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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문화

공포팔이 미디어와 권력자들의 이중 전략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Rollin')'은 듣고만 있어도 어깨가 들썩들썩합니다. 요즘처럼 봄바람이 살랑대는 날에는 장거리 운전을 할 때 청하지 않은 졸음이 찾아오기 마련인데, 이럴 때 창문을 열고 '롤린'을 크게 틀면 잠이 확! 달아납니다.
밀보드에서부터 소환되어 올라온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은 역주행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얼마 전 '런닝맨'에 출연하여 신나하며 좋아하는 그녀들을 보며 왠지 모르게 저는 '울컥'했답니다. 응원해요, 브레이브 걸스.

사실 생각해 보면 역주행은 그리 드문 현상은 아닙니다. 장범준의 연금(?)인 '벚꽃엔딩'도 발표하고 1년이 지나서부터 인기를 끌었고, 윤종신의 '좋니', 가장 최근에는 비의 '깡'같은 사례가 금방 머리 속에 떠오릅니다.

제가 역주행이라는 문화 현상을 보면서 발견한 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역주행 현상은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소환되고, 누구라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보편적' 현상이지만, 소환의 이유와 지속성에 있어서는 매우 다른 양상이 관찰되는  '개별적'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자의에 의해 역주행이 일어나는 경우가 혹시 있는데 제가 과문하여 알지 못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대체적으로 역주행은 타의에 의해 촉발되는 것 같습니다. 자발적이라거나, 기획사의 의도나 마케팅에 의해 만들어진 현상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저에게는 '깡'이 비의 노력에 의해 다시 인기를 끌었다기보다는, SNS의 놀이 문화로서 활용되는 과정에서 다시 생명력을 얻었다고 보는 해석에 더 동의가 됩니다.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 봄캐롤의 대명사가 된 이유는 장범준의 봄맞이 홍보 활동 때문이 아닌 해마다 다시 피는 벚꽃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타당해 보입니다. (그런 면에서 장범준의 연금은 진짜 연금이죠, 해마다 반복되며 영원히 그치지 않을테니 말이죠. 부럽습니다.)
윤종신의 '좋니'는 유희열의 스케치북 라이브가 공개되면서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는 점 역시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연과도 같은 행운이 그들에게 선물을 준 것이죠.
 
팀을 해체하고 각자 다른 길을 준비하고 있었다던 '브레이브 걸스'의 인터뷰 기사는 '롤린'의 역주행이 그들의 기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계획이나 기획이 아닌 우연의 계기에 생명력을 얻어 움직인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유재석과 유희열이 진행하는 '슈가맨'은 역주행의 기회를 제공하는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일 것입니다. 슈가맨을 통해 우리는 실제 '양준일'이라는 가수를 다시 소환하여 우리 곁에 앉혀 두고 소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양준일'이라는 가수를 다시 보기 어렵습니다. 무엇을 하던 양준일답게 하고 있으리라는 점은 의심하지 않습니다만, 미디어에 노출되는 건 현저히 줄었죠.

마케팅에서는 일시적 유행인 'Fad'와 지속적이고 큰 변화의 흐름인 'Trend'를 구분합니다. 비즈니스가 아닌 문화적 현상으로서도, 결국 선물처럼 찾아온 역주행의 기회를 지속적인 롱런으로 바꿀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진짜 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양준일을 폄하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그가 다시 주목받는 것을 진심으로 원했는지도 모르겠고요.)
역주행의 계기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지만, 그 계기를 살려나갈 수 있느냐 없느냐는 다를 수 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출판 시장에도 역주행 현상은 자주 발견됩니다.
오늘 소개드릴 <공포의 문화 The Culture of Fear>역시 2020년 아마존의 대표적 역주행 베스트셀러입니다. 다른 책들과 좀 다른 것은, 2020년의 역주행이 두번째 역주행이라는 점입니다.

포틀랜드 루이스앤클라크 칼리지의 사회학과 교수인 '배리 글래스너'가 이 책을 쓴 것은 1999년입니다. 출간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2002년 마이클 무어 감독의 [볼링 포 콜롬바인]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에도 등장했지만, 베스트셀러가 될 만큼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이 책의 첫번째 역주행은 2018년이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 임기를 수행하던 그 해, 이 책은 출간 20주년을 맞아 다시 주목받고 재조명되었습니다. '트럼프'라는 배경과 '가짜 뉴스'라는 사회현상이 이 책을 다시 소환한 것입니다.

저자는 권력을 잡기 위해, 사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해 정치인, 기업인, 언론인들이 가짜 뉴스와 조작된 통계로 대중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는 사실을 고발했습니다. 20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살아남은 공포팔이 미디어와 더 강력해진 권력자들을 고발하는 내용을 추가하여 20주년 기념 재출간했습니다.
당시 <타임>지 기사 제목이 보여준 것처럼 "여지껏 도널드 트럼프만큼 공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대통령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2020년 다시 이 책은 주목받습니다. '코로나'와 '백신'에 대한 공포심과 불안감 때문입니다. 저자가 미국에 만연한 - 그리고 지금의 대한민국도 자유롭지 않은 - 공포의 문화를 고발한 이유는, 만들어진 거짓 공포 때문에 우리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위험을 초래하는 진짜 중대한 문제들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역설합니다.

아이들이 접하는 '게임'이 아니라 쉽게 접할 수 있는 '총기'가 진짜 위험인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사회학자답게 그것을 증명해 냅니다. 게임을 접하는 수준이 비슷한 미국과 일본, 호주의 청소년 사이의 총기 사고와 자살율이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문제는 총이 아니라 살인자 아이들이다." <포트워스스타텔레그램> "총은 아무 죄가 없다." <뉴욕포스트> 라며 언론이 내 보내는 기사를 고발합니다.

위험에 둔감하자는 뜻이 아닙니다. 위험에 과민한 것은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효용이 있습니다. 인류가 지금까지 진화의 과정에서 생존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만, 그 위험이 '진짜' 위험일 경우에만 그렇습니다.

여든이 가까우신 부모님이 백신을 접종하시도록 설득하는데 이렇게나 많은 설명이 필요한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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