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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승민 May 27. 2022

솔직해질 권리

일을 마치고 무거운 몸으로 지하철에 올라탔다. 항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한 손에 책을 집어 가볍게 읽으면서 가곤 했는데 오늘은 그냥 멍을 때리고 싶었다. 기대지 말라는 경고 스티커를 보고도 등을 맞대고 잠깐이나마 기대고 싶었다. 5호선 영등포구청역쯤이었나. 문이 열리자 두 남녀가 대화를 하면서 내 옆에 자리를 잡았다. 열린 귀라고 별 신경 안 쓰는 척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 


A: "야 남자 소개 좀 시켜주라고~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지"

B: "주변에 소개해 줄 만한 사람이 없어서 그래"

A: "너는 소개 안 받고 싶어? 말만 해 괜찮은 애 있어"

B: "난 괜찮아. 지금은 혼자 있고 싶어"

A: "난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일만 하다 하루 보내고 싶지 않은데"

B: "너는 성격 좀 숨기면 괜찮은데. 오버 좀 하지 마"


아무래도 친한 대학교 동기 사이인 듯했다. 허물없는 대화와 솔직하게 표현하는 모습이 너무나 명량해 보였다. 20대 초반 대학 시절이나, 아르바이트를 진전하는 시기이나, 사회 초년생으로서 발돋움할 때나, 사원에서 주임, 대리로 거듭나는 때나 어느 시기를 막론하고 누구나 사랑을 찾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우연히, 누군가는 노력의 결실로, 또 다른 이는 운명적인 만남을 시작한다. 


그런데 언제나 NG는 존재하는 법. 그건 바로 '숨김'이다. 감추는 게 많아질수록 자신만의 색깔을 잃어버린다. 때로는 본인조차 감정과 기분 그리고 소통하는 법을 잊어버리게 된다. 카카오톡 메시지로 감정을 담는다 하더라도 온전히 내 마음이 전달되지 못하는 것처럼, 미묘한 감정의 선들은 끊임없이 고민과 걱정을 안겨 주기도 한다. 


그러니 "이런 모습을 보이면 안 좋게 생각하면 어떡하지?"

"날 싫어하게 되지 않을까?"

"밀당을 제대로 하려면 좀 튕기고 도도해 보여야 해"

라는 어설프고 쓸데없는 고민을 하지 말자. 누누이 강조하지만 연애의 본질은 솔직함이다. 나의 기분과 감정을 표현하고 부정적인 감정이 든다면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것. 그것이 나와 가장 잘 지내는 방법이며 연인 소중한 한 순간을 보내는 방법이다. 


'나'의 색깔을 숨기지 말 것.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때 그게 곧 나의 자존감이고, 사랑의 첫걸음이다.


혼자서 잘 지내는 오늘이 함께할 때도 곁을 내줄 수 있음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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