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라보다 Jan 04. 2024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작별인사>를 읽고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책을 읽는 내내 이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소설의 배경은 휴머노이드와 인간의 경계가 모호해진 가상의 미래다.

이것은 작가의 상상 속 세상이지만 읽을수록 곧 다가올 현실일 것만 같았다.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 그런 게 있기는 할까?'

이런 생각으로 책을 읽어나갔다.


소설 속의 휴머노이드는 겉모습부터 생각과 감정까지 인간과 다르지 않다. 주인공 철이는 하이퍼 리얼 휴머노이드다. 철이는 살면서 한 번도 자신이 인간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철이가 자신의 존재를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을 읽으면서

 '나는 어떤 존재인가? 인간이 뭐지?'라고 물음표가 더욱 가득해졌다.



또 다른 등장인물 선이는 불법 배아 복제로 태어난 클론이다. 선이는 휴머노이드가 아닌 사람임에도 '충분히 인간이 아니다'라는 취급을 받고 자랐다. 그래서인지 선이는 수용소의 휴머노이드와 이질감 없이 지냈다. 선이는 철이와 민이를 누구보다 인간으로 대접해 주었다. 그들의 의식, 기억을 소중히 하고 그리워한다. 결국 우주의 일부로 흡수되는 시간이 온다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여기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나간다.



나는 철이, 선이 그리고 최박사(철이의 아빠)의 마지막을 보면서 내내 고민했던 문제의 답을 찾은 것 같다. 세 사람 모두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인간다움을 지켜내며 필멸의 순간을 맞이했다.



 최박사에게 철이는 필요에 의해 만든 휴머노이드다. 철이를 가장 인간에 가깝게 만들고 인간다운 교육을 시킨 것도 최박사 자신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존재이기에 철이는 최박사에게 복종하지 않았고 이런 아이러니는 결국 최박사를 미치게 만들었다. 최박사는 휴머노이드에게 인간이 잠식당하는 것을 막으려 저항했고 끝까지 기계를 적대시하며 삶을 마감했다. 가장 최박사다운 마지막이었다고 생각한다.



선이는 자신이 제일 잘하는 일을 하면서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삶을 꾸려나갔다. 자신의 소중한 존재들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며 살았다. 철이와 함께한 마지막 순간에도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소설의 가장 좋아하는 대목을 함께 나누며 맞이했다. 평온한 마지막이었다. 그 누구보다 인간의 품위가 느껴지는 선이의 필멸의 순간은 '충분히' 인간이었다.



철이는 휴머노이드로서 영원히 존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불완전한 인간의 몸과 그로 인해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각을 그리워했다. 그래서 철이는 인간처럼 필멸의 순간을 맞이하기로 선택했다. 이렇게 선택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철이는 인간이 아닌 휴머노이드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그토록 그리워하던 선이와 함께라면 철이에게 그 사실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을 속이지 않고 진심으로 대해줬던 선이와의 인연을 다시 이어가며, 그녀의 마지막을 함께 하고, 결국은 자신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철이. 자신을 존재하게 한 최박사의 뜻대로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을 주체적으로 하는 모습은 인간의 모습이었다.



결국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이런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부족하고 나약한 인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마음. 필멸의 존재임을 피하지 않고 온몸으로, 온 인생으로 받아들이는 자세. 세상이 합리적이고 당연한 길이라고 여기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소리가 외치는 길을 선택하는 것. 비록 그것이 비합리적이고 미련한 길이라 할지라도.



2024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인간다움을 잃어가는 세상에서, '나는 나를 인간답게 하는 것을 잘 지켜내야겠다'라고 다짐해 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