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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정 Jan 16. 2024

유통기한 지난 비싼 맛있는 과일 샐러드<외계+인 2부>

외계+인 2부 (2024) - 최동훈

*이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주관적인 해석 또한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투에서 이길 확률 2%.. 3%...”

    영화는 <외계+인>의 세계관에 대한 간단한 소개로 시작된다. 외계인 죄수를 지구에 있는 인간들에게 가둔다는 고유의 설정과 탈옥으로 지구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는 설정, 그리고 죄수들의 대장 ‘설계자’가 외계 행성의 대기인 ‘하버’를 지구에 폭발시켜 지구를 점령할 거라는 전체적인 스토리를 대강 설명해 준다.      


    시리즈물의 가장 큰 진입장벽 중 하나가 세계관이다. <외계+인> 역시 1부와 2부가 나뉜 작품으로 고유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영화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2부라는 타이틀을 영화 제목에 달고 있으면 전작을 꼭 봐야 하는지 고민을 한다. 보통 여기서 3가지 부류로 나뉜다. 전작을 보고 후속작을 보는 사람. 전작을 보지 않고 그냥 후속작부터 보는 사람. 전작을 안 봤으니 아예 건드리지 않는 사람. <외계+인>은 3가지 부류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초반 전개를 선택했다. 지루하지 않고 짧고 간략하게 세계관에 대한 설명을 보여줬다. 이는 제작자가 자신의 세계관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명확하고 직관적인 설명은 전작을 보지 않은 관객도 부담 없이 이번 영화를 볼 수 있게 연출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전작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후에 서술하겠지만, 1부에 뿌려진 상당수의 떡밥을 회수하는 것이 이번 영화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세계관 설명 이후, 영화는 바로 1부의 끝부분과 이어진다. 1부 끝에서 무륵은 자신의 옛 기억 하나를 떠올리며 정신을 잃는다. 2부 시작은 무륵과 신선 2명이 나오는 장면부터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다. 한편 신검을 되찾은 이안은 썬더를 찾아 떠돌아다닌다. 외계인은 신검이라는 하나의 매개체를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이 움직이는데, 2부에서는 신검을 노리는 인물이 한 명 추가된다. 추가되는 인물이 바로, 신검을 통해 시력을 되찾길 원하는 맹인 검객 능파이다. 1부의 인물들 또한 조금 더 입체적으로 영화에 자리 잡은 모습을 보여준다. 밀본의 수장이자 설계자의 추종자인 자장. 자장을 쫓으며 무륵의 존재에 대한 의심을 품는 삼각산 두 신선 흑설과 청운. 외계인 죄수의 탈옥을 막고 지구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안. 이안을 위기의 순간마다 구해주는 도사 무륵. 우연히 외계인을 목격하여 진실을 파헤치려는 민개인까지. 전작과 달리 2부는 각각의 인물들이 저마다 다른 매력을 잘 드러내고 있으며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다. 1부에서 다소 모호했던 인물들의 서사가, 떡밥 회수와 나아진 구성으로 영화의 전체적인 생동감이 살아난 느낌이다. 


    이번 영화는 떡밥 회수가 가히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1부가 2부를 위한 떡밥 영화였다고 불릴 정도로 1부는 떡밥이 가득했다. 1부는 2시간 20분이라는 러닝타임을 가지고도 대부분이 떡밥을 위해 사용됐다. 때문에 서사가 명확하지 않으며 다소 복잡한 감이 있으며 궁금증만 남긴 영화였다. 하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적어도 떡밥에 관련된 부분은 깔끔하게 해소됐다. 1부에서 설계된 복선들과 뿌린 채 거둬지지 않은 여러 떡밥들이 제대로 풀리며 <외계인>이라는 하나의 세계관이 잘 짜인 것 같다는 느낌을 들게 했다. 적어도 1부를 본 관객이라면 2부를 보고 나서 풀리지 않은 의문점은 거의 없을 거 같다. 


