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휘찬 Jul 31. 2023

스트릿 타로 도전하기 4

하늘이 파랗던 4월의 어느 봄날, 여의도 공원에서 지인 두 명과 만났다

스트릿 타로가 너무 궁금하고 재미있을 것 같다고 하여 모였던 것이다

각자 역할을 분담하기로 했다

나는 사람들에게 타로를 봐주기로 하고, 지인들은 소위 헌팅을 하러 다녔다


셋이서 뭉쳐 공원을 돌아다니며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살펴봤다

그러다가 '왠지 이분들이다, 저기로 가보자!' 느낌이 올 때마다 지인들은 들이댔다

"타로 한 번 봐보실래요? 저희 이상한 사람 아니고, 무료로 봐드리거든요"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10번 시도하면 1~2번 성공할까 말까였다


어떤 분들은 웃으며, 정중하게 "괜찮다", "타로 안 믿는다"라고 말씀하셨지만,

어떤 분들은 눈도 마주치지 않으면서 고개만 도리도리 흔들기도 하셨다

아예 "사이비 종교 아니에요?"라며 의심 짙은 질문을 하시는 분도 계셨다

그날 하루만 거의 50번은 들이댔던 것 같고, 이런 식으로 40번은 넘게 거절을 당했다

그중에 정말 손가락에 꼽으시는 분들만 제안을 수락하셨다

우리는 그분들께 즐거운 추억을 선사해 드렸다


손가락에 문신을 한 채로 돗자리에 앉아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던 남학생이 있었다

"예고를 준비하고 있는데, 과연 입시가 잘 될까요?"

"나에겐 자신만의 개성이 있어요, 그 스타일을 잘 살려낼 수 있다면 예고 입시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아요"

그 옆에 남학생과 같이 앉아 있던 여학생도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다

"제가 살을 뺄 수 있을까요?"

"조금 오래 걸릴 거고, 고통스러운 과정이 될 겁니다. 그래도 살은 뺄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조금 걸어가다 보니 커다란 그늘 아래 앉아 있는 커플이 있었다

"우리는 얼마나 오래 만날 수 있을까요? 결혼할 수 있을까요?"

"카드로만 보면 두 분의 사랑은 서로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사랑이에요, 결혼까지 충분히 가능하십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관계일까요?"

"서로가 서로에게 믿음을 주고, 같이 성장해 나가는 관계로써 의미가 있네요!"

질문과 답변을 나눌수록 서로에 대한 사랑이 묻어나는 커플이었다


마지막으로 테이블을 펴 놓고 음식을 고르고 있던 여고생들에게 다가갔다

"저 언제쯤 연애할 수 있어요?"

"카드로 보니 6개월 안에는 없어, 아마 내년쯤은 되어야 있을 것 같은데?"

"와! 대학 가서 신입생 때 생기나 보다!"

"오~ 딱 그때 많이 생기잖아"

"혹시 그 애가 전에 만나던 남자 친구는 아니죠?"

왁자지껄, 시끌벅적 연애에 대한 이야기로 활기차게 타로를 이어갔다


상큼하고 특별한 경험을 통해 감동을 받고,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던 뜻깊은 하루였다.

작가의 이전글 상대에게 어디까지 맞출 수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