제 글을 읽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생각만 해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순간,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그 순간은 저와 여러분 우리 모두에게 있다는 뜻입니다. 고등학생 때 썼던 연애편지나 일기가 공개된다면 전 평생 잠수를 탈 겁니다. 진심입니다.  

잊혀질 권리를 지지하는 이유는 그래서 제게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입니다. 공개되기를 원하지 않은 정보를 공개되지 않도록 시스템이 정비되기를 지지하는 것뿐입니다. 개인이 수치심을 피할 권리를 지지하는 것뿐입니다.

어빙 고프먼은 [자아 연출의 사회학 The Presentation of Self in Every Life, 1959]에서 논의의 출발점을 제공합니다.

"한 사람이 자신을 타인 앞에 드러낼 때 하는 행위는 같은 사람의 행위 전체에 비해 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가치를 포용하고 보여주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세계는 사실 결혼식장과 같다."

저런 표현을 만나면 질투심이 생깁니다. 결혼식장과 같은 세계라뇨. 이렇게 길게 설명하고 있는 말을 단 한 줄로 설명해 버립니다.


어쨌거나 우리 모두는 타인 앞에서 연기를 합니다. 오프라인에서는 물론이고 온라인에서도 그렇습니다. 우려되는 문제는 온라인에서 보여지는 우리의 행위와 연기는 분명한 족적(Footprint)을 남기고, 그것이 지속된다는 점입니다.

온라인에서 당신의 글과 사진이 공개되는 순간, 당신의 통제권은 사라집니다. 당신의 의도와는 별개로 포스팅은 그 자체로 독립적인 생명력을 갖게 됩니다. 두려운 일입니다.

나쁜 의도가 없어도 잘못된 정보는 재생성되고 퍼져 나갑니다. 통제할 수 없다니까요. 온라인에서 정보가 퍼져나가는 속도는 진실의 여부와는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시금치에는 철분이 풍부하다'는 사실을 예로 들어 볼까요?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뽀빠이의 힘의 원천은 순전히 오해에서 비롯한 도시 전설(academic urban legend)을 배경으로 합니다.

K. 수네 라르손은 1995년 논문에서 햄블린의 주장("The Dissenmination of false data through inadequate citation", Larsson, K. Sune. 1995)을 인용해 "시금치에 철분이 풍부하다는 1930년대의 신화는 발표된 자료가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바람에 생겼다. 소숫점이 잘못 찍혀 철분 함량이 실제보다 10배 많게 표시된 것이다."라고 썼습니다.

이렇게 과학 논문에서 오류를 바로잡은 연구자라면 신중하게 자료를 검토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햄블린의 주장 역시 근거는 없으며 실제로 소수점과 관련된 증거 자료는 없다는 사실이 다시 드러납니다. ("Academic urban legends" Rekdal, Ole Bjorn. Social Studies of Science 44, 2014)

학계의 도시 전설의 근원에 관한 이야기조차 학계의 도시전설이었던 셈입니다.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온라인에서의  잘못된 정보의 생성과 확산은 너무너무 쉽게 일어난다는 것이고, 그것을 바로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리는 [랜선사회]의 원제는 'Should you believe Wikipedia?'이고, 한국어 판의 부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입니다.

저자인 에이미 S. 브루크먼은 조지아 공대 인터랙티브 컴퓨팅 대학의 교수입니다. 초창기부터 인터넷을 지켜봐 온 산증인이고 지금도 온라인 커뮤니티 설계를 강의하고 돕고 있다고 하는군요.

저자가 2010년 1월에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을 때, 두 번째 게시글의 제목은 '에이미의 예언 : 20년 후면 대통령 자격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였습니다.

그 글에서 저자도 고백합니다. 십 대와 청소년기의 바보스러운 짓이 사진이나 기록으로 남지 않아 다행이라고요. 말씀드렸지만 온라인에 정보를 올리고 나면 올린 사람조차 통제력을 잃게 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스냅챗을 시작한 에반 스피겔은 매우 영리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가 대답하고 싶어 했던 질문은 이것입니다.

"인터넷 사용자로서, 또 설계자로서 우리는 어떻게 인터넷을 통해 인간의 최선을 끌어낼 수 있을까?"

정말 오랜만에 페이지가 넘어가는 것을 아쉬워하면서 읽었던 책입니다. 내용을 다 소개해 드릴 수는 없지만 목차를 소개해 드리면 읽고 싶은 마음이 더 생기실 것 같아 소개하며 책 소개를 마칩니다.  

1장 온라인 커뮤니티는 진짜 공동체일까
2장 온라인 협업으로 무엇을 성취할 수 있을까
3장 위키피디아를 믿을 수 있을까
4장 인터넷을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꿨을까
5장 온라인에서 정체성을 표현하는 방식은 왜 중요할까
6장 온라인에서 나쁜 행동은 무엇이며 어떻게 대처할까
7장 비즈니스 모델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8장 인터넷은 어떻게 인간의 최선을 끌어낼 수 있을까

#랜선사회 #Shouldyoubelievewikipedia #에이미S브루크먼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어떤일이일어나는가 #잊혀질권리 #뽀빠이와시금치 #도시전설 #밑줄긋는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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