    2부에서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가드의 눈물이다. 인간의 아이를 키우게 된 냉철한 AI 로봇. 그런 로봇이 인간을 지키고자 인간의 마음을 가지게 되는 이야기. 늘 먹던 맛의 클리셰지만 거북하지 않게 담백 쌉싸름한 맛으로 다가왔다. 썬더와 달리 가드는 이안에게 정을 주지 않는다. 가드는 오로지 자신의 임무에만 집중할 뿐, 이안을 데려온 썬더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이런 설정과는 별개로 가드는 의외로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탈옥이 발생하면 인간부터 생각하는 부분이나 실험용으로 쓰고 버리겠다던 이안을 끝까지 책임지며 키우는 모습은 감정이 없는 AI가 보여주기에는 다소 인간적인 모습이라고 보인다. 진지하게 보면 설정 오류라고 볼 수 있으나, 그런 가드의 인간적인 부분이 어느 정도는 매력이라고 포장된다. AI가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감동적인 장면을 만드는 클리셰는 익숙한 맛이지만, 익숙하기에 실패하지 않고 아련한 부분으로 남는다. 


    이번 영화는 떡밥을 회수하고 서사를 정리한 후, 준비된 반전을 터트린다. 이번 반전은 관객의 뒤통수를 치며 몰입감을 끌어올리는데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떡밥 회수와 정돈된 서사로 박수를 치고 있을 때 심심하지 않게 등장한 반전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게 해 준다. 2부의 마무리는 1부와 마찬가지로 열린 결말을 가진다. 3부의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여지를 남긴 채 영화는 끝이 난다. 




“혹시 이성계가 왕이 됐나!?”


    영화 <외계인>은 타짜, 전우치, 도둑들, 암살 등으로 이름을 날린 케이퍼 무비의 대가 최동훈 감독의 작품이다. 최동훈 감독은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인물들을 잘 만들어내며, 하나의 중심적인 인물을 통해 작품을 풀기보다는 여러 인물들을 활용하여 얽히고설킨 다채로운 서사를 뽐내기로 유명하다. 최동훈 감독이 직접 연출한 다수의 작품들은 흥행에 성공하며 흥행 보증수표인 줄 알았으나, 애석하게도 <외계+인 1부>가 흥행에 실패하고 많은 혹평을 받게 되어 2부가 개봉 전부터 술렁이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성공적인 떡밥 회수를 통해 1부에서 받았던 혹평들의 대부분이 호평으로 바뀌며 한숨 덜어낸 상태다. 다만 여전히 외계인에 대한 호불호는 갈리는 상태이다.      


    외계인은 다채로우면서도 화려한 배우진이 자리하고 있다. 전작에서 모습을 보여준 류준열, 김태리, 김우빈 배우를 필두로 비중이 높아진 염정아, 조우진, 이하늬, 김우성 배우 등 비교적 안정적인 출연진들이 분포하고 있다. 1부에서 캐스팅 미스에 관한 이야기 또한 거론되었지만, 2부에서 캐릭터들 각각의 서사가 배정됨에 따라 인물들이 살아나 이에 대한 우려는 한풀 꺾인 모습이다.   


    1부에서 호평이었던 부분인 CG 액션 신에 대해서는 2부에서도 이어진다. 시각적인 부분에서는 역대 한국 CG 영화 중 최상위권이라고 매겨도 될 만큼 신경 쓴 모습이 보인다. 액션 신과 도술을 사용하는 장면, 끝부분의 열차 전투 또한 CG를 잘 사용하여 눈만큼은 확실히 즐거운 영화였다. 1부에서 다소 아쉬웠던 컷신들 또한 많이 발전했다. 컷편집이 전작보다 나아진 모습으로 난잡하게 보일 수 있던 거친 컷신들이 준수하게 이어지며 연결성을 챙긴 느낌이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으로는 개그 요소가 있는데, 작품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개그 요소가 좋은 장면을 자아내는 경우가 있는 반면 작품과는 전혀 무관한 군더더기 같은 개그 요소가 오히려 몰입을 방해했다는 평가도 있다.   


    초반에 이안의 독백으로 나오는 세계관 설명이 굉장한 장점으로 다가왔다. 앞서 말한 것처럼 복잡하고 난잡할 수 있는 영화 세계관을 깔끔하게 정리하여 1부를 보지 않은 관객들도 작품을 보는데 의문점이 들지 않을 수 있게 구성하였다. 




“가야겠소, 두고 온 말이 있어서.”


