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의 저자 에릭 와이너는 말한다.
"좋은 질문은 그렇다. 사람을 단단히 붙잡고 절대 놓아주지 않는다. 좋은 질문은 더 많은 질문을 불러일으킨다."
내게 있어 좋은 질문은 무엇이었나 생각해본다. 날 단단히 붙잡고 더 많은 질문을 불러 일으킨 질문.
군대를 갓 전역한 겨우 스물 하고도 세 살 이었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스물 하고도 세 살 이전에도 많은 선택들이 있었겠지만 어린 날의 선택들은 책임이 무겁지 않았다. 딱 그 즈음 스물 하고도 세 살 때, 처음으로 선택의 책임을 느꼈던 것 같다.
당시 호주로의 워킹홀리데이를 꿈꾸고 있었다. 제 딴에는 '어른' 으로서 여정의 시작을 알리는 작은 돛단배에 돛은 힘차게 펄럭이고 있었다. 하지만 무슨 장난인지 같은 시기에 나름 안정적인 직장으로의 취업 기회가 왔다. 새로운 시작 이라는 군 전역 후 새 출발을 어떻게 할 것인지, 펄럭이는 돛을 어떻게 잡을 것 인지, 모험인지 안전인지 큰 선택의 기로에 섰다.
이 선택이 앞으로의 내 삶을 결정할것 이라는 큰 책임의 무게를 느꼈다. 도저히 혼자서 감당할 수 없었고, 당시 대학 선배들이나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내 얘기를 잘 안하는 나에게 그것 역시 큰 선택 이었다.
좋은 질문은 거기서 나왔다. 중학생 그 어린 시절부터 내심 성숙하다고 생각했던 친구 였다.
"무슨 선택을 하던 후회는 할거야. 조금 덜 후회 할 것 같은 쪽으로 선택하는게 어때?"
그 질문은 이리저리 휘날리던 날 단단하고도 묵직하게 붙잡았다. 내 속에 수 없이 많은 질문을 불러 일으켰다.
질문 전의 나는 진정한 '나' 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았다. 앞으로의 미래, 선택으로 얻는 득과 실, 쓸데없이 아득하기만 한 무언가들과 싸웠다.
질문을 받고 나서는 내 머릿속은 그저 '나' 로 가득 찼다. 내 삶의 중심이 '나' 가 되는 엄청난 순간 이었다.
인생 최고의 순간들을 꼽으라면 꼭 이 순간을 빼놓지 않으리라.
좋은 질문은 하마터면 휘날려버릴뻔한 '나'를 단단하고도 묵직하게 붙잡았다. 진정 '나'를 위한것이 무엇인지, 내 속에 수 없이 많은 질문을 불러 일으켰다.
결국 난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택 했다. 십년이 조금 덜 지난 지금 같은 상황이 온다면, 역시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스물 하고도 세 살 그 시절의 질문과 선택 이후로 내 삶의 방향성은 '나' 가 되었다. 삶이 꽤 만만치 않아서 휘청 거릴때도 많지만 그럴때마다 좋은 질문을 되뇌인다. "조금 덜 후회 할 것 같은 쪽으로 선택하는게 어때?" 그리고 또 "진짜 너를 위한 선택이 뭐야?" "너만을 위한 선택이 맞아?" "내면을 잘 들여다보고 있는게 맞아?" "너를 아는게 맞아?" 수 없이 많은 질문을 불러일으키면서.
그 질문의 방향으로 살아온 지금의 나는, 사실 지금 눈 감아도 큰 아쉬움은 없을것 같다. 그만큼 날 위해 잘 살아왔다.
좋은 질문 하나는 나를 붙잡았고 세웠으며 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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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좋은 질문' 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휘청이는 사람들을 붙잡고, 그들의 머릿속에 수 많은 다른 질문들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사람.
좋은 질문이 나를 나대로 만들었듯이, 좋은 질문으로 그들을 그들대로 만들 수 있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