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호퍼도 '창문 그림'을 많이 그린 화가이다. 대부분의 화가들이 창을 통해 바라본 바깥 풍경을 그렸다면 에드워드 호퍼는 창안으로 들여다본 실내의 풍경에 더 관심을 많이 가진 화가다.
어제 살펴본 앤드류 와이어스의 작품과 유사한 작품으로는 에칭 작품이 하나 있다.
Edward Hopper, Evening Wind (1921) Etching, Plate: 17.6 x 21 cm ; Sheet: 24 x 27 cm, Metropolitan Museum of Art
창 안으로 저녁 녘의 바람이 불어드는 풍경인데, 침대 위로 나체의 몸을 구부린 채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왠지 더할나위 없이 쓸쓸해보이는 작품이다.
또하나 흥미로운 작품은 <밤의 창문들 (Night Windows)>라는 작품이다. 밤 시간 발코니 창을 통해 들여다보는 방 안의 모습이다. 열린 창을 통해 방 안의 이곳저곳이 단편적으로 보이고, 그 속에 사는 여인의 모습도 얼핏 보인다. 방금 샤워를 마치고 나온듯 커다란 타올로 온 몸을 감싼 채 몸을 숙이고 있다. 아마도 서랍장에서 갈아 입을 옷을 꺼내고 있으리라 짐작된다.
시각에 따라서는 일종의 관음증을 의심할 만한 풍경이지만, 독특하고 흥미로운 관점임에는 분명하다. 조형적으로는 절반쯤 보이는 방안의 여인의 모습과 창밖으로 날리는 커튼의 모습이 반복되면서 리듬감을 자아내고 있다. 다소 외롭지만 평온한 저녁 한때의 모습이다.
Edward Hopper, Night Windows (1928) oil on canvas ; 73.7 x 86.4 cm, MoMA, NY
한편 <뉴욕의 방>이라는 작품에서는 창으로 들여다 본 방안에 있는 세련된 한쌍의 커플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한 작품 중 가장 외로움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둘이 있지만, 대화는 없고, 말을 잃은 여인은 손가락으로 의미없이 건반을 두드리고 있다.
Edward Hopper, Room in New York (1932), Sheldon Museum of Art, Nebraska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의 고독과 소외에 대해서 탁월하게 그려낸 것으로 알려진 호퍼의 '창문'을 통해 바라본 실내의 풍경을 몇 점 살펴 보았다.
당시 미국의 뉴욕과 근교의 흔한 일상생활의 모습을 포착하여 쇠라의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와도 같은 영원성과 보편성을 부여한다. 호퍼의 작품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는 그의 작품이 관람객 개개인 모두에게 존재하는 심연의 고독과 마주하게 하면서도 냉소나 허무감에 빠뜨리는 일 없이 그 고독이 '나만의 것'은 아니라는 위안을 선사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