    이 영화를 감히 ‘유통기한 지난 비싼 맛있는 과일 샐러드’라고 말해본다. 분명 맛있는 과일들이 여러 모인 먹음직스러운 샐러드는 맞지만, 어째 생각보다 비싸고 유통기한마저 지나버린 느낌까지 든다. 불친절했던 1부와 다르게 2부는 떡밥을 하나하나 회수하며 궁금증 해결시켜 주었고, 풍부해진 인물 서사 덕분에 껍데기만 있는 영화 같은 느낌은 덜게 됐다. 1부에서 단순 조연으로만 인지했던 민개인이 알고 보니 2부의 새로운 등장인물 능파와 관련된 중요 인물로 나온 것도 재밌는 요소 중 하나였다. 외계인과 도술, 그리고 SF 액션. 최동훈 감독이 하고 싶은 요소를 전부 때려 넣은 듯한 이 영화의 장르는 짬뽕을 연상케 하지만 나름 좋은 시도였고 실제로 발군의 CG 활용을 통해 보는 눈이 즐거웠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코미디 요소도 가끔 피식하게 하는 역할을 했다. 정말로 각종 요소가 한자리에 모인 샐러드 같았다.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이 너무 많다. 너무 많은 요소에 집중을 하다 보니 과한 느낌을 피할 수 없었고, 세계관에 대해서 여러 의문점이 들었다. 여러 죄수를 통제한 베테랑 가드가 최첨단 슈트를 입고도 패배한 외계인들을 1300년대 도사가 도술로 압도하는 모습도 의아하고, 많은 대사에 비해 중요한 내용을 생각보다 없는 지루한 점도 아쉽다. 제일 아쉬웠던 것 중 하나는 마지막 최종 결전이다. 웅장하게 시작할 거 같았던 것과 다르게 부실한 액션으로 끝났으며 이미 나왔던 도술과 전투 방식을 채택하여 각자의 싸움을 반복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과거와 현재의 인물들이 연합하여 외계인을 제치고 세상을 구하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 더 멋있는 마무리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1부의 호평이 가득했던 엘리베이터 전투 씬과 다르게 2부 최종 결전에서 등장한 슬로모션은 굉장히 별로였다. 박진감 넘치고 화려한 전투를 기대했던 것과 다르게 슬로모션이 등장하여 액션신을 루즈하게 만들고 몰입에 방해가 되는 연출로 느껴졌다. 전투가 끝난 후, 마지막에 등장한 BGM은 정말 ‘엥?’하고 몰입을 깨는 선택으로 다가왔다. 뭘 의도한 지는 알겠다. 전투가 전부 끝나고 아름다운 이별 장면에서 발라드 느낌의 팝송을 선곡하는 것을 통해 의도적으로 연출한 건 어떤 걸 시도하고자 했는지 와닿았지만, 그럼에도 영화의 분위기를 해치고 갑작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차라리 가사가 없는 BGM이나 작품이랑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BGM이었다면 어땠을까. 영화 내내 사운드를 잘 활용하다가 끝에 초치는 느낌이라 아쉬웠다.    


    1부와 다르게 2부는 쿠키영상이 없다. 1부에서 민개인의 비중이 늘어날 것과 외계인과의 전투를 암시하는 듯한 쿠키영상을 남겼지만, 떡밥이 회수되고 서사가 정리된 2부 입장에서는 굳이 쿠키 영상을 남기지 않았어도 될 것이다. 




    영화의 끝은 열린 결말로 끝난다. 3부를 암시하는 듯한 대사들과 장면들이 끝에 자리했지만 과연 후속작이 더 나올지에 대한 부분은 궁금증으로 남는다. 분명 더 매력적으로 묘사할 수 있는 세계관이 있고, 인물들의 서사가 정리됨에 따라 더 나은 작품을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거 같다. 다만 1부의 처참한 흥행 기록과 해소되지 않는 혹평이 존재하기에 3부의 여부는 2부의 행보를 더 지켜봐야 할 거 같다. 개인적으로는 3부가 정말 잘 나와서 ‘유통기한 지난 비싼 맛있는 과일 샐러드’가 아닌, ‘비싼 값을 하는 맛있는 과일 샐러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극심한 호불호 속에 공개한 <외계+인 2부>. 유통기한 지난 비싼 맛있는 과일 샐러드라는 한 줄 평을 남기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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