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래빛 Aug 16. 2022

이상한 자폐아 이해준

은래빛 에세이


요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매우 인기다.


회사에서도 모두들 그 드라마 얘기뿐이라서, 나도 뒤늦게 재방송으로 보게 되었다.


배우들의 멋진 호연도 호연이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스토리가 참 매력적이었다.


주인공인 우영우(박은빈 배우분)는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어릴 때부터 법전을 통째로 외우는 천재적인 암기력을 가지고 있어 로스쿨을 수석 졸업한 후 변호사가 되어 사건을 해결해 간다.



난 이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고 있지만, 정말 자폐아를 가진 부모로서 약간의 애매한 기분을 느끼고 있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자폐인 우영우는


1.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2. 신변처리가 스스로 가능하며,

3. 공격성이나 동 행동을 가지고 있지 않고,

4. 사람들과 의사소통 및 대화가 가능하며,

5. 천재적인 암기능력으로 변호사라는 전문직을 가지고 있고, 

6. 젊고,

7. 아름다운 외모의 여성이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흔히 보는 로맨틱 드라마에서


1. 재벌 3세이고,

2. 젊고,

3. 키가 크고,

4. 엄청나게 잘생겼으며,

5. 외국대학을 나온 수재이고,

6. 한 여자(여주인공)만을 사랑하는 순정파이며,

7. 온화한 성격에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을 가진


남자 주인공을 보는 기분이라고 하면 이해가 될지 모르겠다.



드라마 속 우영우와 같은 자폐인은 거의 없다.


만약 있다면 위에 기술한 로맨틱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을 현실에서 찾는 것만큼의 확률에 가까울 것이다.


실제로 한 가지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경우는  "서번트 증후군"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의학적으로 더 정확하다고 한다.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  뇌손상을 입은 사람 중 극소수가 특정 분야에서 일반인보다 매우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증상을 말하는데,

발생 확률은 발달장애인 중 100만 분의 1 정도로 (0.000001%) 지극히 낮으며, 전 세계 인류를 통틀어 서번트 증후군 환자는 100명이 채 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어 사실상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적다.


모든 자폐증과 아스퍼거 증후군에 서번트 증후군이 내재돼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는 엄연한 오개념이며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매우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자폐인은 의사소통이 불가하고, 신변처리를 하지 못하며, 당연히 직업을 가지기 어렵다.


그리고 특수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갈 곳이 없어 많은 자폐장애인의 가족들이 평생에 걸쳐 힘든 시간을 감내하고 있다.


현실적인 경우를 찾자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 '3회'에서 형을 죽인 것으로 오해받은 자폐인 동생의 경우가 훨씬 현실적일 것이다.


그는 덩치가 크고, 자해행동을 하며, 의사소통은 단답형으로만 가능하고,

한 가지(펭수)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그는 형이 목을 매 자살을 하려 하자 소리 지르며 달려와 그를 막으려 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택시기사에게 "한바다!"라고 말하고 혼자서 우영우 변호사가 있는 로펌에 택시를 타고 온다.


그 장면을 보면서 생각했다.


'오.. 형이 죽으려 하는 걸 알아차리고 말리네...

혼자서 택시를 타서 행선지도 말하고.

저 정도면 그래도 희망이 있지 않을까...'




그 장면을 보면서 문득 떠오를 기억이 있었다.


어느 날엔가, 내가 해준이와 둘이서만 있던 날 밤이었다.


급체를 해서 온몸에 식은땀이 나고 내장이 뒤틀리는 통증으로 119를 불러야 하나 고민하던 중,


화장실로 뛰어가 변기를 붙잡고 구토를 하기 시작했을 때였다.


"아학하하하하 히히히 휘유휘유 하하!!!"


난 구토를 하다가 힘겹게 해준이를 바라보았다.


그는 내 입에서 토사물이 쏟아질 때마다

굉장한 것을 구경한 듯이 웃고 있었다.

으으으! 하면서 온몸에 힘을 주기도 했다.


내가 웨엑거리며 토사물을 쏟아내는 광경이 그에겐 재밌게 느껴진 것 같았다.


"하아.. 하아.. 해준아..."


내가 힘겹게 구토를 마치자, 그는 다른 방으로 건너가 눈앞에서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나는 비참함을 느꼈다.


내가 눈앞에서 고꾸라져 죽어도

그는 놀라지도, 염려하지도,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는 그저 혼자만의 세계 속에 존재하고,

누군가의 입에서 무언가 쏟아져 나오는 모습과

그 소리가 무척 재미있었을 뿐이니 말이다.




드라마의 인기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자폐인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가 다소 환상적인 내용일지라도, 장애인을 배려하자는 캠페인 문구보다 대중들에게 더 효과적일지 모른다.


직접 겪지 않는 한 모든 사람이 자폐인에 대해 알고 이해하는 건 어렵겠지만,


혹시라도 자폐인을 마주쳤을 때 작은 관심을 보내 주거나, 기다려주거나, 경멸 또는 혐오하는 시선으로 보지 않아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조금씩 세상은 변하고 있다는 증거이니 말이다.




< 이상한 자폐아 이해준 - 끝 >


*이미지 출처 - 이상한 변호사 우영드라마

                           공식 홈페이지


*의학지식 출처 - 나무위키 '서번트 증후군'


작가의 이전글 어떻게 살아도 인생은 고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