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준혁 Oct 19. 2024

늘 그렇다, 그저 가면 될 일 이다.


베트남 호치민에서 운전을 하고 다니다 보면 대책 없이 꽉 막힌 도로를 꽤나 자주 접하게 된다.

그럴때마다 '아 왜 막히는거야', '맨 앞은 뭐하는거야', '얜 또 왜 이렇게 운전해' 아주 날이 선 채로 찔끔찔끔씩 매연 속에 갇혀 움직일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찔끔찔끔 가다보면 어느샌가 좀 뚫리는 곳이 생기는데, 그 뒤로는 여전히 꽉 막혀 있다.

그 지점을 지나면서도 도대체 뒤는 왜 그렇게 막히는건지 이해가 안갈때가 많다.

어쨌든 뚫렸으니 잔뜩 섰던 날은 잊은채로 쭉쭉 달릴 뿐 이다.


인생도 길 이니까. 인생도 같더라.

도저히 안 풀릴것 같던 일들도 머리 싸메고 잔뜩 예민해져 끙끙 대던 상황들도.

어느샌가 보면 아무일도 없던 듯 풀려있고, 잊혀져있다.

일년 전의 오늘, 이년 전의 이맘때, 삼년 전의 겨울, 그 어느 과거에도.

난 분명히 날이 섰었고, 예민했었고, 풀리지 않는 고민들로 잠을 뒤척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 당시 날 그렇게 힘들게 했던 일들이 기억 저편으로 멀어져 있기도 하고.

지금 다시 겪는다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도 많다.


지나면 별거 아닌 일들이 많다.

도대체 왜 막혔는지 알 길이 없는 베트남 도로 처럼, 이유 따위 애초에 없을지도 모른다.

괜히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끙끙 대지 말고.

그저 찔끔찔끔 앞으로 나아가면 될 일 이다.

어느샌가 또 다 풀려있을테니까, 어느샌가 또 쭉쭉 달릴 구간이 나올테니까.

늘 그렇던 베트남 도로 처럼, 늘 그렇던 과거의 숱한 날들 처럼.

작가의 이전글 넘고 넘던 어떤 파도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