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상대로 국어사전
1. 대체로 헤아려 생각하건대
1. 좀 무른 듯하다
1. 여리고 단단하지 않다
2. 물기가 많아서 단단하지 않다
3. 마음이 여리거나 힘이 약하다
1. 사거나 바꾼 물건을 원래 임자에게 도로 주고 돈이나 물건을 되찾다
2. 이미 행한 일을 그 전의 상태로 돌리다
3. 있던 자리에서 뒤로 옮기다
논 한가운데 떡하니 불을 밝히고 있는 이곳, 주변과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이 꼭 제 모습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여전히 제가 그러쥐지 못한 약속들이 많지만, 이 약속, 이 사람만큼은 해를 넘기고 싶지 않았고, 다행스럽게도 제 작은 소망이 이루어졌습니다.
반짝이는 불빛 아래 우리가 다시 모이기까지 3년 정도가 걸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 전이 마치 어제 일처럼 느껴집니다. 모두들 제 길을 찾아 떠난 다음에도 저는 당신들의 부재를 수용하지 못했고, 그래서 제가 인식하는 그곳에서의 시간은 아직 흐르지 못하고 멈춰있었나 봅니다.
안부를 물었습니다. '이제는 괜찮다'는 정해진 대답 뒤에 숨겨진 지난 시간들을 어림짐작 해보는 것입니다.
깊이를 짐작할 수 없는 검은 밤바다, 찰싹찰싹 파도치는 뭍의 가장자리가 제 한계임을 압니다.
그래서 닿을 수 없는 심연으로 편지를 보내 잠기게 했습니다.
어떤 직업을 가져서가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로부터 얻게 되는 지위 때문이 아니라,
그저 당신이라서 괜찮은 사람입니다.
이제 이 시간도, 오늘 하루도, 올 한 해도 마칠 때가 다가왔습니다.
사람이라면 무릇 만남과 이별이 업(業)이라 하나, 무릇한 저는 그 업이 꽤나 버겁습니다.
'사람들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언제나 내 몫으로 남겨두어야지' 하는 구김 없던 맹세조차도 당신이 하나의 점이 되어 멀어지는 걸 바라보며 홀로 우두커니 남겨지게 되면 씁쓸한 뒷맛과 함께 주름지게 되는 것입니다. 눈 내리는 겨울, 뒤돌아서면 걸어왔던 발자국을 눈이 어느새 소복하게 메우는 것처럼 마음은 가역적인 것이라 끝을 상정하는 것은 순진하고 아둔한 것임을 압니다. 아마 죽음만이 그 책무로부터 해방시킬 것이라는 것 역시 수용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가고 난 다음, 또 다른 사람이 도착하기 직전, 저는 그 진공 같은 공간에 서 있습니다.
미처 마음에 들이지 못한 것들은 부단히 변화한 탓에 그리고 험난한 세상을 살아왔음에도 여전히 제 마음은 물러버린 탓에 제 삶은 여전히 어색하고 깔끔하지 못합니다.
무를 수도 없겠으나, 너무 소중해서 무르기를 거부할 그 시절을 다시 생각합니다.
그 모든 걸 차치하고 오늘만큼은 맹목적으로 당신의 안녕을 빌겠습니다.
그때, 그 사람들 모두, 지금 있는 그곳에서 안녕하길.
비로소 시간은 흐르려나.