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장기전을 함께 이겨내는 사람들에게
배달을 시키려 해도 요즘은 통 전화 주문을 받지 않는 곳이 늘어났고,
직접 식당이나 카페를 가도 무인 계산기가 즐비하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는 언택트 시대를 맞이하였다.
대면하지 않는 것이 미덕, 접촉하지 않는 것이 예의가 되어버린 지금 이 예의를 차리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비대면 영상 플랫폼부터 배달 시스템, 본인 인증 QR코드까지 급격한 변화들은 이 장기전을 치르기 위한 도구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변화된 사회 속에서 '일상'을 살아내기 힘든 이유가 되기도 한다.
코로나 이전에도 기술 취약층은 언제나 존재했고 그 차이도 적지 않았다.
개인 PC가 없는 가정도 있었고, 노인분들은 무인 계산대나 인터넷 뱅킹 사용에 어려움을 겪으셨다.
하지만 컴퓨터를 사용해야 하면 잠깐 피시방에 들리면 그만이고, 사용법을 모르면 직접 주문을 하거나 은행에 방문하는 게 일상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지금도 이들이 여전히 그런 일상을 살아낼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가령, 필수 교육을 받고 있는 자녀가 3명인 집에서는 비대면 수업을 위해 3대의 PC를 마련할 수 있을까? 거기에 부모님이 자택 근무까지 한다면?
자택 근무를 하게 된 우리 부모님 세대가 자유자재로 플랫폼을 사용할 수 있을까?
개인의 PC가 없으면 나의 의무를 다 하지 못하고, 간단한 업무를 위해서 은행에 가는 것이 운 나쁘면 위험이 될 수도 있는 시대가 왔다.
물론 긴 시간 동안 싸움을 이어가며 여러 방안이 마련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평균의 생활을 보장해주기 위해 힘써 일하고 있지만,
여전히 손길이 미처 닿지 못한 곳이 존재한다.
그런데 반박할 여지없이 모두가 함께 안전을 추구해야 한다는 사실이 우리를 딜레마에 빠뜨린다.
불편하다고 마스크를 벗으면 안 되는 것처럼, 우리는 아직 적응하지 못했다고 사람마다 다 PC를 마련할 수 없다고 마냥 불평하기에는
코로나는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여전히 조심해야 한다.
얼마나 이 상황이 길어질지는 아무도 알려줄 수 없기 때문에 각 시대의 변함에 적응하기 위한 소양이 있는 것처럼,
지금 이 시대에서는 기술을 받아들여 흡수할 준비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도 맞다.
화제가 되었던 한 방송인의 SNS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 방송인은 아파트에 화재가 나서 위급한 상황이었고 휴대폰을 챙기지 못한 채 갓난아이와 커피 매장을 찾았고, QR 인증을 하지 못해 카페를 나와야 했다는 것. 이 이야기가 화두에 오르자 커피 매장 측은 예외 없이 방역 수칙을 지킨 것뿐이며, 장부작성과 신분증 확인 등 다른 방안도 제시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코로나로 고통받는 사람들이나 각 개인의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철저히 방역 수칙을 지키는 것과 취약층이나 상황이 허락하지 않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것. 이 둘의 무게는 누군가가 감히 가늠하기 힘들다. 방금 말한 방송인의 사례도 칼로 무 자르듯 판단할 수가 없다.
다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공통의 과제는 함께 코로나 시대의 막을 내리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개인과 단체가 최선을 다해 약속을 지키서 서로를 보호해야 한다.
더 이상 개인의 방역이 단지 개인의 보호가 아니다.
이제 개인의 방역은 모두를 보호하는 가장 작은 단위의 공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